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이 전부였던 한 가정의 몰락史
영화 '버블 패밀리'는 부동산과 흥망성쇠를 함께한 한 가족의 일대기를 생생하게 담아낸 자전적 다큐멘터리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부동산 버블이 한창이던 1980~1990년대 이후 IMF 외환위기를 겪고서 변화한 한국 사회를 한 가족의 자화상에 비춰 진솔하게 그려내 호평이 쏟아졌다. 2017년 8월에는 제14회 EBS국제다큐영화제에서 한국 작품으로 처음 대상을 받았다.
'나의 이상하고 평범한 부동산 가족'은 '버블 패밀리'를 제작한 마민지 감독이 영화에서 그려낸 이야기는 물론 그 이후 상황을 더해 지금까지도 부동산과 지독하게 얽힌 사연을 담은 에세이다. 카메라를 통해 담았던 부모와 자신의 이야기를 책에서도 능란한 글 솜씨와 위트로 풀어냈다. 물론 책에 담아낸 부동산으로 흥하고 망한 집안 이야기는 영화보다 더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누구나 경험해봤을 법한 이야기를 더 솔직하게 풀어냈기 때문이다.
저자는 어렸을 때부터 부동산에 집착한 부모가 궁금했다. 아버지는 '집 장사'를 하는 부동산 브로커, 어머니는 부동산 텔레마케터 일을 했다. 도시 개발 붐을 타고 울산에서 상경한 부모는 소규모 건설업을 하면서 부동산에 눈을 떴다. 그리고 남부럽지 않은 중산층 가정을 꾸렸다. 다세대주택에서 신축 아파트단지로 이주했고, 한때는 경제적으로 중산층보다 더 풍족한 '중상류층' 수준으로 생각하고 살 정도였다. 그러나 IMF 외환위기가 한 가정을 송두리째 바꿨다. 아버지의 부동산 관련 사업이 잘 풀리지 않았고, 급기야 무리한 투기로 빚을 떠안았다. 평생 거주할 줄 알았던 아파트는 내놓아야 했고, 부부 사이가 냉랭해지는 등 가정은 큰 혼란을 겪었다. 그런데도 부모는 부동산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몰래 딸의 이름으로 땅을 사놓았고, 팔고 있는 땅의 개발 정보를 틈틈이 접했다. 방 한편에는 '계약=우리 가족의 행복'이라는 글씨가 붙었다. 부동산을 통해 인생의 '한 방'을 꿈꾸는 부모를 저자는 한동안 이해하지 못했다.
부동산은 세대를 넘어 지금도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학생이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비싼 월세에 자취방을 이곳저곳 옮겨 다녔다. 거처를 마련하기 위해 임대주택 관련 지원 절차를 찾아보지만 조건은 매우 까다롭다. 저자 자신이 부동산 때문에 겪었던 일상의 이야기까지, 부동산이 우리에게 남긴 것은 무엇인지 돌아보게 한다.
[김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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