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미X이선균 '잠', 일상의 소재로 섬세하게 쌓아올린 웰메이드 공포 [MD현장](종합)
[마이데일리 = 양유진 기자] 배우 정유미와 이선균이 주연한 '잠'이 '잠'이라는 일상적 소재에 '몽유병'과 '수면 중 이상행동'이라는 독특한 설정을 곁들여 예측 불허 공포를 선사한다.
18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영화 '잠' 언론·배급 시사회가 진행됐다. 행사에는 정유미, 이선균과 유재선 감독이 참석했다.
유재선 감독의 첫 장편 '잠'은 행복한 신혼부부 현수(이선균)와 수진(정유미)을 악몽처럼 덮친 남편 현수의 수면 중 이상행동, 잠드는 순간 시작되는 끔찍한 공포의 비밀을 풀기 위해 애쓰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제76회 칸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초청돼 월드 프리미어로 상영됐으며 제56회 시체스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제48회 토론토국제영화제에도 초대됐다.
유재선 감독은 "칸에서 크레딧이 올라가고 좋게 봐주셨는지 일어나서 박수를 쳐주셔서 인상적이었다. 칸에 가서 뛸 듯 기뻤지만 두렵고 긴장됐다. 프리미어 한 달 전까지 두려움이 지속됐다. 다행히 좋은 반응을 보여주셔서 엄청난 안도감을 느꼈다"고 돌이켰다.
"촬영 준비와 후반 작업을 하며 첫 철칙은 '재밌는 영화를 만들자'였다"는 유재선 감독은 "시나리오를 썼을 당시 오래된 여자친구와 결혼이 임박했다. 그때 가진 결혼에 관한 화두를 시나리오에 녹였다. 제 의식과 상관없이 알게 모르게 두 주인공도 결혼한 부부로 설정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유재선 감독은 "몽유병에 피상적인 관심이 있었다"면서 "시간이 흐르면서 몽유병 환자의 일상에 궁금증이 많이 생겼다. 보다 몽유병 환자의 옆을 지키는 가족의 일상이 더 궁금해졌다"고 알렸다.
'잠'을 "복합 장르"라 칭한 유재선 감독은 "명확히 무슨 장르라고 생각하고 임하지 않았다. 현수가 수면 중 보이는 행동은 호러일 수 있고 비밀스러운 행동을 푼다는 건 미스터리일 수 있고 부부의 발버둥은 스릴러 같기도 하다. 부부의 관계와 사랑을 다뤄 다른 장르로 해석하기도 하고 외국에선 코미디라고도 하더라"라고 부연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 연출부에 몸담았던 유재선 감독은 "슬프게도 '최근 10년간 본 호러영화 중 최고'란 말을 주워들어야 했다. 기쁘고 영광이었다. 관객으로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를 만든 영화인이자 롤모델이다. 제 영화를 보기만 하셔도 가슴 뛸 듯 기쁜데 좋게 보고 호평도 남겨주셔서 정말 기뻤다"며 "긴장감이 놓쳐지지 않아 좋았다고 하셨다. 두 배우의 연기가 소름 돋는다고 하셨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영화는 1, 2, 3부로 나뉘어 진행된다. 유재선 감독은 "수진과 현수의 극적인 변화를 한 장씩 다루면 재밌겠더라. 장 구분을 할지 말지 고민하다 3장으로 설정했다. 각 장 사이에 꽤 많은 시간이 지난다"며 "집이 한정된 공간이라 시각적으로 일관될 수 있다 생각하는데 인물의 심리에 맞게 미술에 변화를 줘 보는 재미가 있지 않았나"고 자평했다.
정유미가 잠들지 못하는 아내 수진으로 변신했다. 곧 태어날 아이를 기다리며 남편, 반려견과 함께 사는 수진은 자다가 갑자기 눈 뜬 현수가 '누가 들어왔어'란 말을 뱉은 뒤 기행이 점점 심해지자 매일 밤 잠들지 못한다.
정유미는 가파른 변모를 가진 수진을 연기하면서 "힘든점은 딱히 없었다"며 "매일 유재선 감독이 찍어야 할 것을 이야기해주셨다"고 회상했다.
그간 여러 차례 이선균과 합 맞춘 정유미는 "같이 호흡을 할 수 있어 좋았다. 잘 아시겠지만 다양한 장르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해 동경하고 있었다. 함께한다는 것만으로 영광이다. 좋은 시간이었다"고 만족감 표했다.
이선균은 잠들기 두려운 남편 현수 역이다. 연극배우 출신으로 방송 분야에 얼굴을 내밀기 시작한 현수는 어느 날 밤부터 자다 말고 알 수 없는 행동을 하나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잠든 사이 가족을 공격할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휩싸인다.
현수가 새벽에 반수면 상태로 냉장고 속 음식을 마구 꺼내먹는 장면을 두고 "이 장면만 잘하면 되겠더라"라고 입 뗀 이선균은 "어릴 때 영화 '고래사냥' 속 안성기 선배가 마트에서 생닭 먹는 장면을 충격적으로 봤다. 이 장면이 떠올랐다. 주어진다는 자체가 고마웠다. 기괴하게 하려 했다. 결과를 보니 만족스럽다"고 웃었다.
이선균은 "정유미와 홍상수 감독 영화에서 편하게 호흡을 맞췄다"며 "유재선 감독도 저희가 한 일상 연기를 보고 캐스팅하신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무명배우 연기에 나선 이선균은 "유명한 배우가 돼있지만 단역부터 시작해 누구보다 현수를 이해하고 공감한다. 처음 공개하는데 제가 등장하는 드라마나 영화를 잘 못 본다"며 "신인 시절 숨고 싶었던 마음이 공감됐다"라고 밝혔다.
'잠'은 오는 9월 6일 극장에서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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