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유덕열 전 동대문구청장 공소장 보니…“직원들, 마이너스 통장 만들어 현금 요구에 대비”
유덕열 전 서울 동대문구청장이 재직시절 수천만원의 업무추진비를 허위 명목으로 현금화한 뒤 일부를 개인 여행 경비나 지인·친척에 송금하는 등 사적으로 사용했다고 검찰이 공소장에 적시했다. 검찰은 구청 업추비를 관리하는 행정국 직원들이 유 전 구청장 측 현금 요구에 대비해 개인 명의의 마이너스 통장(계좌)까지 개설했으며, 추후 입금된 업추비로 사비 지출 부분을 보전하기도 했다고 적었다.
경향신문이 18일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유 전 구청장의 공소장을 보면, 구청 행정국 직원은 2014년 8월부터 12월까지 총 18회에 걸쳐 허위 격려금·경조사비 명목으로 업추비 합계 2840만원을 현금화했다. 이후 유 전 구청장이 이 돈을 받아 보관했다. 검찰은 유 전 구청장이 이 돈을 여행경비나 지인 선물 및 화환 대금 등 개인 용도로 사용했다고 봤다. 직원들은 2020년 1월~2021년 5월에도 허위 명목으로 8160만원의 업추비를 현금화했다. 유 전 구청장은 이 돈 일부를 지인 및 친척에게 송금하거나 지인에게 줄 선물을 사는 데 썼다고 한다.
검찰에 따르면 비서실 직원들은 유 전 구청장의 지시에 따라 업추비 집행을 담당하는 행정국 서무 직원들에게 수시로 현금을 요구했다. 업추비의 구체적인 용처는 밝히지 않았다. 검찰은 행정국 서무 직원들이 비서실의 현금 요구에 대비해 ‘개인 명의의 마이너스 계좌’까지 개설했다고 공소장에 적었다. 직원들은 사비로 비서실에 현금을 우선 지급한 뒤 업추비 예산에서 보전받았다고 한다. 유 전 구청장은 2018년과 2019년 저소득층 지급용 명절선물 세트 일부를 자신의 지지자와 지인들에게 준 혐의도 있다.
쇼핑백에, 업무 결재판에 승진 뇌물 전달…“유덕열이 승진후보자 직접 지명”
유 전 구청장은 직원들에게 금품을 받고 승진을 도운 혐의도 받는다. 2013년 12월 무렵 ‘승진을 하려면 직소민원실장을 통해 구청장에게 돈을 줘야한다’는 소문을 접한 6급 공무원 A씨는 해당 실장에게 3000만원이 든 쇼핑백을 전달했다고 한다. 유 전 구청장이 이런 사실을 보고받았으며, 이듬해 5급 승진인사에서 A씨가 승진예정자가 될 수 있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구청의 공무원 승진 인사가 대체로 유 전 구청장이 지정한 순위를 바탕으로 이뤄졌다고 봤다. 유 전 구청장이 승진후보자 순위를 직접 연필로 기재하면, 이를 전달받은 인사담당자 등이 해당 순위대로 승진후보자 명부가 작성될 수 있도록 작업한 다음 유 전 구청장의 승인을 받았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같은 위법한 인사 정황이 2016년, 2019년, 2020년, 2021년 상반기까지 있었다고 본다.
검찰은 지난달 13일 유 전 구청장을 뇌물수수, 업무상횡령, 직권남용, 지방공무원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첫 재판은 오는 30일 열린다.
유 전 구청장은 혐의를 모두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경찰 입건 당시에도 “직원들로부터 금품을 일절 받은 적 없다”며 “업무추진비 횡령 사실도 없으며 보도된 사항은 누군가의 투서에 의한 것으로 짐작된다”고 했다. 그는 “다만 업무추진비 집행과 관련해서는 일정 부분 규정 준수 여부에 대해 견해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강연주 기자 pla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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