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현장] "스승 봉준호, '엔딩 스포' 조심하라고"…'잠' 봉준호 키드가 꺼낸 'K-공포' 신기원(종합)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세계가 먼저 알아본 'K-공포' 'K-스릴러'가 늦더위가 이어지는 9월 극장 문을 두드렸다. 스승 봉준호 감독의 작품에서 갈고 닦은 무서운 제자 유재선 감독이 힘든 한국 영화계 새 판을 짤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행복한 신혼부부에게 악몽처럼 덮친 남편의 수면 중 이상행동을 다룬 작품으로 잠드는 순간 시작되는 끔찍한 공포의 비밀을 풀기 위해 애쓰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그린 공포 영화 '잠'(유재선 감독, 루이스픽쳐스 제작). 18일 오후 서울 광진구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잠' 언론·배급 시사회에서 첫 공개됐다. 이날 시사회에는 잠들지 못하는 아내 수진 역의 정유미, 잠들기 두려운 남편 현수 역의 이선균, 그리고 유재선 감독이 참석했다.
'잠'은 귀신이나 혼령 등 초자연적 존재가 공포의 대상이 되는 호러 영화의 흔한 통념을 벗어나 매일 옆에서 함께 잠드는 사람이 마치 다른 사람처럼 변해 기이한 행동을 하는 설정으로 관심을 끌었다. 한국 영화에서 그간 보아온 미스터리 장르 영화의 문법과는 다른 신선한 접근으로 긴장감과 공포감을 선사, 무더운 늦여름을 잊게 만들며 한국 공포 장르 신기원을 열었다. 이러한 '잠'은 올해 열린 제76회 칸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 제56회 시체스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 제48회 토론토 국제영화제, 그리고 제18회 판타스틱 페스트까지 연이어 초청되며 한국 공포 영화의 저력을 과시했다.
특히 '잠'은 '첩첩산중'(09, 홍상수 감독) '옥희의 영화'(10, 홍상수 감독) '우리 선희'(13, 홍상수 감독)를 통해 호흡을 맞춘 정유미와 이선균이 다시 한번 재회해 눈길을 끈다. 행복과 공포 사이의 간극, 치료로도 해결되지 않는 비현실적인 공포에 맞서 서서히 변해가는 인물의 심리를 완벽히 그리며 싱크로율 높은 현실 부부로 변신,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날 유재선 감독은 "재미있는 장르 영화를 만들자는게 내 영화 철칙이다. 몽유병은 자극적인 소재가 될 것 같았다. 몽유병 환자의 일상이 어떨지, 또 그런 환자를 보는 가족이 어떨지 궁금했다. 시나리오를 썼을 당시 오래된 여자친구와 결혼이 임박했던 시기였다. 그 때 내가 가진 결혼에 대한 화두가 시나리오에 많이 녹여져 있었다. 그래서 이 주인공도 결혼 생활에 초점을 가진 것 같다. 올바른 결혼 생활이란 무엇인가 등 생각이 녹여져 있었다. 알아차려 볼 필요도 없지만 그런 화두에 대한 것을 얻어내고자 무의식적으로 쓴 시나리오가 아닐까 싶다"고 연출 의도를 전했다.
열린 결말에 대해서 유 감독은 "사실 봉준호 감독이 '엔딩에 대해 누설하지 말아라' '관객에게 재미를 남겨라' 등의 조언을 해줬다"고 웃었다.
칸영화제 초청에 대한 후일담도 전했다. 유 감독은 "칸영화제에서 '잠' 상영이 끝나고 엔딩크레딧이 올라가자 관객들이 자리에 일어나 박수를 쳐줬다. 그 순간이 지금까지 기억난다. 사실 칸의 초청을 받아 뛸 듯이 기뻤지만 동시에 두려움과 긴장감이 있었다. 막상 관객이 볼 때 반응이 어떨지 두려움이 컸다. 그 두려움이 한달간 지속됐다. 다행히 칸에서 영화에 대해 좋은 반응을 보여줘 엄청난 안도감이 전해졌다"고 곱씹었다.
앞서 유 감독은 봉준호 감독 작품에서 연출팀으로 활동하며 영화를 배운 대표적인 '봉준호 키드'다. 이런 후배의 첫 연출작에 봉준호 감독은 "최근 10년간 본 호러 영화 중 가장 유니크하다"라는 극찬을 남기기도 했다. 이에 유 감독은 "칭찬의 말을 직접 듣지 못했지만 너무 영광이었다. 봉준호 감독은 내가 관객으로도, 영화인으로도 롤모델인 분이다. 내 영화를 봐준다는 것만으로도 기쁜데 호평까지 남겨줘 기뻤다. 봉 감독이 정유미와 이선균의 연기를 보고 '소름 돋았다'였나 '미쳤다'였나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고 고백해 장내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이선균은 "잠만 자고 잠결에 하는 행동만 있어서 수월했다. 어릴 때 '고래사냥'이라는 영화를 보고 안성기 선배가 생닭을 먹는 장면을 보면서 충격을 받았다. 이번에 촬영하면서 그 장면이 생각났는데 좀 더 기괴하게 보이길 바랐다. 유 감독이 더럽지 않게 앵글을 잡아줘 효과적으로 보이게 된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잠'을 통해 벌써 네 번째 호흡을 맞춘 정유미와 이선균은 서로의 호흡에 대해서도 남다른 케미를 과시했다. 정유미는 "이선균과 많은 호흡을 맞췄지만 정작 신에서 만나는 회차는 많이 없었다. 늘 같이 오래 호흡을 맞추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가 이번에 풀었다. 이선균 선배는 다양한 장르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한 분이지 않나? 늘 동경하던 분이었고 이번에 함께해 너무 영광이었다"고 답했다.
이선균은 "홍상수 감독 영화에서 일상 속 연기를 해왔다. 10년 전부터 서로 좀 더 긴 호흡을 맞추고 싶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왔다. 유 감독도 '잠'이라는 것 자체가 소재와 장르에서 시작한 영화라 일상적인 우리의 모습을 보면서 캐스팅한 것 같다"고 밝혔다.
'잠'은 정유미, 이선균이 출연했고 유재선 감독의 첫 장편 연출 데뷔작이다. 오는 9월 6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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