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스만, K리그 뒷전에 "메시 주시"가 웬 말? 이 무슨 촌극인가?
[STN스포츠] 이형주 기자 = 미국 스포츠전문채널 ESPN의 축구 분석 프로그램에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지난 2월 새롭게 출항한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수장 위르겐 클린스만(59) 감독이었다.
대한축구협회(KFA)는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의 분위기를 이어가며 내년 1월 열릴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과 2026년 북중미 월드컵에 일을 내줄 지도자를 물색했고, 그 과정에 있어 다소 매끄럽지 못한 면은 있었으나 결국 클린스만 감독에게 지휘봉을 쥐어줬다.
현역 시절 월드 클래스 공격수였던 클린스만 감독은 그간 국가대표 역임 감독 중 최고의 커리어를 자랑한다. 감독 경력 초반 성과를 낸 후 조금씩 하락세에 있던 클린스만 감독은 구겨진 자존심 부활을 위해서 한국행은 중요한 선택지었다.
클린스만 감독이 취임 일성으로 말한 것 중 하나는 전임 파울루 벤투 감독과 마찬가지로 '국내에 상주'하며 대표팀을 지휘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는 하루하루의 연속성 면에서도 좋은 일이고, 몇몇의 해외파들을 제외하고 거의 대다수인 K리거들의 의욕을 고취시킬 수 있다. 국내 상주 시 K리그를 현장에서 보고, 그 안에서 뛰는 선수들을 평가하기 용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취임 일성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클린스만 감독은 취임 후 국내에서 약 70일 정도만 머물렀고, 해외 체류는 90일을 넘고 있다. 물론 개인 일정, 원격 근무, 아시안컵 추첨, 유럽파 점검 등의 미명으로 점철된 이유를 댔지만 의심의 눈초리를 키웠다.
해외를 도는 감독은 K리그 현장에 대한 발길이 뜸했다. 때문에 K리거 평가는 차두리 어드바이저 등 코칭 스태프들의 평가가 주를 이룰 것이라는 타당한 이야기도 나온다. 대표팀에 가기 위해 대표팀 감독이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아야 하는 어이없는 상황이다. 그렇게 뽑힌다한들 감독이 중용할지, 또 잘 활용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그런 흐름 속에서 축구 팬들의 분노를 폭발시킨 것이 앞서 언급됐던 ESPN 출연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 토트넘 홋스퍼-브렌트포드 FC 경기, 독일 분데스리가 FC 바이에른 뮌헨-RB 라이프치히,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필라델피아 유니온vs 인터 마이애미 경기 등을 논평에 나섰다.
개인 일정 때문에 방문한 미국에서 선의일 수 있지만 타 팀에 대한 논평을 한 것부터가 존중의 결여로 보인다.
물론 백 번 양보해 토트넘, 바이에른 뮌헨의 두 경기는 이해할 수 있다. 클린스만 감독이 토트넘과 뮌헨의 전설이었고, 손흥민과 김민재라는 대표팀 주축 선수들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리오넬 메시가 이적해서 뛰고 있는 인터 마이애미의 경기를 보고 평가하는 것은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K리거들에 대한 평가를 잘 하고 있는 상황이면 모를까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것들을 지키지 않으면서 논평의 대상이 빗나가도 한참 빗나가 보인다.
클린스만 감독은 인터 마이애미의 리오넬 메시를 극찬하면서 "메시의 다음 경기가 기다려진다. 계속 지켜보겠다"라고 했는데 이해할 수 없는 발언이다.
이런 촌극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표팀 성적도 좋지 않다. 클린스만호는 3월 콜롬비아전(2-2 무), 우루과이전(1-2 패), 6월 페루전(0-1 패), 엘 살바도르전(1-1 무)로 2무 2패의 처참한 성적을 기록 중이다.
성적이야 초반이라 팀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용인할 수 있어도 경기력 개선 또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클린스만 감독도 전임 벤투 감독이 짜놓은 틀대로 치룬 3월 A매치보다 임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6월 A매치 경기력이 더 좋지 않았다고 인정한 바 있다.
여론이 악화되자 KFA는 클린스만 감독의 화상 기자회견을 준비했고 일부 언론사만 참석한 가운데 이뤄졌다. 근본적으로 한국 대표팀 감독이 미국에서 화상을 통해서 기자회견을 한다는 자체가 어이없는 일이다. 또 그것이 공적인 이유가 아닌 사적인 이유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더 심각하다.
토트넘 주장 손흥민과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한 김민재, 파리 생제르맹로 이적한 이강인 등 유럽 유수의 클럽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나오고 있다. 이 선수들을 주축으로 아시안컵, 월드컵에서 성과를 내야하는 중요한 시기다. 이런 시기에 팀을 지휘하고 있는 감독이 성의도, 존중도 결여된 태도를 보이는 듯해 심히 우려스럽다.
STN스포츠=이형주 기자
total87910@stnsports.co.kr
▶STN SPORTS 모바일 뉴스 구독
▶STN SPORTS 공식 카카오톡 구독
▶STN SPORTS 공식 네이버 구독
▶STN SPORTS 공식 유튜브 구독
Copyright © 에스티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