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하라고요? 지금 상태가 좋아요”… ‘자발적 프리터족’ 택한 MZ세대

최효정 기자 2023. 8. 18.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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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36시간 미만 일하는 청년 104만명
그중 33만명 “현재 생활 만족해”
경기 둔화·기업 공채 감소·최저임금 상승 등이 원인
조직에 얽매이기 싫어 자발적으로 택한 경우도

서울 4년제 대학을 나온 박모(26)씨는 졸업 후 경기도 오산시에 있는 음식점에서 3년째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주 4~5일 오후 5시에서 밤 11시까지 하루에 총 6시간 근무한다. 박씨의 또 다른 직업은 요리 유튜버다. 지난해까지는 영상 구독자가 3000명 정도였지만 최근 한 영상이 ‘알고리즘’을 타면서 3만명까지 늘었다. 이 영상으로 월 200만원 정도 수입을 거두기도 했다.

박씨는 대학교 4학년 때 산학 협력으로 대기업 인턴으로 일했지만 3개월 만에 그만뒀다. 그는 “답답한 조직 생활을 하며 힘들게 살 바엔 내가 쓸 만큼만 돈을 벌고, 하고 싶은 걸 하며 즐겁게 살고 싶다”면서 “현재 생활에 매우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에 전일제로 취직하는 대신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는 청년 ‘프리터족(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들)’이 증가세다. 지난 5월 기준 청년 취업자 중 주 36시간 미만 일하는 ‘초단기 근로자’는 5월 기준 104만3000명으로 전년 대비 22% 늘었다.

초단기 근로자 증가는 기업과 자영업자들이 경기 불확실성 증대로 단시간 일자리를 늘린 게 가장 큰 원인이지만 일부 청년들은 자발적으로 프리터족이 되는 것을 선택했다. 최저임금이 인상되면서 오래 근무해야 하는 전일제 일자리에 얽매이기보다는 최소한의 노동으로 생계를 유지하며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청년들이 늘어난 결과로 분석된다.

서울 중구의 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 직원이 상품을 정리하고 있다./조선DB

◇ 청년 5명 중 1명, 주 36시간 미만 일한다

18일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15~29세 청년 취업자 400만5000명 중 104만3000명은 주 36시간 미만 파트타임 근로자(시간제 근로자)로 일하고 있다. 전체 청년 취업자의 26%로 5명 중 1명꼴이다. 지난해 주 36시간 미만 근로하는 청년 취업자가 85만6000명이었던 것과 비교해 21.8%나 늘었다. 특히 졸업한 이후에도 주 36시간 미만으로 일하고 있는 청년 취업자는 47%(48만9000명)로 시간제 근로자인 청년 취업자의 절반을 차지했다.

자발적으로 취업을 포기한 청년들의 생활 만족도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을 졸업한 후 주 36시간 미만 일하는 청년 취업자의 74.5%(33만3000명)는 ‘계속 그대로 일하고 싶다’고 답하며 현재 생활에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퇴근 시간이 고정적이고 조직에 얽매이는 정규직 일자리보다 임금이 적더라도 근무 시간이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파트타임 비정규직을 선호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경기 둔화로 대기업 신입 공채가 줄고 직업에 대한 청년층의 인식 변화, 최저임금이 올라 아르바이트로도 생계가 불가능하지 않다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지난 1월 소모(27)씨는 반년 넘게 준비한 뮤지컬 무대에 올라 연기를 펼쳤다. /독자 제공

이들은 남는 시간에는 자신의 꿈을 실현하려 노력하거나, 취미 생활을 하는 등 다양하게 보낸다. 소모(27)씨는 대학교 재학 당시 학군단 생활을 하고 이후 장교로 일했지만 지난해 6월 전역한 후 현재 경복궁역 근처에서 한복 대여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근무 시간은 주 30시간 정도에 불과하다. 소씨는 남은 시간을 활용해 극단 활동을 하고 있다. 올 초엔 반년 넘게 준비한 뮤지컬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그는 “전역 후 기업에 취직하는 대신 아르바이트하며 전공인 성악도 살리고 노래를 마음껏 불러 행복하다”라며 “생활비가 넉넉하지 않지만 큰 소비를 하지 않고 장교 생활을 하며 모은 돈도 있어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을 사회에 등장한 새로운 일자리 흐름으로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앞서 일본도 고용 수준이 오르고 시간당 최저임금이 올라가면서 정규직이 아니어도 상관없다는 청년들이 많아진 바 있다”며 “우리나라도 현재 현상을 인정하고 이에 맞는 근로 환경을 잘 구축하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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