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관 후보자가 말하는 가짜뉴스, ‘정권에 불리한 뉴스?’
정부·여당에 비판적 사례 내용 담겨
“가짜뉴스 확산, 포털 알고리즘의 편향성 등 새로운 형태의 피해로부터 이용자 보호를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과거 어느 때보다 높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18일 국회 인사청문회 모두발언에서 이른바 ‘가짜뉴스’와 관련해 언급한 내용이다. 이 후보자는 청문회 전 국회에 사전 제출한 서면 답변서에서 방통위가 가장 시급히 확보해야할 예산으로 가짜뉴스 대응 예산을 꼽을 정도로 정책적 측면에서 가짜뉴스 대응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이 후보자의 이 같은 가짜뉴스 언급에 대해 정권에 불리한 뉴스를 가짜뉴스로 규정해 비판적인 언론들을 압박하려는 신호탄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실제 이 후보자가 청문회를 앞두고 국회에 제출한 서면 답변서에서 꼽은 가짜뉴스 사례는 모두 정부와 여당에 비판적인 내용들이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MB정부 대변인 시절 YTN 돌발영상 삭제 외압 논란
이 후보자의 이처럼 치우친 언론관에 대한 논란은 이번 청문회에서 처음 불거진 것은 아니다. 이 후보자가 이명박 정부 청와대 대변인을 맡고 있던 2008년 YTN 돌발영상이 삭제되면서 외압 논란이 일었고, 이 후보자의 땅 투기 의혹과 관련된 국민일보 기사가 삭제되는 과정에서도 당시 국민일보 편집국장에게 청탁을 한 정황이 알려지기도 했다. 언론과 누리꾼을 상대로 잦은 소송을 벌인 행태로 인해 이 후보자는 ‘고달(고소의 달인)’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얻기고 했다. 이번 청문회 준비 과정에서도 이 후보자는 지난 10일 서현역 흉기난동 사건 피의자와 관련된 뉴스를 내보내면서 배경 화면에 이 후보자의 모습을 노출한 YTN 임직원을 상대로 3억원의 손배소를 제기했다.
후보자 지명 직후 일부 언론에 “공산당 기관지” 비유
또 이 후보자는 후보자로 지명된 직후 일부 언론을 ‘공산당 기관지’에 비유하는 발언을 하면서 반발을 사기도 했다. 당시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이 후보자에 대해 “뒤틀린 언론관에 소름이 끼친다”면서 “이것으로 이 후보자의 언론관은 명확해졌다. 오직 윤석열 대통령의 입맛에 맞는 보도만 해야 하고 그것에서 벗어나면 공산당 기관지로 취급당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후보자는 지난 1일 정부과천청사 인근 인사청문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면서 “과거에 선전·선동을 굉장히 능수능란하게 했던 공산당의 신문과 방송을 우리가 언론이라 이야기하지 않는 것은 사실과 진실을 전달하는 게 아니라 주장을 전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언론단체 “MB 시절 공영방송 장악 시도 되풀이될 것”
윤석열 대통령이 청문회 결과와 상관없이 이 후보자를 방통위원장에 임명하면 이 후보자는 임기가 23일 만료되는 김효재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을 대신하게 된다. 더불어민주당 추천 김현 위원도 같은 날 임기가 끝나기 때문에 이 후보자와 대통령 추천 상임위원인 이상인 위원 등 2인이 사실상 방통위를 완전히 장악하게 된다. 민주당이 최민희 전 의원을 추천했지만 윤 대통령은 명확한 설명 없이 5개월째 임명을 거부하고 있다. 이 후보자와 윤석열 정부가 앞으로 방송통신 정책을 뜻대로 주무를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로 인해 언론단체와 현업단체는 이 후보자 임명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이명박 정부 시절의 공영방송 장악 시도가 되풀이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이날 오후 7시부터 이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열린 국회 정문 맞은편에서 ‘이동관 후보자 임명 저지를 위한 만민촛불집회’를 개최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언론 관련 단체들도 참여한 이 집회에서 참가자들은 “방송장악 시도, 언론보도 개입, 불법사찰 등 부적절한 처신에도 꿋꿋이 후보자로 앉아있는 이 후보자를 시민의 힘으로 끌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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