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틀라스 폴른 "트레일러만 보면 걸작, 뚜껑 열어보니 졸작"
하드코어 액션 RPG 명가 덱13이 새로운 프랜차이즈 '아틀라스 폴른'을 지난 10일 출시했다. 뛰어난 그래픽 퀄리티를 기반으로 거대한 사막에서 펼쳐지는 '모래 액션'이 특징인 3인칭 액션 RPG다.
아틀라스 폴른을 개발한 덱13은 '로드 오브 더 폴른', '더 서지' 등 하드코어 액션 게임으로 유명하다. 개발진은 인터뷰를 통해 '갓 오브 워', '호라이즌 포비든 웨스트' 등의 게임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갓 오브 워와 호라이즌을 재밌게 즐겼기에 기대가 컸다.
특히 트레일러를 인상 깊게 봤다. 공중에서 펼쳐지는 다이내믹한 액션과 화려한 이펙트가 대박이었다. 마치 갓 오브 워와 '몬스터 헌터'를 합쳐 놓은 듯한 게임성이 엿보였다. 또한 모래를 타고 사막을 가로지르는 이동 방식이나 다양한 무기를 통한 자유로운 전투 등 게이머를 흥분시킬만한 요소들이 가득했다.
막상 뚜겅을 열어보니 기대는 금세 실망으로 바뀌었다. 과연 더 서지를 개발한 덱13의 게임이 맞는지 의문이 들었다. 8월 18일 기준 아틀라스 폴른의 메타크리틱 평점은 64점이다. 직접 즐겨본 결과 "64점은 너무 후한데"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스토리는 몰입되지 않았고, 강조했던 전투마저도 완성도가 떨어졌다. 비주얼이나 전투 시스템은 나쁘지 않았다. 그렇다고 "재밌다"라는 건 아니다. 어디까지나 다른 콘텐츠에 비해 봐줄 만하다는 뜻이다.
장르 : 3인칭 액션 RPG
출시일 : 2023년 8월 10일
개발사 : 덱13
플랫폼 : PC /PS5 / XBOX
■ 몰입감 떨어뜨리는 개연성과 서사
출시를 앞두고 아틀라스 폴른이 내세웠던 포인트는 화려한 액션, 스타일리시한 전투였다. 거대한 몬스터를 상대로 펼치는 박진감 넘치는 전투가 아틀라스 폴른의 아이덴티티인 셈이다. 바꿔 말하면 게임에서 전투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고, 스토리 비중은 비교적 낮다는 뜻이다.
물론 갓오브워나 젤다처럼 전투와 스토리를 모두 잡은 게임도 있다. 현실적으로 모든 게임에서 GOTY급 게임성을 바라는 건 무리다. 전투와 스토리 중에서 하나만 완성해도 꽤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아틀라스 폴른 스토리를 감상하면서 "도대체 이게 무슨 말이야"라고 의문이 들 정도로 서사와 개연성이 부족했다. 스토리는 매우 단순하고 직관적이다. 우연한 계기로 강대한 힘이 담긴 '건틀릿'을 얻은 주인공이 인간을 노동의 도구로 사용하는 악신 '텔로스'에 맞서 세상을 구한다는 이야기다.
어디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세계관이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과정도 매우 단순한데 아틀라스 폴른은 기본을 갖추지 못했다. 주인공은 거대한 몬스터를 순식간에 처치할 정도로 강력한 건틀릿을 손에 넣었다. 악신과 바로 맞짱뜰 만한 위력의 건틀릿이다.
그런데 주인공은 일개 군인 대장에게 건틀릿을 빼앗긴다. 그 과정에서 반항하거나 다툼이 일어나지도 않는다. 그저 건틀릿을 가져가는 대장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건틀릿을 되찾으러 가는 과정도 부실하다.
건틀릿을 빼앗기고 아무런 능력도 없는 주인공은 무기를 소지한 대장과 군인 무리에게 당당히 찾아가 건틀릿을 돌려달라고 말한다. 건틀릿을 되찾기 위해서 잠입하거나 전투를 치르는 과정은 전혀 없다. 이후에도 개연성 떨어지는 NPC들과의 관계는 게임 내내 지속된다.
게다가 메인 스토리를 진행하려면 진행 상황에 맞게 건틀릿을 강화해야 한다. 건틀릿 강화도 메인 스토리 속에 녹여냈다면 매우 좋았겠지만, 서브 퀘스트를 강제로 클리어해야 하는 구조다. 퀘스트 목표도 찾기 쉽지 않아서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그만큼 스토리 흐름이 끊겨서 몰입이 힘들었다.
■ 아쉬움이 남는 반쪽짜리 전투
스토리는 전체적으로 아쉬웠던 반면, 전투는 칭찬할 만한 포인트가 꽤 있다. 주 무기와 보조 무기를 상황에 따라 변경해가며 유동적인 전투가 가능하다. 공격 도중에도 언제든지 다른 무기를 사용할 수 있고, 공중 이동과 회피 스킬이 자유롭다.
직관적인 몬스터 패턴도 돋보였다. 몬스터가 강력한 공격을 시전하면 빨간 불빛으로 시각적인 효과가 표시된다. 불빛을 보고 패링을 사용하거나 회피하는 등 액션 게임이 갖춰야 할 요소들은 잘 구현됐다.
에센스 스톤으로 만든 액티브 스킬과 패시브 스킬을 통해 광역 공격을 펼치거나 적을 무력화하는 것도 가능하다. 게임을 진행할수록 다양한 스킬들을 세팅하면서 전투의 재미가 올라갔다.
기본적인 전투 시스템은 잘 갖췄다. 다만 그 외에 다른 요소들이 반쪽 짜리다. 우선 몬스터의 종류가 너무 적다. 패턴도 단순하고 복사, 붙여넣기 수준이다. 단순한 패턴을 커버하기 위해 중간중간 하위 몬스터를 소환하는데, 오히려 불쾌감을 불러왔다.
하위 몬스터는 주변 몬스터의 체력을 회복시키거나 투명화해서 공격하는 등 무시할 수 없는 패턴을 갖고 있다. 거대한 보스 몬스터와 싸우는 동시에 하위 몬스터까지 처리하려니 매우 힘들었다.
부위 시스템도 아쉽다. 거대 몬스터는 부위마다 체력이 존재한다. 각 부위 체력을 모두 깎아야 처치할 수 있다. 문제는 부위를 공략해도 리턴이 거의 전무하다는 점이다. 가령 '외피파쇄자'는 낫 형태의 거대한 앞발이 특징이다. 하지만 앞발을 다 공략해도 패턴 변화는 없다.
게다가 한 번 공략한 부위는 타격이 불가능하다. 모든 부위를 공략하기 위해서 공중 공격을 사용하거나 몬스터 주위를 빙글빙글 도는 등 불편한 전투 양상이 게임 내내 반복된다.
전작인 '더 서지'는 부위 파괴에 대한 리스크와 리턴이 확실한 게임이다. 하드코어 액션 RPG답게 공략은 어렵지만 부위 파괴 시 특수한 설계도 또는 재료를 드롭한다. 굳이 부위 파괴를 하지 않아도 되지만, 보상을 통해서 재미와 동기를 부여했다. 어찌 된 영문인지 아틀라스 폴른에서는 재미와 동기 모두 사라졌다.
■ 퀄리티에 걸맞은 휼륭한 최적화
최근 트리플 A급 타이틀임에도 최적화에 실패한 게임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사이버펑크 2077, 포스포큰, 와일드 하츠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반면 아틀라스 폴른은 뛰어난 최적화를 선보였다.
스팀 소개 기준 권장 사양은 CPU 인텔 코어 i7-9800X/AMD Ryzen5 3600, GPU GTX 1070 Ti/RX 5700으로 게임 퀄리티에 비해 낮다. 기자는 CPU i5-13500, GPU RTX 2060 SUPER를 사용 중이다. 텍스처, 초목, 광원 효과 등 모든 옵션을 매우 높음으로 설정해도 프리징 현상이 발생하거나 프레임이 떨어지지 않았다.
특정 구간이나 이펙트가 과하게 표현되는 상황에는 프레임이 떨어지긴 하지만 크게 신경 쓰일 정도는 아니다.
■ 할인 기다리든지 9월 신작 기대하든지
아틀라스 폴른이 처음 소개됐을 당시에는 훌륭한 비주얼과 역동적인 액션으로 큰 기대감을 불러왔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완성도가 떨어졌다. 훌륭한 재료들로 요리했지만 편의점 도시락만도 못한 결과물이 나온 셈이다.
장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기본에 충실한 전투 시스템과 자유로운 액션, 사막을 횡단하는 이동 시스템, 훌륭한 최적화 등 게임 테마에 맞는 요소들을 잘 구현했다. 다만 앞서 이야기한 단점들이 치명적이다.
액션에 치중한 게임이라도 최소한의 스토리는 전달해야 한다. 대단한 철학적 질문이나 심오한 이야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다. 단순하고 직관적인 스토리도 나름의 장점이 있다. 오히려 직관적인 스토리가 액션과 전투를 극대화하기도 한다. 아틀라스 폴른은 매력적인 캐릭터, 개연성, 서사 모두 부족해서 게임에 몰입할 수 없었다.
지금 당장 아틀라스 폴른을 추천하기는 어렵다. 후속 패치를 통해 게임이 개선된다면 모를까 5만6000원을 주고 구매하기에는 완성도가 떨어진다. 할인 시기를 노리거나 현재 올해의 게임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발더스게이트3' 또는 9월 신작 게임을 기다려보자.
1. 뛰어난 그래픽 퀄리티
2. 주 무기, 보조 무기를 활용한 자유로운 전투
3. 훌륭한 최적화
1. 몰입감 떨어지는 스토리
2. 부족한 몬스터 가짓수와 반복되는 전투 패턴
3. 12시간 남짓한 콘텐츠 볼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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