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관의 YTN 억대 손배소, 타당한 소송인가
[해설] 단순 방송실수, 방심위에서도 행정지도로 끝내
고의성 입증 관건이지만… YTN, 처음부터 "방송사고" 주장
방송사 손해배상 판례 적용도 어려워… 이동관-최원종 개연성도 부족
[미디어오늘 윤수현 기자]
이동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가 YTN의 방송사고에 3억 원 상당의 손해배상과 형사고소를 제기했다. 또 YTN에 행정적 제재가 필요하다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민원을 냈다. 하지만 방통심의위는 단순 방송실수에 행정지도를 결정할 뿐, 강한 제재를 내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또 YTN이 사고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사과의 뜻을 밝힌 상황에서 고의성을 입증하기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0일 YTN은 서현역 흉기난동 사건 가해자 최원종 씨에 대해 보도하면서 실수로 이동관 후보자 얼굴을 '앵커 백'(앵커 배경화면)에 띄웠다. YTN은 다음날 방송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의 뜻을 밝혔다. 그러나 이 후보자는 YTN이 고의로 방송사고를 낸 것으로 의심된다면서 3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소송과 형사고소를 제기했다. YTN이 그동안 자신에게 비판적인 보도를 이어온 만큼, 고의로 자신을 비방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후보자 측은 “초상권, 명예권 등 인격권을 침해하였고, 이러한 불법행위로 인사청문회를 앞둔 민감한 시기에 후보자가 입은 극심한 정신적인 고통에 대하여 배상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방통심의위, 과거 방송사고 심의 의견제시로 끝내
우선 방통심의위가 이번 방송사고를 이유로 YTN에 법적제재를 내릴 수 있는지 의문이 남는다. 이 후보자가 개인 차원의 법적 대응을 넘어 방통심의위에 민원을 제기한 것은 YTN이 방송심의 규정을 위반했는지 확인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방통심의위는 단순 방송실수에 강력한 제재를 내릴 만큼 단순하게 의사결정을 하진 않는다. 관련 방송사고가 재발되는지, 심의규정 위반이 누적됐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유사 사례도 있다. YTN은 2021년 6월 성폭행범 판결 관련 기사를 내면서 앵커 백에 문재인 당시 대통령 사진을 띄웠다. 이동관 후보자 사례와 같이 단순 실수였다. YTN은 실수를 인정하고 방송 다음날 사과의 뜻을 표했다. 방통심의위는 이에 대한 심의를 진행했는데, 결과는 '의견제시'였다. 가장 낮은 수준의 행정지도였다.
회의록을 보면 국민의힘에서 추천한 위원들이 '의견제시'를 건의했다. 이상휘 전 위원(전 윤석열 당선인 비서실 정무2팀장)은 “우리가 여기에 지나치게 예민할 필요가 있을까”라면서 “이 뉴스의 맥락과 문재인 대통령과 연결시킬 수 있는 그런 합의점도 사실 없고 여러 가지 고의성도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을 이렇게 올려놓고 YTN이 무슨 의도가 있었겠는가. 단순한 스튜디오의 사고였고 또 당황했다는 그런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고 했다.
'친박'으로 분류되는 황성욱 상임위원 역시 “대한민국 어떤 국민이 문재인 대통령의 얼굴과 성폭행을 매치시켰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며 “솔직히 심정적으로는 오히려 이걸 제재를 하면 오히려 대통령께 욕을 보일 수도 있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라고 했다. 국민의힘 측 방통심의위원들도 단순 방송사고를 심각하게 보는 것 자체가 민망한 일이라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었던 것이다.
방송실수에 손해배상? 판례 있지만 적용 어려워
이동관 후보자가 겪었을 “극심한 정신적 고통”과는 별개로, 방송실수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따라붙는다. YTN은 방송사고 인지 후 인터넷에서 관련 영상을 삭제했으며, 사과의 뜻을 표하는 등 사후조처에 나섰다. 이같은 전후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국무위원 후보자가 방송사에 수억 원의 배상을 요구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우선 명예훼손 고소는 성립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형법 제309조 1항(출판물 등에 의한 명예훼손)에 따르면 명예훼손이 성립되기 위해선 '비방할 목적'이 확인 돼야 한다. YTN은 방송사고가 알려진 처음부터 현재까지 '방송 실수'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에서 고의성이 입증되긴 어려워 보인다.
방송사가 방송사고 때문에 피해자에게 손해를 배상한 사례가 있지만, YTN에 직접 대입하긴 어렵다. MBC <리얼스토리 눈>은 2014년 9월 배우 이병헌 씨를 협박한 인물이 모델이라는 것을 언급하면서, 이 사건과 관련 없는 모델 A씨의 영상을 흐림처리해 방송했다. 방송 이후 A씨는 기자들과 지인의 전화를 수차례 받았다고 한다. 방송사고 때문에 실제 피해가 발생한 것이다. 2016년 10월 대법원은 'MBC에 배상 책임이 없다'고 결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하면서 “일반 시청자들은 모델 영상을 (이병헌) 관련 고소사건의 피의자를 지목·암시하는 영상으로 받아들였을 개연성이 크다”고 했다. 대법원은 시청자의 오인 가능성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YTN 방송에는 오인 가능성이 없다. 이동관 후보자 얼굴이 앵커 백에 나갔을 때 YTN은 “죄송하다면서 망상증세 최원종… 사이코패스 판단 불가”라는 자막을 달았다. 보도 본문에는 이 후보자에 대한 내용이 일절 나오지 않았다. YTN 시청자들이 앵커 백을 보고 외모도, 나이도 다른 이동관 후보자를 최원종 씨로 오인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방송정책 부처 수장으로 가는 이동관… YTN 내부에선 보복 우려
이동관 후보자가 방송정책을 총괄하는 방통위원장으로 취임할 예정이라는 것도 우려로 남는다. 현재 이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진행 중이다. 그간 윤석열 대통령은 국무위원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하더라도 임명을 강행해왔다. 이 씨의 방통위원장 임명도 예정된 수순으로 보인다.
방통위는 방송사에 대한 규제 업무를 관장하는 기관이다. 현재 YTN은 지분 매각 이슈를 앞두고 있다. 한전KDN과 한국마사회가 YTN 지분을 매각할 경우 대주주가 바뀌고, 대주주는 방통위의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최대주주 기준 등을 정하는 방통위의 역할이 막중한 상황이다. 또 YTN은 2024년 3월 방송 승인 유효기간이 끝난다. 재승인 심사는 이동관 후보자 임기 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해 고한석 언론노조 YTN지부장은 미디어오늘에 “이동관이 방통위원장이 된다면 YTN 민영화 속도가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한다. 이동관이라는 뒷배를 지고 매각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며 “만약 (재승인 심사 전까지) 매각이 이뤄지지 않으면 압박하려고 YTN을 물고 늘어질 수 있다”고 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이동관 후보자가 자신에 대해 비판적 보도를 내고 있는 YTN에 항복 선언을 받으려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민언련은 17일 성명에서 “과잉 대응으로 언론을 압박하는 모양새가 '언론장악 기술자'답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언론이 앞다퉈 자신의 허물을 들춰내니 입막음하려는 협박인가”라며 “정작 제대로 사과해야 할 자는 과거 YTN의 언론자유를 억압했고, 지금은 방통위원장 후보로 귀환해 수억대 소송부터 제기하며 언론을 다시 위축시키고 있는 이동관 후보자”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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