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경제 신뢰 무너져" 발 빼는 해외투자자
부동산 디폴트위기 일파만파
국영개발사 38곳중 18곳 적자
금융위기로 번지며 증시 휘청
외국인투자자 9일째 '팔자'
中당국 거래수수료 인하 카드
2021년 중국 부동산 위기를 촉발한 장본인인 헝다마저 결국 파산하면서 외국인투자자의 '차이나 엑소더스(exodus·탈출)'가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 정부가 각종 조치를 발표하며 경기 부양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효과가 미미한 데 더해 중국 부동산 위기가 금융위기로까지 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에도 물음표가 달리며 신뢰 위기까지 불거지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외국인투자자가 중국의 양대 증권 거래소인 상하이와 선전 거래소에서 지난 7일부터 이날까지 9거래일 연속 주식을 순매도했다고 보도했다. 9거래일 연속 순매도는 블룸버그가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16년 12월 이후 가장 긴 기록이다. 이 기간 외국인투자자의 순매도 규모는 462억위안(약 8조5000억원)에 달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홍콩증권거래소(HKEX) 자료를 기반으로 자체 추산한 결과 외국인투자자는 중국 공산당이 중앙정치국 회의를 열고 부동산 시장 활성화와 내수 확대를 공언한 지난달 24일 이후 중국 주식 540억위안(약 9조9000억원)어치를 순매수했지만 최근 이보다 더 많은 규모를 매도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실제 중국 증시를 대표하는 지수인 CSI300지수는 지난달 24일(3805.22) 이후 지난 4일(4020.58)까지 5.66% 상승했지만, 현재는 하락세다. 17일 기준 CSI300지수는 3831.10으로 4일 대비 4.71% 하락했다. 중국 채권 시장에서도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고 있다. 중국 외환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외국 기관투자자의 중국 채권 보유액은 3조2400억위안(약 593조3000억원)으로, 전월과 비교해 370억위안(약 6조8000억원) 줄었다.
'차이나 엑소더스'는 중국 정부의 신뢰도 하락과 관련이 깊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하면서 위기관리 역시 엄밀하게 진행하겠다고 밝힌 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대형 부동산 악재가 터졌다고 지적했다.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약 2%에 달하는 부채를 보유한 부동산업체 헝다는 이날 미국 뉴욕연방법원에 파산보호신청서를 냈다.
FT는 "민간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이 최근 상환에 실패했다는 점은 중국 당국이 어려움을 겪는 자국 기업을 구제하는 일을 주저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한다"고 평가했다.
중국 부동산 위기는 국영 기업에까지 전염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 본토와 홍콩에 상장된 중국 국영 부동산 개발업체 38곳 중 18곳이 올해 상반기에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정부가 수차례 경기 부양 정책을 실시했지만 성과가 없다는 데 대한 실망감도 투자자를 중국에서 떠나게 하고 있다. 1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옌스 에스켈룬드 주중 유럽연합(EU) 상공회의소 회장은 이에 "중국 경제의 신뢰 위기에 외국인투자자의 믿음이 산산조각이 났다"고 밝혔다.
외국인 투자자의 '엑소더스'를 막기 위해 중국 증권 당국은 거래 수수료를 낮추고 자사주 매입을 지원하는 내용의 증시 지원책을 이날 발표했다.
[김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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