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은의 컴파일] 증오범죄 유발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김대은 기자(dan@mk.co.kr) 2023. 8. 18.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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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들어 칼부림 협박 글만 수십 개가 올라왔다는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는 본래 카메라 정보를 공유하는 사이트였다. 사이트 이름인 DC는 디지털카메라의 약자이고, 사이트에 있는 수백 개 게시판 이름이 '○○갤러리'인 이유도 원래 이곳이 직접 찍은 사진을 공유하는 장소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이곳은 '아햏햏' 같은 유행어를 탄생시키는 등 회원 수가 1100만명에 이르는 대한민국 최대 인터넷 커뮤니티로 성장했다.

한때 정보기술(IT) 마니아들의 아지트 같던 이 사이트가 신문 사회면에 오르내리게 된 것은 특유의 익명제와 반말·욕설 문화 때문이다. 이곳에서는 서로가 서로에게 반말과 욕설을 내뱉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진다. 게다가 회원가입 없이도 자유롭게 글을 쓸 수 있어, 경찰이 수사에 들어가지 않는 한 상대방이 누구인지 알 수 없다.

그 덕분에 이곳에서 조회 수, 추천 수가 가장 높은 글이 올라오는 '실시간 베스트 갤러리'에는 차마 얼굴을 맞대고 하기 어려운 이야기들이 자주 오가고는 한다. 예컨대 최근 디시인사이드에서 가장 화두가 되는 주제는 다름 아닌 노산(老産) 문제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어나고 혼인 연령이 늦어지면서 기형아 출산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저출산·고령화 사회에서 충분히 생각해볼 만한 문제이지만, 이들이 제시하는 노산 문제의 해결책은 놀랍게도 여성의 사회 진출을 제한하자는 것이다.

이쯤 되면 디시인사이드는 표현의 자유 최후의 보루인 것 같지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2016년 '메르스 갤러리' 사건이 대표적이다. 인터넷 커뮤니티 '여성시대'에서 사람들이 단체로 몰려와 해당 게시판에 남성 비하적인 글을 올리자, 운영자가 이례적으로 "욕설을 자제해달라"는 공지를 올리고 몇몇 단어를 금지어로 등록하는 등 적극 단속에 나섰다.

일찍이 영미권에서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증오 범죄가 다수 일어나자 '비자발적 독신주의자(involuntary celibate)'를 뜻하는 '인셀(incel)'에 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일어난 바 있다. 취업·결혼 등에 실패한 백인 남성이 게임·만화를 다루는 사이트 포챈(4chan)에서 활동하며 총기 난사 등 다양한 범죄를 일으켰기 때문이다.

한국의 가까운 미래를 엿볼 수 있다는 일본에서도 비슷한 논의가 있었다. 2012년 출판된 책 '거리로 나온 넷우익-그들은 어떻게 행동하는 보수가 되었는가'가 그것이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태동한 반한(反韓) 단체 '재특회'를 다루는 이 책은 "아무것도 가질 수 없는 사람에게 '애국'이란 유일한 존재 증명이 되기도 한다"는 구절로 시작한다. 또 일본 청년이 재특회에 가입하는 이유로 "유사 가족, 인정 욕구,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대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짚는다. 인터넷에 자극적인 글을 올리며 차마 현실에서 충족하지 못한 인정 욕구를 충족하고 인간관계를 맺으며 극단적인 신념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잘 알려진 대로 인터넷 커뮤니티의 수익 모델은 대체로 광고다. 이용자가 자발적으로 올리는 글을 미끼 삼아 광고를 판매하는 것이다. 많은 글이 올라올수록, 조회 수가 높을수록 광고 단가도 올라간다. 현실에서 버림받은 이들의 갈 곳 잃은 분노조차 누군가에게는 돈벌이 수단이 된다.

[김대은 디지털테크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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