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탈북자, 유엔서 北김정은에 인권유린 질타...“죄짓지말고 인간답게 행동하라”

한예경 기자(yeaky@mk.co.kr) 2023. 8. 18.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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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공조로 6년만에 열린
안보리 북한인권 공개회의
52개국 기자회견서 동참 촉구

17일(현지시간)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공식회의에 탈북 청년이 나와 북한의 인권 침해 실상을 고발했다. 안보리 대표단이 모인 자리에서 영어로 증언하던 그는 발언 말미에 한국어로 북한 김정은 정권에 공개적으로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탈북민 김일혁씨(오른쪽)가 1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북한 인권 문제를 주제로 한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AP연합>
북한이탈주민으로 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에 재학 중인 김일혁씨는 이날 북한 인권 문제를 주제로 한 안보리 공개회의에서 시민사회 대표 자격으로 북한의 인권 침해 실상을 증언했다. 안보리에서 북한 인권 문제에 관한 공개회의가 열린 것은 2017년 이후 약 6년 만에 처음이다. 이달 안보리 의장국을 맡은 미국이 인권문제를 기치로 내걸었고, 한국과 일본이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강력히 요구하면서 이날 회의가 성사됐다. 중국과 러시아 등 일부 이사국의 반대로 안건 상정을 위해 절차 투표를 거칠 것이란 예상과 달리 공개적인 반대 의사 표시가 없어 북한 인권 문제 안건은 투표 없이 의제로 곧바로 채택됐다.

함경북도 출신인 김씨는 지난 2011년 가족과 함께 탈북한 뒤 한국에서 대학에 다니며 북한의 인권 실상에 대해 고발하는 활동 등을 해왔다. 김씨는 이날 회의에서 김씨 가족의 탈북 사실을 신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고모가 어린 자녀와 헤어진 채 정치범 수용소에서 수개월간 고문과 구타를 당해야 했다고 고발했다. 그는 “고모가 체포돼 가족과 헤어질 때 조카 나이가 고작 3살, 5살이었다”면서 “나의 행동으로 고모와 두 조카가 왜 그런 운명을 감내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김씨는 마무리 발언에서 한국어로 “독재는 영원할 수 없습니다. 더 이상 죄짓지 말고, 이제라도 인간다운 행동을 하기 바랍니다”라며 북한 정권을 향해 호소하기도 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김씨 발언 후 “오늘 우리는 자신이 겪은 끔찍한 일을 세상에 알린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었다”며 “김씨의 용감한 발언에 영감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황준국 유엔대사는 탈북 청년들과 만남 경험을 얘기하며 국제사회가 미래 세대를 위해 북한 인권 문제에 관심을 가져줄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날 안보리 회의 종료 후 한미일 등 52개국 대표들은 유엔본부에서 약식 회견을 열고 북한의 인권 상황 개선을 위해 유엔 회원국들의 동참을 호소했다. 한미일 등 52개국과 유럽연합(EU)이 동참한 공동 발원문에는 북한 인권 문제의 중요성과 이날 안보리 회의 개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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