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수도권 경쟁력 모두 오합지졸 [배종찬의 민심풍향계]
與, ‘대선-지선 우세’ 분위기 유지 못 해
野, ‘정권 견제론 우세’ 여론 못 살려
(시사저널=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2024년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이제 7개월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내년 총선은 사실상 수도권 선거라는 분석이 많다. 역대 선거에서 수도권 지역이 중요하지 않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지만, 내년 선거는 더욱 그렇다. 영남과 호남은 이미 특정 정당의 텃밭 성격이 강하고 오랫동안 국회 다선을 차지해 왔던 정치인들이 자신의 기반을 단단히 다져둔 지역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중도 성향이 강하고 특정 정당의 독무대가 만들어지지 않는 수도권이야말로 역대 선거를 좌지우지한 열쇠가 되어왔다.
서울·인천·경기의 수도권 지역은 전체 국회의원 선거 지역구 중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그 규모 면에서 전체 선거 결과를 결정하는 곳이 된다. 2020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수도권 지역구 의석수는 121석(서울 49, 경기 59, 인천 13)이나 된다. 수도권 지역의 특성 중 또 하나는 변동성이다. 어느 한쪽으로만 일방적으로 쏠리지 않는다. 지난 국회의원 선거는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이었다. 수도권 121곳 지역구 중 거의 대부분인 103석을 민주당이 가져갔다. 완승이었다.
그러나 서울 민심은 1년여 만에 다시 달라진다. 2021년 4월7일 재보선에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는 57.5%로 투표한 유권자 10명 중 6명에 가까운 표를 가져갔다. 민심이 변한 것이다. 그리고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실시된 2022년 3월10일 대통령선거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서울에서 50.56%를 득표하며 민주당 이재명 후보(45.73%)보다 30만 표를 더 얻었다. 당시 윤 후보가 전체 선거를 이기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 곳이 바로 서울 지역이었다. 인천은 두 후보의 결과가 비슷했고 경기도는 이 후보가 광역단체장을 했던 곳으로 윤 후보를 이기는 결과가 나왔다.
윤 대통령 지지율 정체…與, 후광효과 기대 어려워
내년 총선에서도 수도권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선거법이 바뀌지 않는다면 120석이 넘는 자리가 달려 있고 현역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정당은 민주당이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 총선의 수도권 판세에 첫 번째로 중요한 기준은 '선거의 구도'다. 흔히 선거는 구도의 싸움이라고 한다. 정권 중간에 치러지는 투표이기 때문에 '정권 견제'인지 '정권 안정'인지 유권자의 판단이 나뉜다. 내년 선거를 바라보는 유권자의 판단은 어느 쪽에 더 유리할까.
연합뉴스와 연합뉴스TV가 메트릭스에 의뢰해 8월5~6일 실시한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2024년 4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는데 바람직한 국회 구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았다. 전체 결과로 '국정 운영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여당이 다수당이 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40.2%, '정부와 여당을 견제하기 위해 야당이 다수당이 되어야 한다'는 응답이 44.9%로 각각 나타났다. 별 차이가 나지 않는다. 수도권은 어떨까.
서울 지역은 '야당이 다수당이 되어야 한다'는 응답이 45.7%, '여당이 다수당이 되어야 한다'는 41%로 각각 나왔다. 인천·경기는 '야당'이 46.8%로 나타났고 '여당'은 37.4%로 나왔다(그림①). 전체 결과에서는 정권 견제와 정권 안정이 크게 차이 나지 않았지만 수도권만 놓고 보면 정권 견제 쪽에 더 무게가 실려 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수도권 위기설'과 무관하지 않다. 유권자들의 현직 의원에 대한 '교체 의향'이 강할 수도 있지만 100명이 넘는 수도권 야당 현직들의 '현역 프리미엄 효과'(Incumbency Effect)일 수도 있고, 지난해 대선과 그 직후의 지방선거와는 달리 윤석열 정부의 독주를 보면서 다시 수도권 민심이 정권 견제 쪽으로 가 있는 이유로 풀이된다.
민주당, 수도권 지지율에서 국민의힘에 밀려
지난해 대선 그리고 지방선거와는 달라진 수도권 민심은 '대통령의 국정 운영 평가'에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대선은 윤석열 후보가 서울·인천·경기 중 서울에서만 승리를 거두었지만, 지방선거는 서울과 인천에서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됐다. 경기지사 선거 또한 석패하기는 했지만 기초단체장 선거에선 경기도의 33곳 중에서 국민의힘이 22곳을 가져갔다. 경기도 역시 사실상 국민의힘 승리였다. 당시 지방선거 압승의 원동력은 대통령 지지율이었다. 윤 대통령의 임기가 1년3개월 정도 지나가는 시점이지만 지난해 지방선거 직전이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가장 높았던 때였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한국갤럽이 자체적으로 8월8~10일 실시한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는지, 잘못 수행하고 있는지' 물어보았다. 전체적으로 잘하고 있다는 긍정평가는 35%,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평가는 57%로 나타났다. 수도권이라고 더 나은 상황은 아니다. 서울은 긍정 36%, 인천·경기는 31%로 나왔다(그림②). 이 정도의 대통령 긍정 지지율로는 지난해 지방선거 때 각 지역의 후보자들이 윤 대통령의 이미지를 무기로 삼았던 후광효과(Halo Effect)는 발현되기 힘들어진다.
그렇다면 수도권 총선 구도나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을 볼 때 민주당에 수도권 판세가 훨씬 더 유리해진 것일까. 그렇지 않다. 한국갤럽의 정당 지지율 조사(8월8~10일)에서 '어느 정당을 지지하는지' 물어보았다. 전체 결과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36%, 민주당은 30%로 나왔다. 수도권인 서울에서 국민의힘은 34%, 민주당은 27%로 나타났다. 민주당 소속 김동연 지사가 있는 경기도를 포함한 인천·경기에서는 두 정당의 지지율이 똑같았다(그림③). 현직 지사가 민주당 소속이지만 현직 효과가 정당 지지율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은 경우다.
내년 총선을 앞둔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경쟁력 상태를 보면 오합지졸이다. 상대방을 압도할 경쟁력이나 잠재력이 나오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은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의 수도권 우세 영향력을 지난해 지방선거 이후 유지하지 못하고 있고, 민주당은 수도권 총선 구도가 야권에 유리하고 현역 의원이 다수라는 장점을 못 살리고 있다.
내년 선거는 이른바 수도권 총선이라고 할 수 있다. 영남과 호남에서는 특정 정당의 패권이 계속 유지되고 있는 상태에서 다수당과 과반 정치 세력을 결정하는 핵심 지역이 수도권 지역이다. 정치적으로 중도 성향이 많은 지역이고 선거에서 표심이 끝까지 이리저리 움직이는 부동층이 많은 지역으로 설명된다. 수도권은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투표해'라고 할 수 없는 지역이므로 각 당의 지지율, 수도권 지역에 특화된 공약 그리고 무엇보다도 대통령의 수도권 국정수행 지지율이 얼마나 될지가 선거 판세의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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