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 속 귀한 생명 살리고 싶다”...파킨슨병 투병 끝에 각막과 시신 기증

김예랑 기자 2023. 8. 18.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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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동안의 기나긴 투병 생활...어려운 형편에도 나누는 삶 실천해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이사장 박진탁, 이하 본부)는 11년의 오랜 기간 동안 파킨슨병으로 투병해온 김주성(향년 62세)씨가 지난 11일 각막과 시신을 기증하고 숨졌다고 18일 밝혔다.

지난 11일 각막과 시신을 기증하고 하늘로 떠난 故 김주성씨와 아내 조송남씨. 오랜 시간 동안 파킨슨병과 싸워 온 고인은 가족들의 동의로 장기기증의 소망을 이루고 떠났다./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본부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2006년 아내 조송남(57)씨와 교회에서 진행된 장기기증캠페인에서 함께 장기기증 희망등록에 서약했다. 김씨는 28년간 사다리차를 운전하는 일을 하며 가족을 부양해왔다고 한다. 그러던 중 2012년 5월 파킨슨병을 진단받아 일을 모두 멈추고 투병 생활을 시작했다. 초기부터 병의 진행 속도가 빨랐던 김씨는 한때 무호흡증으로 혼수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김씨는 병마와 싸우면서도 장기기증을 희망했다고 한다.

오랜 기간 질병으로 고통 받던 고인의 곁을 지킨 아내 조씨는 “남편은 항상 세상을 떠나면 한 줌의 재로 돌아갈 육신을 통해 암흑 속에 있는 귀한 생명을 살리고 싶은 뜻을 밝혀왔다”고 말했다. 또 김씨 부부는 취약계층 지원 단체와 어린이구호단체 등에 꾸준히 기부해왔다고 한다. 김씨는 생사의 고비를 여러 차례 넘겨오던 중 결국 지난 11일 고비를 넘기지 못했고, 가족들의 결정으로 시각장애인을 위해 양쪽 각막을 기증했다. 김씨의 시신은 경희대학교 의과대학에 기증돼 의학발전을 위해 쓰일 예정이다.

아내 조씨는 “생전 함께 꿈꾸던 장기기증의 소망을 마지막 순간 이뤄줄 수 있어서 감사한 마음”이라며 “오랫동안 아팠지만, 누구보다 눈이 맑고 선한 사람이었으니 남편의 각막을 이식받은 이들도 앞으로 아름다운 것들만 보고 살았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아들 김씨도 “아버지가 평생 바라온 뜻이니 이뤄드리고 싶다”며 장기기증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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