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기소’ 조지아주 대배심원 신변 위협···당국 수사 착수
2020년 미국 대선 결과를 뒤집기 위해 압력을 행사한 혐의로 최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재판에 넘긴 조지아주 검사와 대배심원들에게 신변 위협이 가해지면서 당국이 수사에 나섰다.
17일(현지시간) AP통신 등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기소를 결정한 조지아주 풀턴 카운티 대배심원들의 이름과 주소가 담긴 개인정보가 최근 온라인에 공개됐다.
조지아주에서 대배심원 명단은 공공 기록으로 열람이 가능하지만, 이들의 주소지 등 신원을 특정할 수 있는 개인 정보는 공개하지 않는다. 그러나 지난 14일 기소 결정 후 이런 정보를 담은 게시물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확산하며 트럼프 극렬 지지자들에 의한 이른바 ‘좌표 찍기’ 및 신변 위협에 노출됐다고 통신은 전했다. 위협을 느낀 일부 배심원들은 보복이 두려워 이사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풀턴 카운티 보안관실은 “우리는 이 문제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위협 행위를 수사하는 한편 배심원들에 대한 안전 조치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변호사협회도 성명을 통해 “조지아 대배심은 민주주의를 위한 의무를 다했다”면서 이들에 대한 위협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개입 혐의를 수사해 재판에 넘긴 패니 윌리스 풀턴 카운티 검사장에 대한 트럼프 지지자들의 모욕 및 협박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이들은 풀턴 카운티의 첫 흑인 여성 검사장인 윌리스 검사장을 향해 인종차별적인 모욕을 쏟아내고 있다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지자들의 이런 과격 행위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배심원 개인정보 유출 문제를 처음 공론화한 비영리 연구조직 ‘민주주의 진전’(Advance Democracy)의 댄 존스는 “트럼프와 그의 동료들이 낸 성명이 계속 온라인에서 폭력적 언어와 위협을 조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을 수사하는 검사를 공개 저격하며 지지자 선동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자신을 ‘성추문 입막음’ 사건 관련 회계 조작 혐의 등으로 기소한 엘빈 브래그 뉴욕 맨해튼 검사장을 “인간쓰레기” “짐승”이라고 지칭하며 맹비난했고, 백악관 기밀문서 유출 혐의와 대선 개입 혐의로 자신을 두 차례 재판에 넘긴 잭 스미스 특별검사를 향해선 “정신이상자”, 윌리스 검사장에 대해선 “인종차별주의자”라고 비난을 쏟아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사건을 담당하는 검사와 판사가 그의 지지자들로부터 살해 협박에 시달리며 당국이 수사에 나선 것만 여러 차례다.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개입 사건 재판을 담당하는 연방 판사를 죽이겠다고 협박한 텍사스 여성이 기소되기도 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상대방에 대한 공격과 공적 광장에서의 전투는 트럼프가 60년간 고수해온 ‘검증된 각본’”이라며 “그는 다시 공격에 나섰고, 자신에게 가장 편안한 장소인 ‘광장’으로 싸움을 가져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대선 개입 관련 재판을 내년 11월 대선 한참 뒤인 2026년 4월로 미뤄줄 것을 연방 법원에 요구했다고 이날 AP통신이 보도했다. 이 사건과 관련해 검토해야 할 자료가 방대해 준비에만 3년 가까운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미국 법무부는 이 사건 공판을 내년 1월2일 시작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이 재판은 2020년 대선 불복 시도와 연관된 ‘1·6 의사당 폭동’과 관련된 것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일 연방 특검에 의해 기소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내년 대선을 15개월 앞두고 4개의 개별 형사 사건에서 총 91건의 범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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