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내리자니 위안화 추락 걱정…中 당국 '딜레마'(종합)

김정남 2023. 8. 18.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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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절상 고시…환율 방어 사활 건 중국
"주요 국영은행들에 달러 매도 개입 지시"
경기 부양차 내주 금리 인하 유력 '딜레마'

[이데일리 김정남 박종화 기자] 중국 인민은행이 연일 추락하는 위안화 가치 방어에 나섰다. 가치 하락을 막고자 위안화를 절상 고시했고 주요 국영은행들에 달러화 매도 개입을 지시했다. 다만 인민은행이 경기 부양차 다음주 기준금리를 내릴 게 유력하다는 점은 변수다. 금리 인하는 위안화 약세를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 정책 미세조정이 절실하다는 평가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AFP 제공)

위안화 방어 사활 건 인민은행

인민은행은 18일 위안화 고시환율을 1달러당 7.2006위안으로 전날보다 0.0070위안 높였다(달러화 절하·위안화 절상). 인민은행이 달러·위안 고시환율을 절상한 것은 6거래일 만이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시장 추정 환율(7.3047위안)과는 1% 넘게 차이가 난다. 지난 2018년 시장 추정 환율 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큰 폭 격차가 벌어졌다는 게 블룸버그의 설명이다.

이는 최근 급락하고 있는 위안화 가치를 다시 끌어올리기 위한 조치다. 심지어 역외시장에서 달러·위안 환율은 7.3496위안까지 치솟았다. 2010년 거래 시작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날 위안화 역내 환율은 7.3172위안으로 2007년 1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날 역내 환율은 7.3172위안을 기록했다. 인민은행이 시장에서 형성된 위안화 가치보다 훨씬 높게 고시하는 것은 그만큼 환율 방어 의지가 크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마자빈 자만 호주뉴질랜드은행(ANZ) 전략가는 “인민은행은 금융 안정 이슈를 초래할 수 있는 대규모 위안화 절하 위험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역외 달러·위안 환율은 7.4위안 근처에서 제한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당국이 주요 국영은행들에게 달러화 매도 개입을 통한 위안화 방어를 지시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역내와 역외 시장에서 달러화가 부족하고 위안화가 넘치는 상황을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소식통을 인용해 “위안화 가치가 달러당 7.35위안까지 내렸을 시점에서 이런 지시를 했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지금처럼 위안화 가치가 흔들릴 때 국영은행들이 인민은행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고는 한다”고 전했다. 켄 청 미즈호은행 외환전략가는 “인민은행이 외화 지급준비율을 낮추는 등 환율을 더 적극 방어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중국 당국은 미국 국채를 이전보다 더 팔아 시장 개입을 위한 달러화를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올해 6월 중국의 미국 국채 보유액은 8354억달러(약 1120조원)로 1년 전(9388억달러)보다 11.01% 감소했다. 이는 2009년 5월 이후 14년여 만에 가장 작은 규모다. 그런데 이같은 매도세가 더욱 가팔라질 것이라는 의미다.

이에 이날 위안화는 일단 안정을 찾았다. 역내 시장에서 달러·위안 환율은 장중 7.28위안대에서 줄곧 거래가 이뤄졌다. 전거래일보다 낮은 수준이다.

내주 금리 인하 유력 ‘딜레마’

문제는 인민은행이 마냥 환율 방어에만 주력할 수 없다는 점이다. 부동산 시장을 비롯해 중국 경제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경기 부양 필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민은행은 최근 1년 만기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대출 금리를 기존 연 2.65%에서 2.50%로 인하했고, 오는 21일 사실상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를 내릴 게 확실하다. 역사적으로 볼 때 MLF를 내리면서 LPR을 동결한 것은 전례가 거의 없다. 주목할 것은 이같은 통화 완화 정책이 위안화 약세를 부추길 수 있다는 점이다.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자니 위안화 가치가 더 떨어질 수 있는데, 그렇다고 디플레이션 국면으로 가는 경제를 그냥 놔둘 수도 없다는 게 인민은행의 딜레마다.

자만 전략가는 “인민은행이 강한 환율을 고시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위안화 조정을 용인하고 있다”며 “당국이 위안화를 희생하면서 성장세를 지지할 필요성을 우선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이날 아시아 주요 증시는 중국 불안감 탓에 일제히 하락했다. 중국 본토의 상하이 종합지수는 1.00% 빠진 3131.95에 마감했다. 홍콩 항셍지수는 2.07% 내렸다. 일본 닛케이 지수(-0.55%), 한국 코스피(-0.61%) 역시 하락했다. 우에노 야스나리 미즈호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중국 경제 불확실성에 대한 경계 심리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김정남 (jungki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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