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개선위 설치 작업 착수.... 포스코·KT·Kt&G 지배구조 수술대 올리나
내년 3월 포스코·Kt&G 대표이사 임기 만료...정부 입김 전하는 통로 ‘우려’
국민연금공단이 18일 이사회를 열고 ‘건강한 지배구조 개선위원회(이하 개선위)’ 설치를 논의했다. 개선위는 이르면 연내 출범할 전망이다. 개선위가 생기면 특정 대주주가 없는 소유분산기업에서 논의되는 안건마다 국민연금이 캐스팅보트를 쥐게 될 가능성이 크다. 내년 3월 포스코·Kt&G의 대표이사 임기 만료를 앞두고 벌써 국민연금의 과도한 경영 개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18일 국민연금에 따르면 이날 열린 제9회 이사회에서 개선위를 신설하기 위한 국민연금기금 운용 규정 및 시행규칙 개정 안건이 상정됐다. 이사회를 거쳐 복지부 장관의 승인이 떨어지면 개선위 설립 절차가 진행된다. 국민연금은 이날 이사회에서 논의된 내용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이사회 내용은 내달 발표될 이사회 회의록을 통해 알려질 예정이다.
개선위는 현재 기금운용본부에서 이뤄지는 수탁자 책임 활동을 자문하는 역할이다. 현재는 수책위가 수탁자 책임 활동을 도맡아 진행하는데, 이 활동을 점검하겠다는 구상이다.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추천하는 10명 내외의 민간 전문가로 구성될 예정이며, 위원 임기는 1년으로 두는 안이 유력하다. 개선위 운영 기한은 2년으로 예상된다.
구체적으로 ▲소유분산기업 등의 바람직한 지배구조 방향 제시 ▲의결권 행사 기준의 적정성 검토 및 합리적 개선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 이행 상황 점검·자문 및 개선 등에 대해 방향성을 제시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개선위가 만들어질 경우 수책위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기존 수책위와 역할이 유사하지만, 수탁자 책임 활동을 평가하는 기관이어서 수탁위가 독립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게 어려울 것이란 분석에서다. 현재 수책위는 경영계, 노동계 등 외부 전문가 위원들로 구성돼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개선위는 공단 이사장이 추천하는 구조다. 공단 이사장이 주도하는 옥상옥 구조가 만들어질 경우, 수책위 위상이 흔들릴 수 있다는 비판이 뒤따른다.
시장 관계자들은 개정안 중 ‘소유분산기업 등의 바람직한 지배구조 방향 제시’에 주목하고 있다. 이를 소유분산기업의 대표이사 선임에 적극 개입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어서다. 소유분산기업은 특정 대주주가 없는 이른바 주인 없는 회사를 의미한다. 국민연금이 대주주로 있는 포스코, KT, KT&G 등이 대표적이다.
국민연금이 정권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비판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정부 입김이 개선위를 통해 소유분산기업에 전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지난해 말 국민연금은 소유분산기업의 대표이사 선임에 개입하며 관치금융 논란을 키운 바 있다. 구현모 전 KT 대표의 연임 과정에서 절차의 공정성, 투명성을 문제삼으며 다가오는 주총에서 반대 의결권 행사를 예고했다.
또 다른 소유분산기업인 포스코, KT&G의 경우 현 대표이사 임기가 내년 3월까지다. 연내 개선위가 만들어지면 내년 3월 정기주주총회부터 본격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어 이런 논란이 반복될 수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개선위는 (개선위 역할이) 의견 제시, 자문 정도라고 말할지라도 기업 입장에서는 이를 다르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날 연금행동은 성명서를 통해 “연금행동은 수탁자책임위원회를 유명무실화하고 수탁자 책임 활동을 관치로 격하할 수 있다”며 “건강한 지배구조 개선위원회 설치에 깊은 우려를 표하며, 개정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 바란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런 우려가 커지자 국민연금 측은 “의결권 행사 지침을 마음대로 변경할 수 없으며, 이를 바꾸려면 수책위와 기금운용위원회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개선위는 단순한 자문기구이고, 의결권 행사 방향 결정 등 개별 기업에 대한 역할이나 권한은 없다”며 “현재 국민연금기금 관련 지침상 개별 기업에 대한 의결권 행사 방향의 결정 권한은 기금운용본부 내 투자위원회에 있다”고 해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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