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프라운호퍼도 SK이노베이션도 “한-유럽 과학기술 힘모으자”
9개 한인과협 공동···양국 기관·기업 1000명 모여
SK이노, 프라운호퍼와 ‘암모니아 연구 협력’ 논의
미카엘리스 소장 “한국은 가장 중요한 파트너”
막스플랑크硏 등 70여 세션, 채용부스도 ‘문전성시’
“우리 모두 수소경제 전환의 핵심으로 암모니아의 잠재력에 공감하고 있으니 이번 기회에 서로 힘을 모아보면 어떨까요.”
지난 15일(현지시간) 독일 뮌헨공대 사이언스콩그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유럽 과학기술학술대회(EKC 2023)’에서 국내 에너지 전문기업 SK이노베이션은 유럽 최대 응용기술 연구기관인 독일 프라운호퍼 연구소와 차세대 암모니아 기술 확보를 위한 협력 논의를 시작했다. 효율적인 수소 운반과 저장 수단으로 떠오른 암모니아를 두고 양측 간 협력 논의가 오간 건 이번이 처음이다. SK이노베이션은 최근 미국의 암모니아 기반 수소 연료전지 기업 ‘아모지’에 5000만 달러(약 670억 원)를 추가 투자하는 등 관련 사업 강화에 나선 가운데, 이번 행사를 기회로 청정에너지 선진국 유럽의 기관·기업과도 협력을 추진할 방침이다. 현장에서 만난 김일수 SK이노베이션 기술전략 사업개발담당은 “(유럽 철강사) 튀센크루프 측과도 만남을 가지는 등 EKC 2023이 양국 간 과학기술 협력 강화를 위한 전초전이 돼줬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뿐 아니라 기초과학연구원(IBS),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포스텍(POSTECH), 한화, 삼성전자, 포스코홀딩스, HD현대 등 국내 연구기관, 대학, 기업은 물론 유럽 현지에서도 프라운호퍼, 막스플랑크 연구소, 여러 대학을 포함해 총 1000여명이 모인 EKC 2023은 18일까지 나흘 간 70여개 세션 발표와 토론, 채용박람회를 통해 기술과 인재 교류 논의가 활발히 오갔다. ‘학계와 산업계의 혁신적인 글로벌 협력’이라는 주제에 맞는 양국 과학기술 협력의 플랫폼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행사를 주관한 재독한국과학기술자협회와 공동 추최한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및 독일·프랑스·영국·오스트리아·핀란드·스칸디나비아·스위스·네덜란드·벨기에 등 9개 한인 과학기술인 단체는 국내 기관·기업의 유럽 진출을 돕는 가교 역할을 하겠다는 데 뜻을 모았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과학기술 글로벌화의 교두보로 구상한 ‘제1회 세계 한인 과학기술인대회’가 성황리에 열린 가운데, 미중 기술패권 갈등 속 기술자립의 필요성을 공유하고 제조·자동차·신재생에너지·우주·기초과학 강국인 유럽의 한인 네트워크 강화가 특히 필요해진 시점이다.
유럽 측 권위자들도 이에 공감했다. 기조연설을 맡은 알렉산더 미카엘리스 프라운호퍼 세라믹기술및시스템연구소(IKTS)장은 “한국은 가장 중요한 해외 협력 파트너다”며 “(EKC 2023은) 배터리(이차전지)와 연료전지를 포함해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과의 네트워크를 강화할 수 있는 훌륭한 기회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특히 소프트웨어 강국이고 이를 바탕으로 최근 메타버스(디지털 가상세계) 등 새로운 정보기술(IT)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며 “유럽은 (이를 구현하는) 센서 분야에서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양국 협력 시 시너지가 클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실제로 프라운호퍼는 HD현대, 구미시 등 한국과의 협력을 꾸준히 확대 중이다. 미카엘리스 소장은 암모니아 기반 수소 연료전지를 언급하면서도 “한국과 협력한다면 매우 기쁜 일이 될 것이다”고 했다.
세션발표에는 프라운호퍼, 막스플랑크, 독일항공우주센터, 도이치텔레콤, 영국 보건안전청, 유럽 XFEL, 다이슨, 소니 유럽 등 현지 전문가들이 연사로 참석해 IT, 우주, 바이오, 친환경 등 협력 시너지가 기대되거나 한국이 배울 필요가 있는 분야 주제들을 소개했다. 일례로 ‘단군 이래 최대 기초과학 프로젝트’라 불리는 중이온가속기 ‘라온’의 정식 가동을 앞둔 IBS의 노도영 원장도 본인의 기조연설 후 곧장 해외 한인 과학자들의 ‘거대 연구시설을 통한 연구’ 세션을 주의깊게 들으면서 그들의 인사이트를 얻어갔다.
삼성전자, 한화시스템 등 한국 기업들은 우수한 한인 인재를 확보할 절호의 기회로 보고 앞다퉈 채용부스를 열었다. 30여 부스 모두 학생들이 붐벼 문전성시를 이뤘다. 현장의 한 관계자는 “유럽 학계는 스승이 제자를 추천하는 식으로 우수한 인재가 한곳에 몰리는 분위기가 있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이들을 먼저 스카우트해야 하는 ‘입도선매’ 경쟁을 펼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뮌헨(독일)=한국과학기자협회 공동취재단
김윤수 기자 sookim@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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