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에서 먼저 알아본 '잠', 이선균·정유미 완벽한 4번째 호흡 (종합)
'잠' 이선균, 정유미가 작품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 호기심을 자극했다.
영화 '잠' 시사회 및 간담회가 18일 서울시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진행됐다. 연출자인 유재선 감독과 배우 이선균, 정유미가 행사에 참석해 기획 의도와 촬영 후일담을 전했다.
연출자인 유재선 감독은 "이 영화의 첫 시작점과 목표는 '재밌는 장르영화를 만들자'였다"며 "시나리오를 썼을 당시에 오래된 여자친구와 결혼이 임박했던 시기라 그런 저의 의식이 시나리오에 녹아들어 있었던 거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바른 결혼 생활은 무엇인가, 문제에 닥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이런 제 생각들이 포함된 거 같다"며 "저의 결혼관에 무조건 동의할 필요는 없지만 그런 화두에 대한 대답을 얻고 싶어 쓴 시나리오였다"고 설명했다.
'잠'은 가장 일상적인 행위인 잠이라는 소재에 '수면 중 이상행동'이라는 독특한 설정이 더해져 섬뜩한 공포를 전하는 작품. 잠드는 순간, 마치 낯선 사람처럼 돌변해 온 집안을 돌아다니며 예측 불가한 행동들을 벌이는 남편 현수(이선균 분)와 그로 인해 잠들지 못하고 불안에 떠는 아내 수진(정유미 분)은 한 공간에 살며, 가장 신뢰하는 존재가 두려움의 대상으로 변하면서 피할 수 없는 공포를 마주하게 되는 과정을 전한다.
의견이 엇갈릴 수 있는 작품의 엔딩에 대해 유 감독은 "봉준호 감독님이 엔딩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는지, 어떻게 해석했는지 누설하지 말라는 팁을 주셨다"며 "관객들이 가져가야 할 재미라는 조언을 해주셨고, 그래서 저도 '잠'의 엔딩에 대해 여기까지만 말하겠다"고 전해 웃음을 자아냈다. 유 감독은 봉준호 감독의 연출부 출신이다.
이선균도 유 감독의 연출 스타일에 대해 "봉 감독님과 오래 작업해서인지 비슷한 부분이 있었다"며 " 콘티도 정확하고, 대본도 군더더기 없다. 첫 영화라 욕심도 많고, 생각도 많을 텐데 굉장히 심플했고, 촬영도 잘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선균은 잠들기 두려운 남편 현수 역을 맡았다. 매일 밤 계속되는 자신의 수면 중 이상행동으로 가족을 위험에 빠뜨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힌 모습부터 마치 낯선 사람처럼 돌변해 끔찍한 행동을 하는 정반대 이중적인 모습을 소화해 러닝타임 내내 숨 막히는 긴장과 공포를 선사한다.
극 중 현수의 이상행동 중 하나로 냉장고에 있는 생고기, 날생선, 날계란을 먹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선균은 "생고기와 생선을 먹는 장면에 나온 것들은 다 진짜였다"며 "연출부가 그날 아침에 장을 봐 온, 신선한 걸로, 생선은 씹을 때 뼈가 세지 않은 걸로 준비해 주셔서 전혀 문제가 없었다"고 전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면서 "어릴 때 '고래사냥'이라는 영화에서 안성기 선배가 마트에서 생닭 먹는 장면이 너무 충격이고, 아직도 생생하다. 그런 장면이 주어진 게 좋았고, 감독님이 잘 찍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정유미는 잠들지 못하는 아내 수진 역을 연기한다. 남편의 수면 중 이상행동으로, 공포스러운 상황에 부닥치지만 가족을 구하기 위해 두려움에 맞서는 적극적인 캐릭터를 선보인다.
정유미와 이선균은 홍상수 영화의 '첩첩산중'을 시작으로 '옥희의 영화', '우리 선희' 등의 작품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고 10년 만에 재회했다.
정유미는 이선균과 호흡에 대해 "다양한 장르,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신 분이라 많은 부분에서 동경을 해왔다"며 "이전에 만나긴 했지만, 같이 촬영하는 회차는 많지 않았다. 감독님의 첫 작품으로 만날 수 있어서 좋은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이선균도 "정유미 씨와 일상적인 연기를 많이 해와 편하게 호흡을 맞췄다"며 "홍상수 감독님 작품을 하면서 드라마나 영화에서 호흡을 맞추고 싶다고 서로 얘길 많이 했는데 이번에 기회가 주어졌다"고 말했다.
'잠'은 2023년 칸 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초청되며 일찌감치 화제를 집중시켰다. 잠이라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일상 소재에 미스터리를 접목해 숨 쉴 틈 없이 전개되는 예측 불가 스토리는 섬뜩한 공포와 긴장감을 선사하며 호평받았다.
유 감독은 "칸에서 인상적이었던 순간은 크레딧이 올라가면서 손뼉을 쳐주셨을 때였다"며 "칸에 초청돼 기뻤지만, 두려움과 긴장도 컸다. 관객들이 보면 반응이 어떨지 걱정됐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한 달 전부터 지속된 두려움이었는데, 끝나고 좋은 반응을 보여주셔서 엄청난 안도감을 느꼈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이선균은 이번 칸 영화제에 '잠'과 '탈출:프로젝트 사일런스' 2개의 작품으로 초청받으면서 화제가 됐다. 이선균은 "운이 좋았다"면서 "매년 가는 건 아니지만, 갈 때마다 설레고 감사하다. 특히 우리 영화가 '칸'의 기운을 받고 시작할 수 있어서 더 좋은 거 같다"고 전했다.
한편 '잠'은 9월 6일 개봉한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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