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4배 폭등' 그래픽칩에 발목 잡힌 슈퍼컴…과기원 해법은?
정부의 슈퍼컴퓨터 6호 도입 청사진이 챗GPT 열풍에 따른 AI(인공지능) 반도체 가격 폭등에 난항을 겪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은 예비타당성조사(예타) 금액과 목표 성능을 유지하되 비핵심 장비의 다운그레이드를 병행해 2024년 내 600페타플롭스(PF·슈퍼컴퓨터 성능단위)급 슈퍼컴의 도입 목표를 완수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김재수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원장은 18일 서울 광화문 HJ비즈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슈퍼컴퓨터 6호기 도입 추진 과정에서 GPU(그래픽처리장치) 가격 폭등과 금리인상, 고환율 등을 마주하며 "역대 최악의 환경에 처해 있다"면서도 "외부 상황을 탓하지 않고 어떻게든 내년 말 서비스 목표를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글로벌 선진국과 빅테크의 슈퍼컴 경쟁이 격화되면서 국가 슈퍼컴 5호 누리온(NURION)의 성능은 2018년 KISTI가 도입할 당시 11위에서 올 5월 기준 49위로 밀렸다. 이에 누리온의 뒤를 잇는 국가 슈퍼컴 6호 도입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6호 슈퍼컴 도입을 위한 입찰은 지금까지 2차례 유찰됐다. KISTI는 HPE(크레이), 레노버, 아토스 등 글로벌 주요 슈퍼컴 사업자를 비롯한 4~5곳이 참여해 경합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실제 결과는 입찰이 전무했다.
예타를 통과한 슈퍼컴 6호기의 총예산은 2929억원으로, 이 중 시스템 가격이 2100억원 규모다. 그러나 GPU 가격 폭등으로 인해 이 가격으로는 6호 슈퍼컴의 목표 성능(600PF)을 맞출 수 없다는 게 슈퍼컴 사업자들의 판단으로 보인다. 목표 성능 달성을 위해선 대규모 GPU 탑재가 필수다.
KISTI 관계자는 "우리의 국가 슈퍼컴과 같은 큰 규모 거래는 사업자들이 큰 이익을 보기는 어려워도 실적을 쌓는 측면에서 간접적인 이익이 있다. 그래서 이전에는 입찰자가 많았는데, 이번에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2년 전 예타 당시에도 GPU 가격 인상을 예상하고 안정적인 범위에서 예산을 잡았는데, GPU 가격이 이렇게 올라가는 건 예상 밖이었다"고 덧붙였다.
특히 GPU 시장의 최강자인 엔비디아의 고가 정책이 KISTI의 슈퍼컴 6호 도입 문턱을 한층 높였다. 엔비디아의 'A100'은 1만달러(1300만원) 수준이었는데, 신제품 AI반도체 'H100'의 가격은 개당 4만달러(5300만원) 안팎이다. 신제품이 나오면 기존 제품의 가격을 내리는 게 보통이지만, 엔비디아는 성능이 좋아진 신제품의 가격을 오히려 더 높게 책정했다. 더욱이 수급조차 어려워 '부르는 게 값'인 탓에 슈퍼컴 업체들조차 우리 정부의 제시금액에 손사래를 친 셈이다.
슈퍼컴 6회의 목표 시기 도입이 사실상 불투명한 상황이지만, KISTI는 슈퍼컴 입찰 지연이 처음 겪는 어려움은 아닌 만큼 정면 돌파하겠다는 각오다. 예산 증액을 위해 다시 예타를 진행하는 방안은 현재 선택지에서 빠졌다. 소요 기간을 고려하면, 그간 국가 과학기술의 경쟁력 약화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KISTI는 GPU 등 핵심 연산 칩셋을 제외한 메모리·스토리지·주변장치 등 비핵심 부문의 조건을 낮춰 가격을 낮추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엔비디아 외 AMD 등의 칩셋을 이용할 가능성도 열어뒀다. KITSI에 따르면, 실제로 현시점 세계 최상위권의 다수 슈퍼컴도 AMD의 GPU를 이용하고 있다. "목표 성능만 달성하면 엔비디아 칩셋을 고집할 생각은 없다"는 입장이다.
KISTI 관계자는 "과거 슈퍼컴 3호·5호 도입 당시에도 유찰 사례가 있었다. 5호의 경우에도 비핵심장비를 다운그레이드하고, 슈퍼컴 사업자들의 피드백을 고려해 규격조정을 한 경험이 있다"며 "다음 주 재입찰, 또다시 유찰 시 4차 입찰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KISTI는 오는 21~23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제20회 '한국 슈퍼컴퓨팅 컨퍼런스'를 개최한다. 이번 컨퍼런스는 국내 최대의 슈퍼컴퓨팅 학술행사로 슈퍼컴퓨팅 최신 동향과 활용 성과를 공유하고 연구자 간 교류와 학술 증진을 위해 진행된다.
변휘 기자 hynew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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