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마약 범죄도시
요즘 버스에서 내릴 때마다 깜짝깜짝 놀란다. 문 앞에 '출구 없는 미로, 마약! 절대 시작하지 마세요'라는 광고가 붙어 있어서다. 경찰청이 벌이고 있는 'NO EXIT 캠페인'인데, 이전에는 교통질서 스티커가 있던 자리다. 특히 '선선선 선을 지킵시다'와 '교통사고 확 줄이자'는 매경이 함께한 캠페인이어서 유심히 보곤 했는데, 똑같은 곳에 마약 근절 스티커라니 격세지감이다.
그 아름답던 샌프란시스코가 마약으로 완전히 망가지고, 수백만 미국 가정이 고통받고 있다는 뉴스를 보면서도 남의 일이려니 했다. 그런데 이젠 대한민국도 '마약 청정국'이 아니라는 걸 매일 느낀다. 유엔은 인구 10만명당 마약류 사범이 20명 미만일 때 청정국으로 분류하는데, 우리나라는 이미 2016년 그 지위를 잃었다고 한다.
무엇보다, 마약성 진통제 처방이 너무 쉬워서 걱정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엄격히 관리한다고는 하지만,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동네 의원에서 마약성 의약품을 처방받을 수 있다. 식약처에 따르면 통증 부위에 붙이는 '펜타닐 패치'를 취급하는 소규모 의원은 2019년 774개에서 2021년 1195개로 54%나 늘었다. 처방 건수는 최근 4년간 감소하는 추세이긴 하지만, 여전히 한 해 100만건이 넘는다.
다른 향정신성 의약품도 마찬가지다. 최근 인도로 돌진하는 교통사고를 내고 구속송치된 '롤스로이스남' 신 모씨는 사고 당일 케타민이라는 향정신성 의약품을 여러 차례 투약했다고 한다. 그가 다닌 병원에서는 다른 환자들이 비틀거리며 나와 운전대를 잡는 모습도 포착됐다. 건강검진에서 수면 내시경만 받아도 자가운전 금지인데, 더 센 케타민을 투약하고 제대로 걷지도 못하면서 운전이 웬 말인가. 음주운전 못지않은 '살인 행위'다.
마약은 제 인생뿐 아니라 가족과 친지, 선량한 타인까지 지옥으로 끌고 간다. 이런 마약사범을 언제 어디서 마주칠지 모르니, 범죄도시가 따로 없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건네는 "차 조심해"라는 안부 인사를, 이제 "마약 조심해"로 바꿔야 할 판이다.
[신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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