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만한 덩치에 둥근 코…‘매력덩어리’ 비행기의 모든 것
임재한 지음 | 어크로스 | 280쪽 | 1만7800원
가끔 액션 영화를 보면 눈이 가려진 채 차로 납치된 주인공이 ‘우회전, 좌회전, 다시 우회전, 직진…’ 같은 말을 외우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앞을 볼 수 없는 상태에서 차의 움직임을 토대로 자신이 어느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는지 가늠하는 것이다. 영화에서만 가능한 일일까. 꼭 그렇진 않다. 비행기도 유사한 방식으로 아무것도 없는 하늘에서 길을 찾는다. 이동 방향에 이동 속도, 이동 시간 정보를 취합해 위치를 추정하는 것을 ‘추측 항법’이라고 한다.
<플라잉>은 ‘비행기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담은 책이다. 항공우주 엔지니어인 저자 임재한씨는 항공사고 관련 다큐멘터리를 보다 비행기의 매력에 빠졌다. 비행기는 모순덩어리다. 수백t의 차가운 쇳덩어리 속에는 사람들이 먹고 자고 놀 수 있는 안락한 공간이 있다. 자동차보다 사고 위험이 적다면서도 지극히 사소한 이유로 허무하게 추락해 버리기도 한다. 저자는 어린 시절 비행기를 보며 누구나 한번쯤 해봤을 법한 질문(비행기는 어떻게 하늘을 날아?), 어른이 된 뒤 비행기표를 사면서 들었던 짜증스러운 의문(왜 좌석별로 돈을 다르게 받지?)에 대해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며 차근차근 설명한다.
비행기에 관해 몰라도 전혀 상관없지만 알면 재미있는 내용들이 많다. 비행기의 코가 뾰족하지 않고 둥근 이유는 공기가 의외로 끈적끈적하기 때문이다. 점성이 있는 공기는 달리는 물체의 표면에 달라붙는데, 코를 뾰족하게 만들면 표면적이 넓어져 더 많은 공기가 붙는다. 공기 저항을 줄이려면 오히려 적당히 둥근 모양이 낫다.
연료를 최대한 아끼면서도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선 비행기의 중앙부부터 승객을 배치해야 한다. 승객이 원하는 좌석을 고르면 이상적인 무게중심이 깨진다. 좌석의 차등요금은 그 대가다.
김한솔 기자 hanso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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