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때마다 개정 거론되는 김영란법, 이걸 법이라고 만들었나 [사설]
정부와 여당이 18일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선물 가격 상한을 높이는 방안을 논의했다. 농축산물 선물은 기존 10만원에서 15만원으로, 명절 선물은 20만원에서 30만원으로 높이자는 것인데, 수해와 폭염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농수축산 업계에는 도움이 될 것이다. 물품으로만 가능했던 선물 범위가 공연 관람권과 모바일 쿠폰으로 확대되는 것도 문화예술 업계는 반길 것이다. 하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법을 만들어놓고, 명절 때면 선물 가격 상한을 높이거나 품목을 추가하는 것은 생색내기용 미봉책에 불과하다. 사회적 비용 낭비이기도 하다.
김영란법은 부정청탁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공직자와 언론인 등에게 허용되는 식사비와 경조사비, 선물 가액 등의 범위를 규정한 법으로 2016년 제정됐다. 2018년 설날을 앞두고 선물 가격 상한액(5만원)이 농축수산품에 한해 10만원으로 높아졌고, 2022년 설날 직전부터 '명절 전 24일부터 명절 후 5일까지'는 20만원 선물도 가능해졌다. 선물 품목에 따른 가격 상한액은 물론, 날짜에 따른 가격 상한액까지 법이 정한 기준에 따라야 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식사비 상한(3만원)과 축의금과 조의금 상한(5만원)도 마찬가지다. 2016년 95.46이던 생활물가지수는 올해 7월 112.96으로 18%나 상승했지만, 식사비는 7년째 그대로다. 물가는 뛰었는데, 법은 그대로인 탓에 식사비 한도를 어기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요즘 누가 경조사비를 5만원만 내느냐'는 푸념도 쏟아진다. 누군가 신고하지 않으면 걸릴 일이 없다는 점에서 무용론도 제기된다. 국민권익위에 따르면 김영란법 적용 대상은 251만여 명에 이르지만 지난해 제재 처분을 받은 공직자는 416명에 불과했다.
청탁과 뇌물을 받은 공직자는 뇌물죄로 처벌하고, 국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드는 김영란법은 폐지하는 게 맞는다. 농산물 가격이 오를 때마다, 명절이 다가올 때마다 정부가 선물 가격 기준을 변경하는 우스꽝스러운 일이 벌어진다. 제대로 된 법이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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