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계위 출석한 박 대령 측 "군, 기울어진 운동장…일반법원서 행정소송"(종합)

18일 오후 2시 해병대 징계위 출석
박정훈 대령 대신해 김경호 변호사 인터뷰
출석 전 "국방수 외압 알리려 방송 출연" 입장 전해

[화성=뉴시스] 김종택 기자 = 고(故) 채수근 상병 수사와 관련해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입건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18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해병대사령부에서 열린 징계위원회에 출석하고 있다. 2023.08.18. jtk@newsis.com

[서울=뉴시스] 옥승욱 기자 = 해병대 전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 측이 징계위원회 결과를 통보받은 이후 일반 법원에서 행정소송을 진행하겠다고 18일 밝혔다. 군에서의 항고는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이라 공정성을 담보받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박정훈 대령과 그의 법률변호인 김경호 변호사는 이날 오후 2시 경기도 화성 해병대 사령부에서 열린 징계위원회에 출석했다.

당초 이날 징계위가 마친 뒤 박정훈 대령이 직접 인터뷰에 임할 예정이었으나 김 변호사가 대신하는 것으로 변경됐다. 이번 징계위 소집이 박정훈 대령이 군인 신분으로 KBS 생방송 인터뷰에 무단 출연한 것에 기인한 만큼, 징계위가 끝난 뒤 곧장 언론에 나서는 것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김경호 변호사는 징계 결과 이후 이의 제기를 할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 "항고는 우리 군에서 하겠지만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이기 때문에 기대는 하지 않는다"며 "일반 법원 행정법원에 가서 행정소송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징계위 소명 내용에 대해서는 "위원회에서 지금 징계 대상 행위가 되는 2023년 8월 11일 09시 30분부터 20분간 기자들과 국방부 검찰단 앞에서 질의응답하면서 대외 활동한 행위, 그리고 그날 오후 16시 10분부터 kbs에 출연해서 앵커의 질문에 대해서 질의응답 형식으로 대외 활동한 행위를 물었다"며 "(우리는) 그것에 대해 모두 인정했다"고 말했다.

또한 "징계위원회에서는 관련한 규정과 그 내용에 대한 위반을 인정하는지 물었고, 형식적인 규정 내용에 대해서는 위반을 인정했다"고 부연했다.

다만 "모든 규정에는 그 취지가 있고 목적이 있고 전제가 있기 때문에 실질적인 기준으로는 다시 한 번 판단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설명드렸다"고 덧붙였다.

현재 진행 중인 군검찰수사심의위원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김 변호사는 "이 사건은 전 국민의 관심을 받는 사안"이라며 "대한민국 법조인이라면 마찬가지로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법조인들 중에는 존경할 만한 많은 교수님과 또 원로분들이 계신다"며 "그분들을 믿고 군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공정하게 구성될 것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화성=뉴시스] 김종택 기자 = 고(故) 채수근 상병 수사와 관련해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입건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18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해병대사령부에서 열린 징계위원회에 출석하고 있다. 2023.08.18. jtk@newsis.com

박 대령은 이날 징계위원회 출석을 앞두고 입장문을 발표하며 현재 심경을 전했다.

박 대령은 "이번 사건으로 우리 해병대는 소중한 부하를 황명하게 잃었다"며 "수사단장으로서 양심에 따라 수사했고 법령과 절차에 따라 경찰에 사건을 이첩한 사실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방부의 외압과 위법한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며 항명죄로 입건하고 위법한 압수수색을 하는 등 저를 억압하고 있다"며 "우리 정직한 해병대를 지킬려고 했을 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일로 제가 얻을 이익은 아무것도 없다"며 "저의 억울함과 국방부 수사 외압을 알리고 우리 해병대를 지키기 위해 국민의 공영 방송에 출연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억울하고 위법한 상황을 야기한 국방부에 방송출연에 대해 사전 승인을 받으라는 것은 상식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박 대령은 해병대 징계위원에게 "인간 박정훈 불의에 굴복하거나 타협하며 살아오지 않았다"며 "왜 제가 그러한 선택을 하게 됐는지 그 본질을 잘 살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어 "해병대 징계 위원들의 현명한 판단을 기다리겠다"며 입장문을 끝마쳤다.

해병대는 당초 16일 박 대령의 징계위원회를 열 계획이었지만 박 대령 측의 연기 신청을 받아들여 이날 오후 징계위를 진행했다.

이번 징계위는 박 대령이 지난 11일 오전 국방부 검찰단 수사를 거부한 이후 KBS 생방송 인터뷰 출연에 따른 것이다. 해병대 공보정훈업무 규정 및 군사보안업무 훈령에 따르면 군인은 사전 승인을 받지 않고 언론 인터뷰에 응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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