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조원대 신약 개발 잭팟, 다음은 나야나" 유한양행·한미약품 … 바이오 톱10 잡아라

문일호 기자(ttr15@mk.co.kr) 2023. 8. 18.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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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6천억 쓴 국내 바이오 R&D 상위 10곳 분석

'뿌린 대로 거둔다'는 철학의 국내외 제약·바이오 주식이 뜨겁게 타오르고 있다.

이들은 영업이익을 까먹으면서도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려갈 정도로 R&D에 진심인 기업으로 유명하다. 최근 이들 기업은 주가까지 급등하며 주목받고 있다. 147년 역사의 미국 '빅파마(거대 제약사)' 일라이릴리가 대표주다. 올 상반기 R&D 투자비로 5조6000억원을 쓰면서 올해 연간 투자비 10조원에 도전한다. 상반기 매출 대비 투자비는 28.4%에 달한다.

최근 한 달(7월 14일~8월 14일)간 이 제약사 주가는 20% 급등하며 기업가치(시가총액)가 114조원이나 뛰었다. 11년 치 R&D 비용을 한 방에 뽑은 셈이다. 덴마크 빅파마 노보노디스크의 '나비효과' 덕분이었다.

이 기업의 올 상반기 R&D 투자비는 2조6085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39.4%나 늘었다. 최근 노보노디스크의 비만 치료제 '위고비'가 심혈관 질환에도 효과가 있다는 결과가 나온 것은 우연이 아닌 셈이다.

하나의 목적으로 만든 치료제가 복수의 치료 효과를 보이면서 '머니 무브'가 다른 바이오주로도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위고비 심혈관 치료 효과 입증→보험 확대 적용·약값 인하→비슷한 효능의 일라이릴리 치료제(마운자로) 판매 확대→양사 주가 급등'으로 이어진 것.

제2의 일라이릴리 이을 국내 톱10 주식은

매일경제신문은 블룸버그를 통해 국내 톱10 제약·바이오 기업의 올 상반기 매출과 R&D 투자비, 영업이익을 분석했다. 톱10 기준은 2022년 R&D 투자 금액 순이다.

이달 14일까지 상반기 실적이 공개된 곳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SK바이오팜, 유한양행, 한미약품, 녹십자 등 6곳이다. 대웅제약, 종근당, 일동제약, 동아에스티는 지난 1분기 실적을 적용했다.

올해 들어 10곳은 R&D 투자비로 총 6209억원을 지출했다. 매출 합계(6조2522억원) 대비 9.9% 수준이다. 글로벌 빅파마들에 비해선 부족하지만 매년 개선되고 있어 주목된다.

최근 한 달(7월 15일~8월 14일)간 기관투자자들은 10곳 중 9곳에 대해 순매수를 기록하고 있다. 순매수 총액은 3430억원이다. 기관이 같은 기간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3조7000억원 매도 공세인 점을 감안하면 바이오주로의 상대적인 머니 무브가 감지된다.

기관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을 이 기간 1205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코스피 전체에서 6위이며 분석 대상 바이오주 10곳 중에선 1위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올 상반기 1009억원을 R&D 투자에 쏟은 것이 주된 이유다.

매출 대비 투자 비중은 6.4%다. 이 회사는 반도체를 주문해서 제작해주는 대만 TSMC와 비슷한 성격의 바이오 위탁생산(CMO) 업체이기 때문이다.

단순 주문 제작에서 벗어나 신약 개발 능력까지 제대로 갖출 경우 주가가 폭발할 여력이 있다.

흑자전환 기대감 SK바이오팜 주가 미리 뜨거워

매출 대비 투자비 비중으로 따지면 1위는 SK바이오팜(43.3%)이다. 이 신약회사의 실적과 주가는 '세노바메이트'(미국 제품명 엑스코프리)만 보면 된다.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는 2019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고 회사의 주력 캐시카우(현금 창출원)로 자리 잡았다. 이 약 덕분에 SK바이오팜은 자체 신약 개발 이후 미국시장 직접 판매 체제를 갖췄다.

SK그룹 내 위탁생산 업체인 SK바이오사이언스와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아직은 국외에서 대대적인 신약 홍보와 개발, 마케팅을 위해 많은 판매관리비를 쓰고 있다.

작년 상반기 772억원 적자에 이어 올 상반기엔 41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적자폭을 크게 줄였다는 점에서 내년 흑자 전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흑자 전환 시기 역시 엑스코프리 미국 판매량에 달렸다.

기업가치 평가 역시 단순한 편이다. 순현금 1336억원을 바탕으로 한 SK바이오팜의 작년 기업가치는 7조3000억원(SK증권 추산)이다. 최근 한 달간 기관 순매수 금액은 648억원이다. 같은 기간 주가 상승률은 25%에 달한다.

문제는 지난 14일 기준 시가총액이 7조4000억원을 넘어 고평가 논란에 갇혀 있다. 향후 12개월 기준으로 흑자가 난다고 가정했을 때 주가수익비율(PER)이 400배가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독립운동 기업 유한양행 이익 2배 껑충

광복절을 지나면서 '독립운동 기업' 유한양행은 R&D 투자를 늘리면서도 영업이익이 2배 이상 급증해 기관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기관 순매수 금액은 바이오 톱10 기업 중 2위(903억원)다. 여전히 이익을 포기하는 행보가 '착한 기업 투자 심리'를 되살리고 있는 셈이다.

유한양행은 최근 개발한 폐암 신약 '렉라자'를 무상 공급하기로 선언했다. 이 약의 가격은 환자 1인당 7000만원에 달한다.

이처럼 약을 무상으로 제공하거나 R&D 비용을 늘려도 회계상으로는 비용처리돼 영업이익은 줄어들게 마련이다. 실적에 도움이 되지 않는 행보에도 작년 상반기 230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은 올 상반기에 499억원으로 불어났다.

유한양행 3대 캐시카우는 고지혈증 치료제 '로수바미브', 당뇨병 치료제 '자디앙', B형 간염 치료제 '베믈리디' 등이다. 이 중 로수바미브의 매출이 급증했다.

투자 심리를 부추길 일정들도 남아 있다.

유한양행은 9월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세계폐암학회(WCLC 2023)와 10월 유럽에서 열리는 유럽종양학회(ESMO)에서 렉라자의 임상 3상 결과를 발표한다.

바이오업계에선 이번 결과에 따라 내년 상반기 FDA 허가 여부를 가늠해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주주들은 환자들에게 무상 의약품을 제공하듯 배당도 늘려주길 바라고 있다.

최근 3개년 주당 배당금은 300원대로, 배당수익률이 0.5~0.6%에 머물고 있다. 최근 한 달간 주가가 29% 급등하면서 배당수익률이 하락 중이다.

중국에서도 잘나간 한미약품 걱정거리는 상속세

유한양행이 상반기 영업이익 증가율 1위였다면 한미약품은 R&D 투자비 증가율 1위(28.5%)다.

한미약품 매출은 올 상반기에 703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3% 늘었다. R&D 투자비 증가율이 매출 증가율의 2배 이상으로 이 회사의 진심을 엿볼 수 있다.

이 제약사는 국내에서 보기 드물게 여전히 중국에서 돈을 잘 벌고 있다. 중국 현지법인 북경한미약품은 올 2분기에 219억원의 이익을 올렸다. 2분기 매출은 901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이 24.3%에 달한다.

한미약품 전체 영업이익률은 올 상반기 기준 13.2%다. 유한양행(5.3%), 녹십자(1.3%)에 비해 월등히 높다. 고마진 치료제가 잘 팔린 덕분이다. 고지혈증 치료제 '로수젯', 고혈압 치료제 '아모잘탄패밀리' 등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오너와 투자자의 걱정거리라면 승계 구도와 상속세 문제다. 지배구조는 지주사 한미사이언스가 한미약품 등 계열사들을 거느리고 있다. 지주사 주식은 송영숙 한미약품 회장 등 오너 일가가 56.6%를 들고 있다.

2020년 창업자인 임성기 전 회장의 사망으로 송 회장 등 남은 가족들에게 5400억원의 상속세 부담이 생겼다. 송 회장은 창업주의 부인이다.

세금 납부를 위해 지주사 지분을 사모펀드에 팔아 3100억원을 마련했지만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지주사 지분 매각 이후 임주현·임종훈·임종윤 삼남매의 지분율이 6~7%대로 비슷해져 치열한 승계 경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문일호 엠플러스센터 증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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