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호중의 재테크 칼럼]통화정책에 대한 이해
‘통화정책’이란 독점적 발권력을 가진 중앙은행이 통화량이나 금리와 같은 경제지표에 영향을 미쳐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을 달성함으로써 경제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말한다. 우리나라의 통화정책은 물가상승률을 명목기준지표로 활용하면서, 콜(Call)금리를 운용목표로 채택한 체제다. 즉 물가안정목표제 아래 금리중심의 운용방식을 채택한 것이다. 국민경제의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성장을 달성하기 위한 통화정책의 목표가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이라고 못 박은 이유는 이 두 가지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도저히 경제성장이 불가능하다는데 기인한다.
과거 금본위제도(Gold Standard)하에서는 화폐가치의 안정보다는 대외 불균형인 국제수지 불균형을 해소하는 것이 통화정책의 목표였다. 미국의 경우 연방준비제도의 목적이 ‘물가안정’과 ‘완전고용의 달성’이라 규정한 바 있다. 이는 1960년대의 세계적인 호황과 1970년대의 극심한 경기침체를 거치면서 중앙은행의 중요한 역할이 완전고용과 경제의 안정적인 성장이어야 한다는 견해에 따른 것이다.
금융안정을 위해서는 물가안정 기조의 유지가 필요하다. 인플레이션이 고질화 된 경제에서는 금융계약이 장기로 이루어지기 어려워 부채구조가 단기화 된다. 국내통화가치에 대한 불신으로 외국통화표시 부채의 비중이 높아진다. 반면 물가가 안정되어 있으면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낮아져 금리, 환율 등 거시경제변수 뿐 아니라 주가와 부동산가격 등 자산가격의 변동 폭도 축소되는 효과가 있다.
금융자산 가격의 안정성유지도 필수다. 통화정책은 주로 기대요인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장기금리와 환율의 가격 안정성을 중시한다. 장기금리의 급격한 변동은 장기 채권을 보유하거나 거래하는 금융기관은 물론 이의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기업의 재무위험을 높여 금융시스템(Financial System)의 안정을 해친다. 자유변동환율제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환율은 시장에서 결정되므로 통화정책이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다. 이유로는 환율이 비정상적인 변동성을 보일 경우 구두개입이나 기타 정책수단을 활용해 시장에 개입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금융안정은 사후적 위기관리에 해당된다. 은행은 단기로 예금을 수취해서 장기로 대출을 해주기 때문에 보유자산과 부채의 만기가 불일치하는 비즈니스(Business)다. 고객의 예금인출 요구에는 즉각 부응해야 하지만 대출을 회수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금융위기가 발행하여 개별 금융기관 또는 전체 금융시장에 유동성 부족사태가 발생할 때 한국은행은 위기극복을 위해 적격 담보를 바탕으로 충분한 유동성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는 화폐의 독점적 발권력과 무제한 공급능력을 가지고 있는 중앙은행만이 가능한 일이다.
적격증권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즉각적인 유동화가 어려워(Low liquidity) 예금인출에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인 ‘유동성 위기’에 처할 경우에는 채권가격의 비정상적인 하락이 발생하기 때문에 금융시장이 불안정해진다. 이때는 유동성 지원으로 금융시장의 불안한 심리확산을 사전에 방지해야 한다. 부채가 자산을 초과하여 예금인출에 대한 지불능력이 부족한(Insolvency)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원칙적으로 구제금융(Lender of last resort)의 실행은 기업을 구제하기 위함이 아니라 금융시장의 안정을 유지하기 위한 조치다.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의 최종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가 명목기준지표에 목표치를 부여하고 이에 맞추어 통화정책을 수행한다. 목표치라는 준칙(Rule)을 따를 때 정책의 비 일관적인 형태가 억제되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통화량 목표제’, ‘물가안정 목표제’, ‘환율 목표제’ 등이 있다.
‘통화량 목표제’란 통화지표인 M1, M2, M3 등의 증가율을 중간목표로 정해서 이를 달성하는 방식의 통화정책이다. 통화량과 물가간의 안정적인 관계가 중기적으로 지속될 것이라는 전제에 근거를 두고 있다. 1970년대 후반에 많은 국가들이 도입한 바 있다. 인플레이션이 통화적인 현상이라는데 근거를 두는 정책이다. 이후 통화량과 물가 간의 관계가 악화됨에 따라 선진 중앙은행들은 이를 포기했다.
1980년대 들어 금융혁신의 급속한 진전으로 통화지표의 측정이 어려웠을 뿐 아니라 통화지표간의 변동괴리가 나타났는데, 이는 다양한 파생상품의 등장, 통화 공급의 대폭적인 증가, 그림자금융(Shadow banking)의 확대 등에 기인한다. 금융혁신과 통화량의 대폭적인 증가로 더 이상 중앙은행의 정책수단이 광의의 통화량을 직접 통제하는 것이 어려운 것으로 판명되었기 때문이다.
‘환율목표제’는 자국통화와 외국통화간의 교환비율인 ‘환율’을 일정수준에서 고정시키는 것이 통화정책의 목표다. 고정환율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의 통화정책 운영체계는 예외 없이 환율목표제였다. 중심환율을 기준으로 소폭의 변동만을 허용하는 크롤링페그(Crawling Peg)와 같은 중간단계의 환율 제도를 운영하는 국가들이 이러한 환율목표제를 실시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금과 각국의 통화 간 교환비율을 설정하는 ‘금본위제도’나 달러와 금의 교환비율을 설정한 후 각국 통화와 달러의 교환비율을 정한 후 1% 내에서의 등락만 허용했던 ‘브레튼우즈 체제(Bretton Woods system)’ 등은 모두 고정환율제도여서 과거의 통화정책은 세계적으로 환율목표제였다고 말할 수 있다. 특이한 점은 중국은 일정규모 이상의 교역상대국을 대상으로 복수바스켓을 구성하여 교역비중, FDI(Foreign direct investment ; 해외직접투자), 외환거래규모 등 여러 요소를 함께 고려해 비중을 결정하는 ‘관리변동환율제도’라는 것이다.
환율목표제의 장점은 경제 기초여건이 건실한 국가, 특히 물가가 안정된 국가의 통화에 자국 통화가치를 고정시킴으로써 인플레이션을 낮출 수 있다는데 있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은 수입물가 안정으로 큰 혜택이 있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개발도상국의 경우 자국의 사정과 상관없이 수입물가의 안정을 도모할 수 있는 혜택이 있기 때문이다. 높은 인플레이션에 시달리는 저개발국의 경우 강한 기초경제여건을 가진 국가에 통화가치를 연동시키는 것이 국민들의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낮출 수 있는 효과가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통화정책의 목표는 ‘물가안정 목표제(Inflation Targeting)’다. 중앙은행이 통화량, 환율 등 명시적인 중간목표 없이 일정기간 동안 또는 장기적으로 달성해야 할 물가목표치를 미리 제시하고 이에 맞추어 통화정책을 운영하는 방식이다. 중앙은행은 통화량, 금리, 환율 등 다양한 정보변수를 활용하여 장래의 인플레이션을 예측하고 실제 물가상승률이 목표치에 수렴할 수 있도록 통화정책을 운영한다. 실제 물가상승률이 목표치에 수렴할 수 있도록 통화정책을 운영하며, 이후 해당 성과를 평가하고 시장의 기대와 반응을 반영하면서 정책방향을 수정한다.
물가안정 목표제 하에서 목표물가가 정해졌다면 그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실제운영목표는 ‘콜(Call)금리’다. 콜금리란 은행, 보험, 증권사와 같은 금융기관 상호간의 초단기 자금과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시장인 콜 시장에서 결정되는 금리다. 금융회사 간 자금을 30일 이내의 초단기로 빌려주고 받는 것을 콜(Call)이라 부르며, 통상 콜금리는 금융기관 단기자금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 한국은행은 한국자금중개회사와 서울외국환중개회사 등으로부터 기관별로 거래액과 금리를 통보받아 거래액을 가중평균하여 산출한 금리를 공시한다.
통화정책의 목표달성을 위한 정책수단은 다음과 같다. 운용 목표인 콜 금리의 범위가 정해졌다면 실제 콜 금리의 범위를 관리하기 위한 수단으로 여수신 제도, 지급준비제도, 공개시장운용이 있다. 여수신제도는 콜금리 변동의 상하한 설정이 목표이며 지급준비제도는 금융기관의 지준수요의 창출이 목표다. 공개시장운용은 시중 유동성 조정을 위해 통화안정증권이나 환매조건부채권(RP)매매를 한다.
실제로는 세 가지 제도가 함께 작동하며 유동성을 적절한 수준으로 관리한다. 의도한 바대로 움직이기 위해서는 통화정책의 파급경로가 정상적으로 작동해야 된다. 통화정책은 금리, 자산가격, 환율, 기대심리, 신용창출. 위험선호경향 등의 다양한 경로를 통해 총수요에 영향을 미친다. 파급경로는 단기자금시장에서 금융시장 전체로 확산되는 과정을 거친다. 범위는 금융시장에서 실물경제까지 광범위하다.
매 분기 말 미국 FOMC에서 발표되는 연준인사들의 점도표 조정은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를 좌우하는 중요한 이벤트(Event)가 된다. 오는 9월 FOMC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지만 추가 금리인상에 대한 우려가 여전한 상황이고 일부 경기개선 기대감도 있지만 재정적자 확대도 부담 요인이다. 한국과 미국의 금리가 역전되었을 뿐 아니라 그 폭도 크기 때문에 외국인의 채권투자 자금이탈 우려도 확대되고 있어, 한국은행의 입장에서는 대외적인 변수와 물가로 인해 국내 통화정책 결정을 함에 쉽지 않은 자리에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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