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로노이 웃고 브릿지바이오 울고… 세계폐암학회 초록으로 희비

이창섭 기자 2023. 8. 18.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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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암학회 초록 발표… 보로노이 긍정적인 비임상 결과
브릿지바이오, 아쉬운 효과와 우려되는 부작용
다음달 학회서 전체 데이터 공개 예정

세계폐암학회 초록이 공개되면서 EGFR(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 돌연변이 폐암 치료제를 개발하는 두 회사의 희비가 갈렸다. 보로노이의 후보물질 'VRN110755'은 동물시험에서 뛰어난 돌연변이 선택성과 뇌 투과율을 보였다. 반면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의 'BBT-176'은 효과와 부작용에서 시장 기대를 충족하지 못했다. 이에 초록 발표 전후로 회사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세계폐암학회(IASLC 2023 WCLD)의 발표 논문 초록이 전날 공개됐다. 국내에서 4세대 EGFR 돌연변이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를 개발하는 대표적인 두 기업, 보로노이와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도 각각 초록을 공개했다.

보로노이는 VRN110755(VRN11)의 비임상 시험 결과를 공개했다. VRN11은 타그리소 투여 후 발생하는 C797S 내성을 표적하는 신약 후보물질이다. 미국에서는 EGFR 변이 폐암 1차 치료제로 타그리소가 처방된다. 이후 내성이 발생한 환자에게는 마땅한 약이 없어 관련한 개발 경쟁이 치열하다.

이번에 공개된 초록에서 VRN11은 뛰어난 뇌 투과성을 보였다. 약물이 뇌로 잘 들어갔다는 뜻이다. EGFR 변이 폐암 환자의 약 절반은 뇌로 암세포가 전이된다. 타그리소가 뇌 전이 폐암 환자에 효과가 좋지만 내성이 발생하면 그 후에는 사용할 약이 없다.

초록에 따르면 VRN11의 뇌 투과성은 쥐 실험에서 1.6을 기록했다. 일반적으로 약물의 뇌 투과 수치는 1이다. 타그리소를 포함한 다른 약물과 비교해 더 높은 투과성이다. 또 EGFR 돌연변이를 정상 EGFR보다 100배 더 선택적으로 타깃했다. 동물에게 약을 먹였을 때 효과가 48시간 유지됐다. 사람 대상 시험을 진행할 수 있는 안전성도 확보했다.

VRN11은 올해 임상 1상에 진입할 예정이다. 지난 6월 보로노이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VRN11의 임상 1상 시험을 신청했다. 경쟁 약은 블루프린트 메디슨스(Blueprint Medicines)의 'BLU-701'였지만 최근 효능 부족으로 개발이 중단됐다.

지난 17일 VRN11 초록 발표 이후 보로노이 주가는 전날 대비 3.73% 올랐다. 다만 이날은 지난 며칠간의 상승세가 조정받아 주가가 전날 대비 13.12% 내린 7만4800원을 기록했다.

반면 4세대 EGFR 변이 치료제를 개발하는 또 다른 회사인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주가는 초록 발표 전후로 크게 내렸다.

회사는 초록에서 'BBT-176'의 임상 1상 데이터를 공개했다. 지난해 세계폐암학회에서 임상 1상 결과를 발표했는데 이번에 추가 데이터를 공개한 것이다. BBT-176은 1일 1회 600㎎을 복용하는 약이다. 그러나 복용 후 환자가 장시간 설사를 하는 등 경미한 등급의 부작용 문제가 있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용량을 조절해 1일 2회 투약하는 방식의 임상 스케줄을 도입했고 이번에 그 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초록에 따르면, 지난 3월29일까지 44명 환자가 약을 먹었다. 1일 2회 투약하는 환자는 19명이다. 주요 부작용은 메스꺼움(38.6%), 설사(36.4%), 구토(27.3%) 등이었다. 대부분 1~2등급의 경미한 부작용이다.

그러나 1일 1회 복용하는 환자군에서 4등급의 호중구 감소증 사례가 관찰됐다. 또한 1일 2회 투약 환자군에서도 4등급 부작용의 간질성 폐질환이 발견됐다. BBT-176 투약과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 항암제 임상 시험에서 4등급 부작용은 환자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수준이다.

이번 초록에서는 BBT-176을 투약한 환자 7명 사례가 공개됐다. 암세포 크기가 50% 이상 줄어든 상태인 부분관해(PR) 환자가 2명이다. 나머지 5명은 암 크기가 줄어들지도, 커지지도 않은 안정병변(SD) 상태였다.

이번 BBT-176 임상 결과에 시장은 차갑게 반응했다. PR 환자 수가 많지 않은 데다가 2건의 4등급 부작용 발생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초록 발표 하루 전날인 지난 16일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주가는 14.13% 내렸다. 다음날 초록이 공개되자 추가로 2.12% 하락했다. 이날 종가 역시 전날 대비 0.72% 내린 5490원을 기록했다.

회사는 초록에서 공개된 데이터가 지난 3월 말 기준이기 때문에 전체 임상 결과는 개선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관계자는 "9월 본 발표에서는 지난해 폐암 학회 이후의 환자 반응과 1일 2회 복용의 안전성 및 내약성을 다룰 예정이다"고 말했다.

4등급 부작용 발생에는 "임상에 참여한 환자가 거의 말기 폐암이다 보니 여러 합병증의 영향이 있을 수 있다"며 "임상 결과를 좀 더 봐야겠지만, 전반적으로는 (1일 2회 복용으로) 안전성이 조금 개선된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또 "호중구 감소증은 혈액학적 이상 반응으로 이번 초록에 포함된 환자 케이스는 이와 관련된 특정 증상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간질성 폐질환의 경우 EGFR 저해제 계열의 약물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부작용 사례로 잘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회사는 이번 임상 데이터에 포함된 4등급 이상의 중대한 약물 이상 반응의 경우 동일한 계열 약물에서 예측할 수 있는 부작용으로 간주 돼 향후 임상 단계가 진전됨에 따라 좀 더 많은 환자 사례를 살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창섭 기자 thrivingfire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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