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옆에 미술관 가요"…아파트 단지에 둘러싸인 마법의 공간

이한나 기자(azure@mk.co.kr) 2023. 8. 18.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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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서울미술관 10주년 기념전
문화시설 드문 곳 자리잡아
지역공동체와 상생하며 운영
회화·사운드·영상·설치예술 …
젊은 작가 상상력 한데 모아
북서울시립미술관 개관 10주년 기념전 '열개의 주문'에서 고 박이소 작가의 '당신의 밝은 미래'(2002)옆 오른쪽 벽에 전병구 작가의 회화 작품들이 걸려 있다. 서울시립미술관

발걸음부터 조심해야 한다. 자칫 잘못하면 바닥에 널브러진 도자기 조각과 거울 등을 건드려 깨뜨릴 수 있다. 익숙한 장난감 피규어와 오렌지·파 같은 신선식품도 작품 일부로 등장했다. 대체로 어린아이 눈높이에 맞춰진 듯싶다. 서울 노원구 중계동에 있는 서울시립미술관 분관인 북서울미술관에서 만난 박경률의 작품 '만남의 광장'(2023)은 회화, 조각, 고무줄, 나무 봉, 구슬 등으로 이뤄진 설치 작업이다. 꿈속 장면처럼 흩어진 파편과 일상품은 바닥에 놓인 거울을 통해 관람객이 각자 방식으로 새로운 장면을 또 만나게 열어준다. 지역 공동체와 상생하는 미술관의 정체성을 잘 드러내는 이 작품은 올해 개관 10주년 기념전 'SeMA 앤솔러지: 열 개의 주문'을 위해 만들어졌다. 전시를 기획한 송가현 학예연구사는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적극적인 창조 행위로서 '상상'에 주목해 작가를 초대하고 과거와 미래를 넘나드는 새로운 풍경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작고한 작가 박이소(1957~2004)와 구기정, 권혜원, 기슬기, 김상진, 노은주, 박경률, 박성준, 전병구, 최재원(시인) 등 왕성하게 활동하는 젊은 작가 9인의 회화부터 사운드, 설치, 영상까지 다채롭게 펼쳤다.

박이소의 '당신의 밝은 미래'(2002)는 눈이 부신 조명을 벽쪽에 설치한 작품을 통해 역설적으로 밝지 않은 현실을 은유한다. 시대의 어둠을 보는 예술가이자 후배 작가를 이끌어주는 역할을 맡았다.

10주년 기념 취지에 맞게 제작된 작품이 눈길을 끈다. 기슬기의 '현재 전시'(2023)는 전시장 1층과 2층을 연결하는 거대한 벽에 미술관 개관 후 10년간 열린 전시 포스터 91개를 모아 과거를 훑었다.

권혜원의 8분짜리 영상 '초록색 자기로 된 건축물'(2023)은 먼 미래에 북서울미술관이 소멸했다는 가정하에 파편 같은 기록 정보를 탐색하고 고해상도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처럼 표현한 공상과학(SF) 단편영화다. 작가는 미술관 장기 근속자 6명을 통해 숨겨진 공간 정보를 채집하고 미래에 구현된 과거를 상상했다. 전병구의 회화는 포장지가 뜯긴 사탕 등 일상에서 우연히 마주친 장면이 생경하게 느껴지는 순간적 정서를 표현해 흥미롭다.

백기영 북서울미술관 운영부장은 "북서울미술관은 미술관을 넘어 지역 공동체와 함께하는 문화예술 공간으로서 10주년을 맞아 앞으로 더 주목받는 다채로운 기획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3년 상대적으로 문화시설이 부족한 서울 동북부 지역에서 개관한 이 미술관은 주변 아파트 단지와 근린공원에 둘러싸인 입지를 고려해 어린이와 가족 단위 관람객이 즐길 현대미술 전시와 교육·체험 프로그램으로 호평받고 있다.

[이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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