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히잡 시위' 1주년 앞두고 긴장…여성운동가 12명 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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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이란에서 벌어진 '히잡 시위'가 다음 달 1주년을 맞는 가운데 이란 당국이 여성 운동가를 무더기로 구금했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란 정보부는 이날 국영 언론을 통해 이란 북서부의 길란주(州)에서 반국가 행위를 한 전력이 있는 여성 12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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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지난해 이란에서 벌어진 '히잡 시위'가 다음 달 1주년을 맞는 가운데 이란 당국이 여성 운동가를 무더기로 구금했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란 정보부는 이날 국영 언론을 통해 이란 북서부의 길란주(州)에서 반국가 행위를 한 전력이 있는 여성 12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정보부는 이 가운데 두 명이 이스라엘을 포함한 서방 정보기관에서 자금과 훈련을 받았다고 설명했으나, 그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고 WP는 짚었다.
이란 인권운동가 쉬바 나자르 아하리에 따르면 체포된 여성들의 행방과 정확한 혐의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으며, 가족들도 이들과 연락이 닿지 않는 상황이다.
아하리는 이들에 대한 당국의 혐의 제기에 근거가 없으며, 다음 달 '히잡 시위' 1주년을 앞두고 집회를 막으려는 탄압과 협박이라고 비판했다.
이란인권센터(CHRI)의 하디 가에미 국장은 "이란 정권은 1주년이 다가오는 것을 분명 두려워하고 있다"며 "시위와 저항의 욕구가 크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면 사람들을 체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9월 이란에서는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경찰에 체포됐다가 22살의 나이로 의문사했다.
아미니의 죽음은 이란 서부 쿠르디스탄주에서 반정부 시위를 촉발했고, 이는 수도 테헤란을 비롯한 전국으로 확산했다.
이란 당국은 이 시위를 미국 등 외부 세력이 조장한 폭동으로 규정하고 강경 진압했고, 이 과정에서 수천 명이 체포되고 수백명이 목숨을 잃었다.
현재 시위는 잦아든 상태지만 이란 당국은 경제 붕괴, 국제적 고립, 물 부족에 대한 시민의 불만이 계속되자 히잡 관련 법안을 강화하는 등 통제를 강화 중이다.
최근 몇주간 테헤란 시내에는 '도덕 경찰'로 불리는 '지도 순찰대'의 활동이 강화됐고 히잡법을 위반하는 여성을 잡아내기 위한 카메라 등 감시 장치가 설치됐다.
또 이란 당국은 히잡 미착용에 대한 인공지능(AI) 감시와 처벌 강화를 규정한 새로운 히잡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법안은 히잡 미착용을 최대 3억6천만리알(약 1천105만원)의 벌금과 함께 5년에서 최대 10년까지 징역형으로 처벌할 수 있는 심각한 범죄행위로 규정하고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출국과 여행, 사이버 활동 등을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란 사법부는 시위와 관련해 수감된 사람들에게는 무거운 판결을 내리고 있다.
이란의 경제위기를 다룬 영화 '레일라의 형제들'을 칸 영화제에서 허가 없이 상영했다는 이유로 감독 사에드 루스타이에 징역 6개월을 선고했고, 히잡 의문사 사건을 최초 보도해 반체제 선동 혐의로 기소된 기자에 대한 재판은 현재 진행 중이다.
이란에서 반체제 선동죄는 유죄 판결시 최대 사형에 처할 수 있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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