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 17만 투입 '특별치안활동' 중 강력범죄…커지는 불안(종합)
'국민 안심할 때까지' 치안 활동 무색
"걱정 안 했던 위험들 성큼 일상으로"
[서울=뉴시스]전재훈 박광온 기자 = 잇따른 흉기난동 사건에 경찰이 특별치안활동 기간을 선포하고 2주 동안 경력 17만명을 도심 곳곳에 투입됐지만, 또다시 대낮 도심에서 강력범죄가 발생해 시민들이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시민들은 유동인구가 많은 대중교통시설을 중심으로 무장한 경찰특공대가 배치되고, 거리에선 경찰의 선제적 불심검문이 이뤄졌지만 불안감이 가시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18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관악경찰서는 강간상해 혐의를 받는 30대 남성 최모씨를 전날 현행범으로 체포해 조사 중이다. 경찰은 이날 중으로 최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최씨는 전날 오전 11시40분께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산속 공원 둘레길에서 동떨어진 등산로에서 30대 여성 B씨를 양손에 너클을 쥔 채 때리고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B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의식이 없는 상태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강간하고 싶어서 범행을 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범행 장소는 평소 자주 다니는 길이라 폐쇄회로(CC)TV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어 정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 조사 결과 최씨는 내국인이며, B씨와는 모르는 사이로 파악됐다. 측정 결과 음주 상태는 아니었으며, 마약 간이시약 검사에서도 '음성'이 나왔다고 한다. 성범죄 등으로 인한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착용 대상자도 아니었다고 한다.
불과 지난 한 달 사이 대낮 신림역 인근과 퇴근길 서현역에서 벌어진 흉기난동 사건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강력범죄가 발생하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서현역 흉기난동 사건이 발생한 다음 날인 지난 4일 '국민이 안심할 때까지' 다중이용시설에 경력을 배치하는 등 특별치안활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경찰은 전국 곳곳의 지하철역, 공항과 같은 다중이용시설에 무장한 경찰특공대와 전술 장갑차를 배치하는 등 범죄 예방 활동에 열을 올렸다.
구체적으로 특별치안활동 선포 이후 전국 4만3887개소에 ▲기동대 2만4990명 ▲특공대 1492명 ▲지역경찰 10만7646명 ▲형사 2만6959명 ▲협력단체 8만5091명을 투입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교통, 정보 등 인력을 포함해 경력 총 17만8817명을 배치했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도 "국민이 불안하지 않도록 정부는 경찰력을 총동원해 초강경 대응하라"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지시했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시민 불안감 해소를 위해 가석방 없는 종신형 신설 추진 계획을 밝혔다.
이처럼 도심 흉기난동에 놀란 경찰과 당정이 대책을 쏟아냈음에도 대낮 도심에서 강력사건이 재차 발생한 것이다. 특히 지난달 21일 발생한 조선(33)의 칼부림 사건은 이번 성폭행 사건과 같은 신림동에서 발생해 인근 주민들은 경찰의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신림동에서 2년째 자취 중인 조모(29)씨는 "조선의 칼부림 사건 이후 거리에 경찰이 눈에 띄게 늘었는데, 아랑곳하지 않고 성폭행 사건이 발생하니 허탈하다"며 "지금껏 걱정할 필요가 없었던 위험들이 성큼 일상으로 들어온 것 같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경찰의 실효성 있는 대책을 요구했다.
주부 김모(38)씨는 신림동에서 10년 동안 거주했다. 그는 "범행이 일어난 산에 아이들이랑 그저께도 올라갔다. 신림역에서 벌어지는 방범활동이 얼마나 실효성 있을까 의문이긴 했는데, 이런 일이 벌어져서 불안하다. 딸들을 밤에 못 나가게 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신림동에서 거주하는 고등학생 이모(18)양은 호신용 스프레이를 갖고 다닌다. 그는 "경찰이 열심히 하는 건 감사한데, 결국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 보면 세상이 이상한 것 아닌가 싶다"며 "신림역 살인사건 이후 부모님이 스프레이를 사주셨다. 근데 이것 갖고는 (방어를) 못 할 것 같다는 무력감도 강하게 든다. CCTV도 미리 설치해 사각지대를 없앴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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