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재해 국가 책임 강화, 이번 기회도 놓치나
야당 발의 농업재해 법안에 정부는 재원 문제로 '난색'
향후 논의 동력 상실할 가능성 커
최근 수해를 계기로 농업재해에 대한 국가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었다. 여야가 수해 관련 입법을 신속하게 처리하겠다면서 ‘수해 복구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농업재해대책과 농업재해보험을 개선하는 내용의 법안을 잇따라 발의하면서 농업계 기대감도 커졌지만 결과는 기대치를 크게 밑돌 것으로 전망된다.
수해 복구 TF는 18일 오전 국회에서 마지막 회의를 열고 12건 법안의 통과에 합의하는 것으로 활동을 종료하기로 했다. 수해 복구 TF는 여야 원내수석부대표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환경노동위원회·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행정안전위원회 등 수해 관련 4개 상임위 여야 간사가 참여하는 ‘5+5 회의체’로, 지난달말 구성돼 이날까지 4차례 회의를 가졌다.
이양수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12건의 수해 복구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합의를 통해 통과하게 됐다”고 밝혔다.
12건의 법안을 상임위별로 보면 환노위 9건, 국토위 2건, 농해수위 1건이다. 환노위에서는 지난달 국회를 통과한 4건, 법제사법위원회로 넘어간 3건 외에 ‘기후변화 감시 및 예측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과 ‘물순환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통과시키기로 뜻을 모았다.
국토위에서는 ‘건축법 개정안’과 ‘지하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 처리에 합의했다. 각각 지하주택 신축을 원칙적으로 제한하고, 침수가 우려되는 지하차도에 대한 계획을 세우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농해수위에서는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경북 고령·성주·칠곡)이 대표 발의해 지난달 농림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한 ‘농어업재해대책법 개정안’만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했다. 농어업재해보험에 가입해 보험금을 받은 농가라도 보험금이 대파대 등 재해복구비보다 적은 경우 차액만큼의 재해복구비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현행법상 보험금을 받은 농가는 재해복구비를 지원받을 수 없다.
당초 농업계는 이밖에도 농업재해대책과 농업재해보험이 대폭 손질될 것으로 기대했다. 실제 수해 복구 TF의 마지막 회의를 코앞에 두고 농해수위는 16·17일 농림법안소위를 열어 여야 의원들이 제출한 농어업재해대책법 개정안과 ‘농어업재해보험법 개정안’을 집중 심사했다. 더 많은 법안을 합의 처리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연이틀 회의의 결과는 ‘빈손’이었다. 농업재해보험의 국고 지원 비율을 상향하는 내용으로 홍문표 국민의힘 의원(충남 홍성·예산)과 정 의원이 각각 발의한 농어업재해보험법 개정안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 법안은 야당에서 발의했는데, 농림축산식품부가 법안의 주요 내용을 수용하기 어렵다면서 소극적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특히 야당은 농업재해보험의 국고 지원율 상향 외에도 ▲재해복구비 현실화 ▲국가가 농작물 피해 보전 ▲보험 미가입 작물 대책 마련 등을 개정안에 담았는데 이에 대해 농식품부는 “재원 확보를 위해 기획재정부 등과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대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당은 농업재해에 대한 국가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뜻엔 공감하면서도 소위에서 “정부에 시간을 더 주자”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파악된다.
문제는 수해 이슈가 점차 관심사에서 멀어지면서 이들 법안의 논의도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점이다. 16·17일 농림법안소위에선 국회 제출 이후 별다른 논의 없이 계류하던 농업재해 관련 법안들이 대거 논의 석상에 올랐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이들 법안은 다시 긴 수면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한 농해수위 소속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앞으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등으로 이슈가 바뀌면 농업재해 법안은 다뤄지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수해 복구 TF는 합의한 12건의 법안을 8월 국회 또는 9월 국회 첫번째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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