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웹젠 R2M은 엔씨 리니지M 시스템 도용...10억원 지급하라”

웹젠 R2M.

웹젠이 개발한 게임 ‘R2M’이 엔씨소프트의 게임 ‘리니지M’ 시스템을 도용했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은 18일 엔씨가 웹젠을 상대로 낸 저작권 침해 중지 등 청구 소송에서 “피고(웹젠)는 원고(엔씨소프트)에게 10억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법원은 엔씨소프트의 R2M 서비스 중지 신청도 받아들여 “R2M 이름으로 제공되는 게임과 광고의 복제·배포·전송 등을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R2M은 2020년 8월 출시된 모바일 다중접속 임무수행 게임(MMORPG)이다. 엔씨는 이 게임이 2017년 6월 출시한 리니지M의 콘텐츠와 시스템을 모방했다며 2021년 6월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엔씨는 대법원 판례를 들어 “단순히 일부 시스템만 차용한 게 아니라, 게임 속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유기적인 연결 요소까지 따라 했다”고 주장했다.

웹젠은 이에 대해 “리니지M과 그 기반이 된 리니지의 강화 시스템, 무게 시스템 등은 1987년 나온 초창기 컴퓨터 역할수행게임(RPG) ‘넷핵’(Nethack)의 규칙을 차용한 것”이라며 “게임 규칙이 유사하다고 이를 저작권 침해라 주장할 수는 없다”고 맞섰다.

리니지 IP를 기반으로 하는 모바일 게임 리니지M. /엔씨소프트 제공

두 기업 모두 이번 판결에 항소한다는 입장이다. 엔씨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기업의 핵심 자산인 IP 및 게임 콘텐츠의 저작권과 창작성이 법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면서도 “1심의 청구 금액은 일부 청구 상태로, 항소심(2심)을 통해 청구 범위를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웹젠 역시 항소와 함께 서비스 중단 결정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다 취한다는 입장이다. 웹젠에서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하면 R2M은 당장 서비스 중단을 피할 수 있다. 웹젠 관계자는 “1심 판결은 엔씨소프트가 제기한 2건의 청구 중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에 대한 청구만을 인용한 것으로, 주된 쟁점이었던 NC의 저작권침해 주장은 기각됐다”며 “나머지도 즉각 항소하여 다툴 예정”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리니지M의 시스템을 저작권법이 보호하는 창의적 ‘저작물’로는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부정경쟁방지법이 보호하는 ‘성과물’로는 인정했다. 현행 법은 창작성이 없더라도 상당한 투자와 노력을 기울여 만들어 낸 성과물이라면 타인이 무단 사용해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것을 금지한다.

한편 엔씨는 최근 지난 4월에도 개발사 엑스엘게임즈와 퍼블리셔 카카오게임즈가 서비스하는 게임 ‘아키에이지 워’가 ‘리니지2M’ IP(지적재산권)을 무단 도용했다는 이유로 법적대응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