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덕의 도시 발견] 기승전 지방소멸은 아니다
버스터미널 폐업이 잇따르고 있다. 2022년 말에 경기도 성남시의 성남종합버스터미널이 폐업했고, 올해 5월 말에는 경기도 고양시에 자리한 두 개의 버스터미널 가운데 고양시청 근처에 자리한 화정터미널이 폐업했다. 여러분이 살고 계신 도시에서도 버스터미널의 폐업 소식을 들으신 적이 있을 터이다.
지역 언론들은 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이라는 관점으로 이 문제에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건 일원론적인 접근이라고 생각한다. 인구가 100만명을 전후한 대도시인 경기도 고양시나 성남시의 성남버스터미널이 폐업한 게 설마 지역 소멸 때문이겠나.
최근 잇따르고 있는 버스터미널의 폐업은 코로나19의 유행에 따른 버스 이동량 감소, 철도 교통의 확충, 지방 간 특히 소도시 간의 이동 수요 감소, 민간이 맡아온 버스터미널·버스교통 시스템의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얽힌 결과라고 나는 보고 있다. 따라서 버스터미널 폐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방안도 이제까지와는 달리 생각해야 한다.
이 문제의 원인을 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이라고 본다면, 지방에 더 많은 재정과 더 많은 자율성을 보장하자는 주장으로 이어질 것이다. 하지만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버스터미널·시내버스 등 대중교통의 공공화, 그리고 대중교통 시스템의 개편과 같은 구체적인 목표가 설정되어야 한다.
그 도시의 외곽에 지어진 철도역에서부터 그 도시 내부로 향하는 대중교통 사정이 나빠서, 중산층 이상의 시민들이 대중교통이 아닌 자가용으로 철도역에 접근하는 도시들이 있다. 행정가들은 본인들이 자가용 타고 다니면서 편리하도록 도로만 넓힐 게 아니라, 근본적으로 자기 도시의 대중교통 시스템이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하실 필요가 있다.
최근 답사에서 대중교통 문제를 뼈저리게 느낀 곳 가운데 하나가 전라북도 전주다. 전주는 시가지의 동쪽 끝에 전주역이 건설되었고, 시가지의 서쪽 끝에 전주·완주혁신도시가 조성되어 있다. 두 지점 사이의 거리는 10㎞가 넘는데, 지도 애플리케이션에 따르면 자가용으로는 30분 안에 주파할 수 있고 대중교통으로는 1시간15분에서 1시간 30분 사이가 걸린다고 나온다.
하지만 지도 애플리케이션상으로는 버스 한 번만 갈아타면 되는 것으로 나오지만, 전주는 도시 규모에 비해서 시내버스 체계가 효율적이지 않다 보니 실제로는 갈아타야 할 버스가 언제 올지 기약이 없다. 전주·완주혁신도시에 거주하는 공공기관 직원 및 그 가족분들의 말씀을 들어보면, 혁신도시에 정착하고 싶어도 이곳에서 전주 시내로 가는 대중교통 사정이 좋지 않아서 생활에 곤란함을 겪는다고들 하신다.
도시 끄트머리에 택지가 조성되어서 대중교통 시스템이 열악하거나, 도심의 재건축을 통해 신축된 아파트단지의 가격이 대기업이나 공공기관 정규직, 또는 금수저가 아니면 구입 불가능한 경우를 거점 도시에서 많이 본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거점 도시에서 살고 싶은 많은 시민들도 어쩔 수 없이 그 도시를 떠나 이웃 도시로 이사 간다.
이처럼 하나의 도시만 바라보면 인구가 감소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광역적으로 보면 인구가 이동해서 바깥 도시들의 인구가 느는 경우를 요즘 전국적으로 확인하고 있다. 한국의 전체 인구가 몇몇 메가시티로 집중되고, 발전 거점이 없는 지역의 인구가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세밀하게 보면 상황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하나의 도시만 보면 자기 도시가 쇠락하는 걸로 착각하게 되지만, 광역적으로 보면 지역 간의 인구 빼내기 경쟁이 일어나고 있는 지역도 많다. 더 많은 사람이 살 수 있는 교통과 주거 여건을 만든 곳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따라서 어떤 도시에서 버스터미널이 폐업하거나 인구가 줄어든다면, 그에 대한 해결책은 인구 감소·지방 소멸 운운하면서 기승전 재정 지원과 지방자치단체로의 권한 이양을 주장해서 엉뚱한 토건사업을 벌이는 것이 아니다. 버스터미널과 시내버스 등 대중교통을 공공화·효율화하고, 중산층 및 그 이하의 경제적 상황에 처한 시민들이 살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거주지가 건설되도록 행정을 펼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김시덕 도시문헌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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