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11시간씩 일하는 사립유치원 교사들···80%는 “초과수당 없어”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유치원 교원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현장 간담회에서 참석해 교권 강화와 관련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립유치원 교사들의 적정 근무 시간은 도대체 몇 시간인 건가요? 10시간 이상 근무하며 하루 종일 시달리는데 퇴근시간이 늦어지거나 주말 출근을 하게 되면 그에 대한 보상이 제대로 됐으면 합니다”

“제가 근무하는 유치원은 병가, 연차, 육아휴직이란 말을 전혀 사용하지 않습니다.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죠.”

사립유치원 교사들이 법정 근무 시간보다 매일 평균 3시간 이상씩 더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10명 중 8명은 초과근무를 하고도 수당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영유아교사협회 등 교육 관련 시민단체들이 모인 ‘교육부중심유보통합추진을위한학부모연대’(이하 연대)는 18일 오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대회의실에서 ‘유치원 교사와 보육교사 근무실태 및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열고 이 같은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연대가 지난 3월14일부터 4월16일까지 전국 사립유치원 교사 62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사립유치원 교사의 하루 평균 근무 시간은 10.1시간으로 나타났다.

연대는 “유치원 교사의 특성상 점심시간에도 지도가 이뤄져야 하는 점을 고려하면 일평균 근무 시간이 총 11.1시간”이라며 “이는 사립학교법과 국가공무원복무규정이 정하고 있는 정상 근무 시간을 3.1시간 초과한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응답자 대부분이 초과근무를 하고 있었다. 응답자 10명 중 9명(91.5%)이 초과근무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이 중 한 달에 평균 11일 이상 초과근무를 하는 교사가 절반을 넘었다(51.7%).

그러나 초과근무에 대한 보상은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초과근무수당을 ‘아예 받지 못한다’고 답한 교사가 78.7%에 달했다. 초과근무수당을 받는 교사들 중 유치원에서 정한 초과근무수당을 받는 교사는 12.8%였고, 법정 초과근무수당을 받는 경우는 1.9%에 불과했다. 초과근무수당을 ‘가끔 받는다’고 답한 비율은 6.6%였다.

사립유치원 교사들에게는 각종 휴가 제도도 무의미했다. 절반이 넘는 응답자(56.5%)가 휴가를 제대로 사용할 수 없다고 답했다. 특히 본인이 속한 유치원에 병가 제도가 아예 없다는 응답이 53.3%였다. 육아휴직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답한 비율도 88.8%에 달했다. 본인이 속한 유치원에서 출산휴가를 받을 수 있다고 답한 비율은 6.3%에 불과했다. 연대는 “가장 기본적인 휴가를 보장받을 수 없는 경우 교사의 복지뿐만 아니라 사립유치원 교육의 질에 매우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연대는 “영유아를 담당하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교사들은 여전히 열악한 근로 환경에서 근무하고 있다”며 “유보통합시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거나 복수담임제라도 실시해 교사들의 부담을 줄이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나연 기자 nyc@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