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정유미·이선균, 한정된 공간이 주는 기이한 스릴감 [ST종합]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가장 익숙하고 일상적인 공간에서, 가장 사랑하는 이의 기이한 모습을 마주한다. '잠'은 현실적 공포에 낯선 변화를 덧댔다.
18일 오후 서울시 광진구에 위치한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영화 '잠'(연출 유재선·제작 루이스픽쳐스) 언론배급시사회가 열려 유재선 감독과 배우 정유미, 이선균이 참석했다.
'잠'은 행복한 신혼부부 현수(이선균)와 수진(정유미)을 악몽처럼 덮친 남편 현수의 수면 중 이상행동, 잠드는 순간 시작되는 끔찍한 공포의 비밀을 풀기 위해 애쓰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해외 영화인들의 주목을 한눈에
'잠'은 국내 개봉 전부터 2023년 칸 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에 공식 초청됐다. 이 외에도 제56회 시체스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 제48회 토론토 국제영화제에 연이어 초청되는 쾌거를 이뤘다.
이에 대해 유재선 감독은 "칸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순간은 '잠' 영화 크레디트가 올라가고, 좋게 봐주셨는지 자리에서 일어나서 박수를 쳐주셨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칸에 초청돼서 뛸듯이 기뻤지만, 한편으로 가장 크게 느꼈던 감정은 두려움과 긴장이었다"며 "칸에 초청됐지만 막상 관객들이 반응이 어떨지 두려움이 많았다. 그게 영화제 프리미어 하기 전 한달 전까지 지속됐다. 다행히 영화가 끝나고 좋은 반응을 보여주셔서 엄청난 안도감을 느꼈다. 그게 가장 인상깊었다"고 전했다.
특히 이선균은 '잠'과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총 두 편으로 올해 칸 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았다.
이선균은 "매년 칸에 가는 건 아니지만 갈 때마다 벅차고 설레고 감사하다. 이런 기운을 느낄 수 있는 것까지 감사하다. 설렘과 벅참이 많다"며 "저희 영화가 칸에 좋은 기운을 받고 시작했다는 점이 가장 좋고 감사했다"고 말했다.
◆가장 익숙한 곳, 가장 사랑하는 이의 낯선 모습
'잠'은 출산을 앞둔 신혼 부부에게 닥친 '몽유병'이라는 뜻밖의 상황과 함께 시작된다.
'몽유병' 소재에 대해 유재선 감독은 "처음엔 몽유병에 대해서 피상적인 관심이 있었다. 누구나 한 번쯤은 인터넷이나 서로 이야기하는 괴담을 들어봤을 것"이라며 "증상이 너무 심해서 건물 밖으로 뛰어내리거나, 수면 중에 운전을 하거나, 사랑하는 사람을 해치는 등의 괴담이다. 그래서 자극적인 소재가 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간이 흐르면서 곱씹어보니 몽유병 환자의 일상에 대해 궁금해졌다. 동시에 몽유병 환자의 곁을 지키는 사랑하는 사람, 가족들의 모습은 어떨지 궁금증이 생겨서 출발하게 됐다"며 "장르 영화의 경우, 위협의 대상으로부터 도망가거나 멀어지지 않냐. 근데 저희 영화는 공포의 대상, 위협의 대상이 가장 사랑하고 지켜주고 싶어하는 대상이라 멀어질 수도 없고, 자의적으로 같이 있어야 한다. 그 공포와 위협을 정면으로 돌파해야한다는 것이 포인트였다"고 이야기했다.
특히 총 세 개의 장으로 나눠진 '잠'에서 수진 역할을 맡은 배우 정유미는 남편 현수의 변화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며 가장 극적인 상황을 막는 인물이다.
감정선에 대한 고충에 대해 정유미는 "감독님이 매일 찍어야 할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주시고, 그날그날 그것에 대해서 잘 맞춰주셨다. 감독님 머릿 속에 있는 걸 그대로 설명해주셨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스릴러 장르에 덧댄 로맨스 코드
'잠'은 부부에게 닥친 어려움을 극복해나가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장르적 재미와 동시에 의외의 로맨스 코드도 덧대져있다.
이에 대해 유재선 감독은 "시나리오를 썼을 당시에 제가 오래된 여자친구와 결혼이 임박했던 시기였다. 그때 제가 결혼에 대해 가졌던 화두들을 시나리오에 녹였다"며 "올바른 결혼 생활이란 무엇이고, 결혼한 부부는 문제가 닥쳤을 어떻게 할지 많이 녹여냈다"고 설명했다.
또한 유재선 감독은 "두 사람이 발버둥치는 건 스릴러적이다. 동시에 부부의 관계과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며 "일각에선 다른 장르로 해석하기도 한다. 외국에서 코미디라고도 하더라. 다양한 장르를 즐길 수 있는 복합적인 영화가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유재선 감독은 "일단 수진과 현수의 상황이 가장 극적으로 변화하는 세 시기를 콤팩트하게 한 장씩 다루면 재밌을 것 같았다"며 "원래 각 장을 구분할지 고민했다. 결국 3장으로 세팅이 됐고, 그렇게 해서 얻은 좋은 효과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유재선 감독은 "각 장 사이마다 꽤 많은 시간이 흐른다. 시간 텀도 장마다 다르지만 그 사이 큼직한 일들이 발생했다. 영화에선 드러나진 않지만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추측하는 재미도 있다"며 "이건 저에게 연출적으로도 강점이 있었다. 집이 한정된 공간이라서 시각적으로 일관될 수 있다고 본다. 각 장에서 상황에 맞게, 각 장에서 인물들의 심리에 따라 일수에 변화를 줘서 보는 재미가 있지 않았나 싶다"고 전했다.
'잠'은 9월 6일 개봉한다.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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