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산불 가뭄 폭우는 토양이 죽어간다는 것

정주원 기자(jnwn@mk.co.kr) 2023. 8. 18.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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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에 입맞춤을 조시 티켈 지음, 유기쁨 옮김 눌민 펴냄, 2만6000원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땅은 어머니 신에 비유된다. 대지가 주는 풍요로운 곡물, 먹을 것과 살 곳 등은 문명의 탄생과 지속에 핵심이 됐다. 과학적으로는 땅 그리고 흙 속의 미생물이 그 모든 것의 시작이었을 것이다. 지구상 생명의 시작이다. 땅이 망가지는 것은 곧 재앙이다. 영화 '인터스텔라'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등이 파괴된 토양과 인류가 맞닥뜨린 디스토피아를 그렸다. 우리가 간과하는 땅의 위대함은 지구온난화의 주범 '탄소'를 억제하는 힘이다. 저자는 탄소 배출량이 겨울에 올라갔다가 여름에 내려가기를 반복하는 현상에 주목했다. 즉 건강한 토양과 그곳에서 자라며 숨 쉬는 식물이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인다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기후변화 대책으로 탄소 배출 감소를 떠올리지만, 이 책은 이미 배출된 탄소를 모아 가두는 것에 주목한다.

그런데 현대 산업사회의 농업은 토양을 파괴하고 있다. 옥수수·밀 같은 단일 품종을 대량 생산하기 위해 해마다 논밭을 가는 행위(경운)나, 화학비료와 제초제·살충제 대량 살포 등이 사막화를 일으킨다. 토양 속 미생물이 파괴되고, 식물이 잘 자라지 못하고, 더 많은 화학약품이 쓰이는 악순환이다. 저자는 기후나 토양, 식량, 농업 등 어느 한 부분이 아니라 모든 것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고 있는 지구상의 시스템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생물 결여로 탄소 포집과 기온·습도 조절에 실패하면서 땅은 사막화된다. 이는 대기 중 물의 순환에까지 악영향을 미친다. 강수량이 줄고, 땅과 공기가 뜨거워진다. 뜨겁고 불안정해진 땅 위엔 폭염, 산불, 가뭄, 폭우 등 점점 더 심각한 기후변화가 나타난다.

토양을 살리기 위해선 현재의 대규모 관행농업을 '재생농업'으로 재편해야 한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단일 작물 재배, 경운, 농약, 공장식 가축 사육 등을 버리자는 것. 거대 농업·식품회사의 이익이 아닌 지구 재생에 목적을 둘 때 가능한 일이다. 이를 위해 정책적 지원은 물론 새로운 '재생 식단'도 필요하다. 아마도 농부나 입안자가 아닌 대부분의 독자 입장에서 당장 실천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재생적으로 먹는 일일 것이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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