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도 극찬…이선균X정유미 ‘잠’ 극한의 현실 공포 그 자체 (종합)[DA:현장]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2023. 8. 18.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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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도 극찬…이선균X정유미 ‘잠’ 극한의 현실 공포 그 자체 (종합)[DA:현장]

칸 국제 영화제가 먼저 알아보고 거장 봉준호 감독도 극찬한 영화 ‘잠’이 온다. 너무나 일상적인 소재 ‘잠’을 내세워 더욱 현실감 넘치는 공포를 자아낸다.

18일 오후 서울 광진구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진행된 영화 ‘잠’ 기자간담회. 이날 행사에는 주연 배우 이선균과 정유미 그리고 유재선 감독이 참석했다.

‘잠’은 행복한 신혼부부 현수와 수진을 악몽처럼 덮친 남편 현수의 수면 중 이상행동, 잠드는 순간 시작되는 끔찍한 공포의 비밀을 풀기 위해 애쓰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봉준호 감독의 ‘옥자’ 연출부 출신인 유재선 감독의 장편 입봉작으로 지난 5월 제76회 칸 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초청된 바 있다.

앞서 봉준호 감독은 ‘잠’을 관람하고 “최근 10년간 본 영화 중 가장 유니크한 공포 영화이자 스마트한 데뷔 영화”라고 극찬한 바. 이에 대해 유재선 감독은 “직접 듣지 못했고 주워들었다”면서 “정말 영광”이라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는 “(봉준호) 감독님은 관객으로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들을 만드신 분이고 영화인으로서도 닮고 싶은 롤모델”이라며 “감독님이 내 영화를 보시기만 했어도 나는 가슴 뛸 듯이 기뻤을 것 같다. 이렇게 좋게 봐주시고 호평까지 남겨주셔서 진짜 감사드리고 정말 기뻤다”고 존경심을 표했다. 이어 “나에게 전화로 말씀하신 부분은 ‘긴장감이 끝까지 늦춰지지 않아서 좋았다’였다. 무엇보다 두 배우의 열연에 감탄하셨다. 두 배우의 연기가 정말 소름 돋는다고 하셨다”고 덧붙였다.

유재선 감독은 왜 ‘잠’을 소재로 택했을까. 그는 잠과 몽유병에 대해 막연하게 ‘자극적인 소재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가 “문득 몽유병 환자들의 일상은 어떨지, 그의 옆을 지키는 배우자의 일상은 어떨지 궁금해졌다”고 말했다. 유 감독은 “장르영화의 경우 주인공이 공포나 위협의 대상으로부터 도망가거나 멀어지는 게 주된 것인데 우리 영화는 공포의 대상이 사랑하고, 지켜주고 싶은 사람이다. 우리 영화는 인물들이 공포와 위협을 정면으로 돌파해야 한다는 점에 끌렸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시나리오를 쓸 때도 장르 영화에 집중했다. 첫 번째 철칙은 ‘재밌는 장르 영화를 만들자’였다”면서도 “당시 내가 오래 만난 여자친구와 결혼에 임박한 시기여서 내가 가진 결혼의 화두가 시나리오에 녹아든 것 같다. 그래서 알게 모르게 주인공을 신혼부부로 설정하고 결혼생활을 보여준 것 같다. 올바른 결혼생활이란 무엇인가, 문제에 닥쳤을 때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를 생각했다. 하지만 최우선은 ‘재밌는 장르 영화를 만들자’였다”고 밝혔다.

이선균과 정유미가 부부로 호흡을 맞춘 ‘잠’에서 이선균은 매일 밤 잠드는 순간 낯선 사람으로 돌변하는 남편 ‘현수’를, 정유미가 그런 ‘현수’ 때문에 잠들지 못하는 아내 ‘수진’을 열연했다. 두 사람이 작품에서 호흡을 맞추는 건 ‘잠’이 네 번째다.

정유미는 “이전의 작품에서는 함께한 회차가 많지는 않았다. 언젠가 한 번은 드라마나 장편 영화에서 오빠와 꼭 연기를 해보고 싶었다. 유재선 감독님의 첫 영화에서 오빠와 호흡을 맞출 수 있어서 좋았다. 다양한 장르와 캐릭터를 연기하는 분이라 늘 동경하고 있었다. 그런 배우와 연기한다는 것 자체로 영광스러웠다”고 고백했다. 이선균은 “앞서 홍상수 감독님 영화에서 정유미와 많이 호흡을 맞췄는데 일상 연기를 하다 보니까 편하게 호흡이 잘 맞았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드라마나 장르적 영화에서 호흡을 맞춰보고 싶다고 이야기하곤 했다”며 “이번에 기회가 주어졌는데 감독님도 그 전의 일상적인 연기를 보고 캐스팅하신 것 같다. 좀 더 현실에 붙어있는 장르 영화가 나오지 않을까 싶으셨던 것 같고 우리도 거기에 맞춰서 연기했다”고 털어놨다.

이선균은 수면 중 벌어지는 냉장고 폭식 장면의 비하인드를 전하기도 했다. 그는 “초반에 나는 자거나, 잠결에 행동하는 설정이 많고 감정적으로 힘든 연기는 정유미가 도맡기 때문에 나는 그 장면만 하면 되겠다 싶었다. 어릴 때 영화 ‘고래사냥’에서 안성기 선배가 마트에서 생닭을 먹는 장면이 충격적이었는데 대본을 볼 때 그 장면이 떠오르더라. 그런 장면이 주어진다는 게 고마웠다”며 “음식을 기괴하게 집었으면 했는데 감독님이 더럽지 않게 앵글을 잡아주셔서 효과적으로 그려진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선균이 폭식한 음식들은 소품이 아니라 실제 음식이라고. 그는 “진짜였다. 아침에 장 봐온 것들이었고 잘 세척해 위생 상태도 좋았다. 절인 생선을 준비해주셔서 씹을 때 문제없었다”고 설명했다. 유 감독은 “푸드 사이언티스트가 계셨다. 어떻게 하면 배우가 먹을 만할지 이것저것 시도해보고 연출팀과 제작팀이 직접 먹어보면서 시행착오도 많았다”고 첨언했다.

두 배우는 유 감독과 호흡을 맞춘 소감도 전했다. 이선균은 “유 감독이 봉준호 감독에게서 배운 게 많은 것 같다. 정확한 콘티를 가지고 있고 그대로 찍으려는 노력도 그렇고, 대본 자체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떨어지는 맛이 있었다. 데뷔작이면 욕심을 부리는 분들도 있는데 깔끔하게 진행하셨다”고 말했다. 정유미 역시 “내가 느끼기에도 시나리오가 간결하고 명확했다. 어떻게 찍어나가실지 궁금했는데 현장에서도 그렇게 디렉션을 주셨다. 너무 좋았다”고 후기를 말했다.

현실 공포 영화 ‘잠’은 9월 6일 극장 개봉을 앞두고 있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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