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들 새 없다..정유미X이선균이 그린 악몽의 롤러코스터[종합]

건대입구=김나연 기자 2023. 8. 18.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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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건대입구=김나연 기자]
사진=이동훈 기자
긴장감 넘치는 악몽의 롤러코스터다. 사랑하는 사람이 공포의 대상이 될 때, 정유미와 이선균이 잠들 새 없는 유니크한 공포 '잠'을 완성했다.

18일 서울시 광진구 건대입구 롯데시네마에서 영화 '잠'(감독 유재선)의 언론배급시사회가 개최됐다. 이 자리에는 유재선 감독을 비롯해 배우 정유미, 이선균이 참석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잠'은 행복한 신혼부부 현수(이선균 분)와 수진(정유미 분)을 악몽처럼 덮친 남편 현수의 수면 중 이상행동, 잠드는 순간 시작되는 끔찍한 공포의 비밀을 풀기 위해 애쓰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그리는 영화.

'잠'은 유재선 감독의 첫 장편 영화. 그는 '은밀하게 위대하게'와 '옥자'의 연출부, '버닝'의 영문 자막 번역 등 다양한 이력을 쌓았다.

지난 5월 21일 프랑스 칸에서 열린 2023년 칸 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초청, 처음으로 공개된 '잠'은 뜨거운 박수와 환호를 이끌어냈다. 유재선 감독은 "칸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순간이 크레딧이 올라가고 자리에서 일어나서 박수를 쳐주셨던 게 기억난다. 제가 칸에 초청됐을 때 뛸 듯이 기뻤지만, 한편으로는 두려움과 긴장감도 컸다. 그러나 다행히 좋은 반응에 엄청난 안도감과 기쁨을 느꼈다"고 말했다.

사진=이동훈 기자
사진=이동훈 기자
유재선 감독은 '잠'의 시작점에 대해 "몽유병에 대한 피상적인 관심이 있었던 것 같다. 증상이 심해서 건물 밖으로 뛰어내린다든지, 사랑하는 사람을 해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봐서 자극적인 소재가 될 수 있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몽유병 환자의 일상을 그리면 어떻게 될까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고 운을 뗐다.

이어 "또한 몽유병 환자보다 그의 가족의 일상은 궁금증이 컸다. 거기서부터 시작됐던 것 같다. 소재의 흥미로운 점은 보통 장르 영화의 경우 주인공이 공포의 대상으로부터 멀어지는 게 주된 이야기의 구조인데 저희 영화는 공포나 위협의 대상을 사랑하기 때문에 멀어질 수도 있고, 정면으로 돌파해야 한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촬영하면서, 또 후반 작업 내내 제1의 철칙은 재밌는 장르영화를 만들자는 것이었다. 시나리오를 쓸 때도 재밌는 장르영화를 쓰자는 생각이었다"며 "시나리오를 쓸 당시에 오래된 여자친구와 결혼이 임박했던 시기였다. 그때 제가 생각했던 결혼에 대한 화두들이 시나리오에 많이 녹아들었던 것 같다. 그래서 주인공도 부부로 설정했고, 올바른 결혼생활이란 무엇인지, 문제가 닥쳤을 때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녹아있다. 관객들이 제 결혼관에 동의할 필요도, 알아차릴 필요도 없지만 제 상황에 따라 무의식적으로 써내려가지 않았을까 싶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관객들에게 물음표를 안기는 결말에 대해서는 "롤러코스터 같은 영화인데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서로 어떻게 해석했는지, 누가 맞는 건지에 대한 대화가 활발하게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며 "여담이지만 봉준호 감독님께서도 엔딩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 제가 어떻게 해석했는지 누설하지 말라고 팁을 주셨다. 관객의 재미를 박탈하지 말라고 하셔서 그렇게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앞서 봉준호 감독은 '잠'에 대해 "최근 10년간 본 영화 중 가장 유니크한 공포 영화이자 스마트한 데뷔 영화다. 가장 평범한 일상의 공간에서 예측 불가능한 커플의 드라마가 펼쳐진다. 나는 관객들이 아무런 정보 없이 스크린 앞에서 이 영화와 마주하기를 바란다"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유재선 감독은 "'10년간 본 영화 중 가장 유니크한 공포 영화'라는 칭찬은 직접 듣지는 못했다. 봉준호 감독님은 닮고 싶은 롤모델이기 때문에 제 영화를 보기만 하셨어도 뛸 듯이 기뻤을 것 같은데 호평까지 남겨주셔서 감사하고 기쁘다"라며 "감독님께서 '끝까지 긴장감이 늦춰지지 않아서 좋았다'고 하셨고, 또 두 배우의 열연에 감탄하셨더라. '소름 돋는다'와 '미쳤다' 중에 하나였던 것 같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사진=이동훈 기자
사진=이동훈 기자
봉준호 감독이 극찬한 정유미, 이선균은 전, 후반의 낙차, 행복과 공포 사이의 간극, 치료로도 해결되지 않는 비현실적인 공포에 맞서 서서히 변해가는 '수진'과 '현수'의 모습을 완벽하게 그려냈다. 정유미는 사랑하는 남편이 잠들면 다른 사람처럼 변해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하자 잠들기 두려운 공포에 휩싸이지만, 남편을 되찾고 가족을 지키려는 적극적 의지로 섬세하게 변해가는 '수진'을 입체적인 연기로 그려낸다.

그는 "점차 변해가는 연기가 힘든 점은 없었고, 감독님의 머릿속에 있는 그림대로 잘 연기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연기했다"면서 이선균과 호흡에 대해서는 "사실 이전 작품에서는 함께 붙는 장면이 많지 않았는데 '잠'에서 호흡을 맞출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며 "많은 분들이 아시겠지만 (이선균은) 다양한 장르,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신다. 배우로서 그런 부분을 동경하고 있었다. 함께 연기한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이었다"고 말했다.

이선균이 연기하는 '현수'는 잠들면 이상한 행동을 저지르고, 다음 날 아침 기억은 없는데 집안에 남은 심상치 않은 흔적을 보며 점점 자기 자신이 두려워하지는 인물이다.

그는 "감정적으로 힘든 연기는 유미 씨가 하고, 저는 잠결에 냉장고를 열어 음식을 먹는 장면만 잘 연기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어릴 때 영화 '고래사냥'을 보고 안성기 선배님이 마트에서 생닭을 먹는 장면이 충격적이었는데 그런 장면을 준다는 게 정말 고마웠고, 조금 기괴하게 찍었으면 했는데 결과적으로 나온 걸 보니까 효과적으로 찍힌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유미와 네 번째 호흡을 맞추는 이선균은 "(정유미와) 홍상수 감독님 영화에서 호흡을 맞춘 바 있는데 일상적인 연기다 보니까 항상 호흡이 잘 맞았던 것 같다. 10년 전부터 드라마나 영화에서 호흡을 맞춰보고 싶다고 얘기한 적도 많았는데 이번에 기회가 주어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잠'도 일상적인 소재에서 시작하는 장르영화다 보니까 감독님도 저희가 했던 일상적인 연기를 보고 캐스팅하신 것 같다"며 "저희도 그거에 맞게 즐겁게 촬영했다"고 덧붙였다.

건대입구=김나연 기자 ny0119@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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