中 부동산위기·美긴축 '더블펀치'···"위안화 약세, 블랙스완 우려"

김영필 기자 2023. 8. 18.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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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시장 출렁
스페이스X 매도에 비트코인 8%↓
美英 장기국채금리 15년來 최고
나스닥지수 3일간 3% 이상 하락
투자자 中증시서 9일 연속 순매도
"美 국채금리 5%시대 대비해야"
[서울경제]

17일(현지 시간) 오후 3시 22분, 스페이스X가 최근 2년 동안 비트코인 3억 7300만 달러(약 4990억 원)어치를 매각했다는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가 나오자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하기 시작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이 생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에 가뜩이나 부담을 갖고 있던 투자자들은 비트코인을 대거 팔아치웠다. 쏟아지는 매도 주문에 이날 오후 한때 비트코인 가격이 개당 2만 5409달러까지 추락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금리가 더 오를 수 있다는 우려 속에서 게리 갠슬러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의 가상자산 시장은 사기로 가득 차 있다는 말에 비트코인 가격이 8% 가까이 하락했다”고 전했다.

중국 부동산 위기와 미국의 긴축 장기화 움직임이 겹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비트코인뿐만이 아니다. 상대적으로 높은 인플레이션과 일본 국채금리 상승에 미 국채금리가 치솟으면서 30년 만기 모기지 금리가 20여 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스피가 전장보다 15.35포인트(0.61%) 내린 2504.50으로 마감한 18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코스닥은 전장보다 0.98% 하락한 877.32로 거래를 마감했고 원·달러 환율은 3.7원 내린 1338.3원을 나타냈다. 연합뉴스

대형 모기지 업체 프레디맥이 집계한 30년 만기 고정 모기지 평균 대출금리가 이날 기준 연 7.09%로 2001년 이후 가장 높았다. 30년 모기지 금리는 큰 틀에서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의 움직임을 따르는데 최근 한 달 새 10년 물 국채금리가 0.5%포인트가량 올랐기 때문이다.

국채금리 상승에 증시도 약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뉴욕 증시의 3대 지수는 이날 1% 안팎 하락했다. 국채금리에 민감한 나스닥은 최근 3거래일 동안 3% 넘게 떨어졌다. 문제는 미 국채금리가 더 오를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 경제가 견고한 데다 물가가 생각보다 빨리 떨어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연방정부 적자 및 부채 확대도 한몫한다. 올해 미 국채 펀드에 1270억 달러가 몰리면서 역대 최대 규모의 수요가 나타나고 있지만 근본적인 금리 상승 요인이 있다는 것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 흔했던 미 장기국채금리 5%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세인트루이스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196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거의 대부분의 기간에 걸쳐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5%를 넘었다. 2006년과 2007년에도 5%를 웃돌았다. 앞서 래리 서머스 전 미 재무장관은 향후 10년 동안 10년물 국채금리가 평균 4.75%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증시에서도 자금 유출이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 개발 업체 비구이위안의 디폴트(채무 불이행) 가능성에 헝다그룹 파산보호 신청, 위안화 약세까지 겹치면서 외국인들의 엑소더스가 나타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17일 현재 외국인들은 중국 증시에서 9일 연속 순매도하고 있으며 이는 2016년 12월 이후 최장 기간이다.

일각에서는 위안화 약세가 다음 위기의 진앙지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놓는다. 헤지펀드 EDL캐피털은 “지정학적 문제에 서방 기업들이 중국에서 나가면서 위안화를 압박하고 있다. 중국의 노동시장은 베트남이나 인도와 비교해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으며 코로나19 이후 경기회복세 둔화에 중국의 외환보유액이 생각보다 적을 수 있다”며 “중국 위안화의 약세가 다음 블랙스완 이벤트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블랙스완 이벤트는 일어날 것 같지 않지만 발생할 경우 엄청난 충격과 파급력이 있는 사건을 의미한다.

중국 경제 약세에 달러화 수요는 늘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이날 장중 103.5까지 뛰었다. 달러 강세는 대표적인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 요인이다. 달러인덱스는 지난달 18일만 해도 99.9로 100을 밑돌았지만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과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에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존핸콕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의 맷 미스킨 공동 수석 투자전략가는 “7월 중순 이후 달러 가치가 상승하고 있다”며 “미국 금리가 유럽이나 영국 등 주요국보다 더 오랫동안 높게 유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달러 강세의 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월가에서는 당분간 불안정한 상황이 계속될 것으로 본다. 중국 정부가 아직 대규모 부양책을 내놓지 않고 있는 데다 연준이 금리 인상 중단을 공식화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들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당장 24일부터 26일까지 열리는 잭슨홀미팅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가 관건이다.

김영필 기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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