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신고 교사 ‘직위해제’ 전 적절성 따진다…서울교육청 “교육활동 보호”
교육부의 ‘교권 회복 및 보호 강화 종합 방안’과도 맥 통하는 것으로 읽혀
서울시교육청이 앞으로는 전문가들로 구성한 협의체에서 아동학대가 신고 된 교사의 직위해제 적절성을 우선 검토하기로 했다.
현행 아동복지법상 정서적 학대 행위 모호성 탓에 교원들을 대상으로 한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무방비로 당할 수밖에 없는 교원을 보호한다는 취지다.
시교육청은 18일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이 위축되거나 침해받지 않도록 아동학대가 신고 된 교사의 직위해제 처분 시 전문가 검토 단계를 반드시 거치게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동학대가 신고 되고 수사기관의 수사 개시 통보가 이뤄졌다고 해서 바로 해당 교사의 직위해제 절차에 돌입하는 게 아니라, 유관부서 업무 담당자와 법률전문가 그리고 해당 학교 구성원 등으로 이뤄진 이른바 ‘전문가 검토 협의체’에서 직위해제 처분 적절성을 먼저 따져본다면서다.
교육활동 보호 차원에서 아동학대 신고 사안을 분석하고 특히 직위해제 처분이 교사 개인과 학교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더욱 신중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한다는 의미도 담았다.
직위해제는 특정 공무원의 직위를 유지시킬 수 없다고 인정될 때, 부여된 직위를 일시적으로 소멸하고 해당 직무에 종사하지 못하는 ‘보직해제’ 조치다. 징계와 다르지만 직위해제 처분 시 보수나 승진 등에서 불이익이 발생해 사실상의 ‘인사상 불이익 처분’에 해당한다.
현행 교육공무원법 제44조는 ▲직무수행 능력이 부족하거나 근무성적이 나쁜 경우 ▲파면·해임·강등 또는 정직에 해당하는 징계의결이 요구된 경우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경우 ▲금품비위나 성범죄 등으로 수사 대상이 된 경우 등에 해당하면 직위를 해제하도록 규정한다.
협의체를 거쳐 직위해제 적절성을 판단하도록 한 시교육청의 방침은 교권·교육활동 보호 강화를 위해 최근 교육부가 내놓은 ‘교권 회복 및 보호 강화 종합 방안’과도 맥이 통한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14일 국회 교육위원회 여당 간사인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과 함께 국회 박물관 대강당에서 ‘교권 회복 및 보호 강화를 위한 공청회’를 열고 중대한 과실이 없으면 교사를 아동학대 범죄에서 면책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방안의 시안을 공개했다.
해당안에 따르면 교육부는 법령과 학칙에 따른 교원의 생활지도는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는 한 아동학대 면책권을 부여하기로 했다. 비슷한 내용으로 발의된 초·중등교육법, 아동학대처벌법의 국회 처리 지원으로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에 대해 아동학대 면책권을 부여한다는 뜻이다.
김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8일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하면서 “교원의 통상 범위 훈육과 훈계에 대해서도 일부 보호자들이 아동학대로 신고하는 사례가 발생한다”며 “교원의 교육활동은 물론이고 다른 학생의 학습권도 침해받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개정안은 ‘교원의 정당한 학생생활 지도 등에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는 한 아동복지법에 따른 학대행위로 보지 않는다’고 언급되어 있다.
이보다 하루 앞선 이달 7일 이 의원도 같은 법 개정안을 대표로 발의하고 “교원의 정당한 교육활동에 대한 아동학대 범죄 신고는 교권 침해를 넘어 교육활동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며 “교권과 교육활동 보호를 위해 보호자의 의무를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법령과 학칙에 따른 교원의 생활지도는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한 아동학대처벌법 적용을 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라며 “교사의 정상적인 교육활동이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는 정책이 구현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동복지법의 모호한 정서적 학대 처벌 조항을 지적한 교원단체의 헌법 소원도 18일 청구됐다.
전국초등교사노동조합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동복지법의 정서적 학대 조항이 죄형법정주의상 명확성의 원칙을 위반하고 교사의 평등권, 직업의 자유, 교육권을 침해하고 있어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정수경 초등교사노조 위원장은 “정서적 학대 행위는 너무나 모호하고 포괄적이라 교사들의 생활지도를 제한하는 것을 넘어서 (학생이나 부모가) 아동학대범으로 무고하는 수단이 된 지 오래”라며 “교사들에 대한 아동학대 신고는 증언만으로도 신고가 가능하고, 무죄추정의 원칙에도 불구하고 신고 후 직위해제가 되고 있어서 심리적 압박이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단체의 법률 자문을 맡은 박상수 변호사는 “2012년 아동복지법에 정서적 학대 처벌 조항이 생긴 뒤 지금 전국의 초·중·고등학교에서 생기는 일들이 가장 먼저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 생기기 시작했다”며 “학교는 전쟁터이고 복마전이 됐다.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이런 법은 더 이상 방치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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