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빌딩도, 골드바도, 명품백도 … 이제 코인이 된다
"블록체인의 대중화를 위해선 상장지수펀드(ETF) 승인 대신 기술 개발에 집중해야 한다."
5년 전 여름, 이더리움의 창시자 비탈리크 부테린은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가상자산 ETF의 승인이 가치를 높일 수는 있을지 모르지만, 블록체인이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기술이 되기 위해선 예컨대 일반 매장에서 가상자산으로 물건을 쉽게 살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부테린이 말한 대중화는 가상자산 업계가 지속적으로 추구해온 가치다. 이용자가 증가할수록 가치가 커지고 서비스의 효용성도 커지는 네트워크 산업의 특성상 블록체인은 매스어답션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블록체인 대중화의 열쇠는 현실세계
블록체인의 매스어답션을 위해서는 가상자산 시장과 현실의 거리감이 줄어들어야 한다. 아직은 투자자들이 가상자산을 접하기 위해선 현금으로 가상자산을 사야 한다. 탈중앙화 금융(DeFi·디파이)이라도 경험하려면, 그렇게 구매한 가상자산을 다른 가상자산으로 바꿔야 한다. 현재 가상자산 시장은 그들만의 세계라는 느낌이 강하다. 아직 블록체인 업계는 그 작은 세계 안에서만 가치 교환이 일어난다. 안정적인 가치를 담보하기 어렵다.
이런 측면에서 최근 들어 가상자산 업계에서 주목하고 있는 분야가 바로 실물자산기반가상자산(RWA)이다. 특히 지난달 25일 세계 최대 거래소 바이낸스의 연구조직 바이낸스 리서치가 RWA와 관련된 리포트를 발표하면서 관심이 몰렸다. 바이낸스 리서치가 리포트를 발표한 종목은 추가 상장이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표적인 RWA 테마의 토큰 메이커(MKR)는 지난달에만 47% 상승했다.
현실세계의 자산을 블록체인으로
RWA는 금, 부동산 등 현실세계의 자산을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올려 토큰화하는 것을 말한다. 토큰화는 △유동성 증가 △빠른 결제 △비용 절감 △금융자산의 리스크 관리 개선 등의 장점이 있다. 자산이 쪼개져서 유통되는 단위가 작아지며 투자자 접근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얻을 수 있는 효과다.
RWA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실물자산과 연동한 증권형 토큰(STO)과 개념이 비슷하다. 굳이 따지자면 RWA가 STO를 포함하는 더 큰 개념이다. 다만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STO는 자본시장법상 증권에 해당해 금융당국의 규제에 따라야 하는 자산을 토큰화하는 것이라면, RWA는 증권이 아닌 자산을 토큰화해 디파이에 활용한다고 분류하는 편이다.
RWA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성장세도 가파르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따르면 지난해 3100억달러를 기록했던 RWA 시장은 2030년까지 16조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듄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이더리움 체인기반 RWA 토큰을 갖고 있는 투자자는 지난달 23일 기준 4만1300명이다. 많아 보이지 않는 규모지만, 불과 1년 전인 1만7900명 대비로는 2.3배 증가한 수치다.
RWA는 디파이가 다루는 자산을 다양하게 해주는 효과도 있다. 디파이에서는 이더리움이나 솔라나 등 기반이 되는 코인과 디파이 플랫폼의 의결권 등을 갖는 거버넌스 토큰, 스테이블코인 등이 거래된다. 이들은 모두 가상자산의 파생형이다. RWA는 실물자산 기반 토큰을 더해 디파이 세계를 더 풍부하게 해준다. 이를 통해 디파이 자체의 안정성도 더할 수 있다.
RWA의 해결 과제는 증권성·오라클
RWA의 전망은 아름답지만 현실도 마냥 아름다운 건 아니다. RWA를 구축하기 위한 여러 장벽이 있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RWA 연관 토큰 메이커다오(MKR)를 통해 살펴보자. 메이커다오는 이더리움과 같은 디지털 자산을 담보로 스테이블코인 '다이(DAI)'를 발행하는 프로젝트다.
메이커다오가 담보로 하는 RWA(실물자산)는 센트리퓨지라는 프로젝트가 토큰화를 수행한다. 실물자산의 법적 계약 내용을 담은 서류를 대체불가토큰(NFT)으로 발행해 토큰화시킨 뒤 해당 자산을 담보로 토큰을 발행하는 식이다. 센트리퓨지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검증자들은 자산 검증 및 RWA 토큰에 담긴 데이터가 올바른지 검증한다.
첫 번째 문제는 검증 과정에서 오라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오라클 문제란 블록체인 밖에 있는 데이터를 블록체인 안으로 가져올 때 발생하는 문제를 말한다. RWA 토큰은 실물자산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에 해당 실물자산의 데이터들을 블록체인에 정확히 기입해야 한다. 네트워크 검증자들이 데이터를 검증한다곤 하지만 실물자산은 종류가 굉장히 다양하기 때문에 대부분은 자산별 핵심 정보가 무엇인지 알기가 어렵고 실물자산의 어떤 권리를 토큰화하느냐에 따라 자산 가치 심사도 어렵다.
두 번째는 토큰화된 권리를 실제로 어떻게 증명하냐는 점이다. 예컨대 토큰화된 부동산의 권리를 쪼개어 가진다고 할 때 해당 부동산의 명의는 누구로 하는가에 대한 문제가 있다. 규모가 작은 고급 시계 같은 자산이라면 부동산과는 달리 이동될 수 있기 때문에 도난 문제와 더불어 이 자산이 실제로 존재하는가를 지속적으로 증명해야 하는 과제도 있다. 증권성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일었던 '뮤직카우'처럼 유통되는 RWA가 증권인지 여부로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점도 RWA가 해결해야 할 문제다.
아직은 걸음마 단계
아직 RWA 시장은 초기 단계다. 최근 한 달간 메이커(47.42%), 폴리메시(8.67%), 센트리퓨지(9.5%) 등 RWA 테마 토큰들이 가격이 올랐지만 일각에서는 앞서 말한 이유들로 RWA 토큰화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대중화에 의문을 표하기도 한다.
하지만 오히려 전통금융에서 RWA를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지난해 12월 세계 최대 글로벌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은 "시장의 미래는 자산 토큰화"라고 말했다. 핑크 회장은 "아프리카, 브라질 등 신흥시장의 디지털 결제 발전 속도가 가파르다. 이는 디지털 자산 업계의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의미"라며 "블랙록은 주식, 채권 등의 토큰화에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되는 것에 대해 적극적으로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최근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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