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보증금으로 120억대 땅 매입? 영도구 전세사기 ‘파장’

[파이낸셜뉴스] 부산 영도구 청학동의 한 오피스텔에서 전세사기로 의심되는 피해사례가 나왔다.

총 26호실로 구성된 이 오피스텔의 호당 보증금은 약 1억3000만원 내외로 임대 사업자는 수차례 법인을 바꾸고 소유권을 이전하는 수법으로 세입자 보증금을 고스란히 다른 부동산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18일 해당 오피스텔 피해자 등에 따르면 지난 2020년 9월 준공된 이 오피스텔을 소유한 법인은 전세 보증금 반환 시기가 돌아오기 시작할 즈음 대표자를 변경한 후 전세자금을 모두 현금화해 다른 이름으로 법인을 설립했다.

이 새 법인은 지난해 7월 124억6000만원 상당의 해운대 우동 일원의 토지 구매 계약을 체결하는데 올해 3월 또 다른 법인을 통해 매매계약 매수자만 변경하는 방식으로 대출을 받아 소유권을 확보하고 신탁 이전을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오피스텔을 소위 ‘깡통전세’로 만들었고 해운대 토지 구매 시 지급한 계약금 12억4600만원도 모두 세입자 보증금으로 지급했다는 게 피해자들의 주장이다.

▲전세사기 정황이 포착된 영도구 오피스텔의 기계식주차장 입구에 각종 자재와 쓰레기들이 방치돼 있다. /사진=제보자

오피스텔 세입자 중 일부는 임차권 설정 후 이사를 나갔으나 오피스텔 사업자의 법인 변경과 신탁 이전에 따라 채권 확보가 되지 않아 실익이 없는 상태다. 앞서 매매계약 매수자가 변경된 두 번째 법인의 경우 하도급 미지금금 소송으로 전환돼 있다고.

일부 세대는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오피스텔에 그대로 거주하고 있으나 건물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누수 등 하자로 인해 일상생활에도 큰 불편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들은 입주 당시부터 임대 사업자가 건물 관리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며 애초부터 전세사기를 염두에 두고 오피스텔을 건립한 계획 범죄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오피스텔 기계식주차장 내부는 누수로 물이 들어차 있어 주차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사진=제보자

이들은 법적 대응을 통해 피해회복에 나서는 한편 임대 사업자가 법인명 및 대표자 변경과 소유권 이전 등 비상식적인 거래를 통해 거액의 부동산을 취득하게 된 경위에 대해서도 위법한 절차가 없었는지 낱낱이 파헤치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