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진당 배신한 태국 탁신계 정당, 쿠데타 세력과 손잡아

박은하 기자 2023. 8. 18.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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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TSC 17일 “연정에 참여” 발표
탁신 가문 쿠데타로 쫓아낸 악연
프아타이당 집권 가능성 높아져
태국 친군부 정당인 루엄타이쌍찻당(RTSC) 대변인이 17일(현지시간) 방콕 국회의사당에서 연정 참여를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AP연합뉴스

탁신 친나왓 전 태국 총리 계열 프아타이당이 친군부 정당과 손을 잡았다. 개혁정책을 이유로 전진당(MFP)에 등을 돌린 프아타이당은 20년 동안 악연이었던 ‘쿠데타 세력의 귀환’을 선택했다.

방콕포스트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태국 군부 진영의 핵심 정당 중 하나인 루엄타이쌍찻당(RTSC)은 17일(현지시간) 프아타이당이 구성하는 차기 정부에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RTSC는 지난 5월 총선에서 쁘라윳 짠오차 현 총리를 총리 후보로 내세운 친군부 정당이다. 지난 총선에서 하원 500석 가운데 36석을 얻는 데 그쳤고, 총리직 연장을 노리던 쁘라윳 총리는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RTSC 대변인은 “참여 조건은 왕실모독죄를 개정하지 않는다는 것 하나였고, 프아타이당이 받아들였다”며 “우리는 정부가 빨리 구성되기를 바라며, 화해를 원한다”고 말했다. 왕실모독죄 개정은 지난 5월 총선에서 제1당이 된 전진당의 대표 개혁 공약이다.

피타 림짜른랏 전진당 대표가 의회에서 총리로 선출되지 못한 뒤 내각 구성 주도권을 넘겨받은 프아타이당 역시 왕실모독죄 개정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전진당을 연정에 참여시키지 않겠다고 했다. 프아타이당은 부동산 기업가 출신 세타 타위신을 총리 후보로 결정하고 내각 구성을 진행해 왔다.

RTSC의 쁘라윳 총리는 탁신 가문과 악연이 있는 인물이다. 2011년 총선에서 프아타이당이 승리하면서 탁신의 여동생인 잉락 친나왓이 태국 최초 여성 총리가 됐으나 2014년 육군참모총장이던 쁘라윳의 쿠데타로 정권이 무너졌다. 당시 태국은 친탁신-반탁신 진영으로 나뉘어 극심한 갈등을 겪었고 잉락 총리는 2014년 5월7일 헌법재판소 해임 결정으로 실각했다.

혼란이 극에 달한 가운데 군부는 계엄령을 선포한 데 이어 5월22일 2차 쿠데타를 선언했다. 쁘라윳 총리는 군정 수반으로 5년을 집권한 뒤 2019년 총선에 민간인 자격으로 출마해 총리 자리를 지켜왔다. 총선 당시 노골적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탄압으로 비판을 받았다.

앞서 탁신 전 총리도 2006년 군부 쿠데타로 축출되는 등 탁신계와 군부는 지속적으로 대립해 왔다. 도시 부유층과 농촌에 집중돼 있는 프아타이당의 지지자들은 군부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다. 이 때문에 프아타이당이 여론을 의식해 친군부 정당과 공식적으로 연대하지 않고 후방 지원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지만, RTSC가 공개적으로 연정에 참여했다.

프아타이당은 지난 5월 총선에서 141석을 얻어 전진당(MFP)에 이어 제2당이 됐다. 애초 프아타이당은 전진당이 주도한 민주 진영 연정 구성에 참여했으나, 피타 림짜른랏 전진당 대표가 의회 총리 선출 투표를 통과하지 못했다. 태국 선거관리위원회는 의회 총리 선출 투표를 하루 앞두고 피타 대표를 선거법 위반 혐의로 헌재에 제소했다.

정부 구성 주도권을 넘겨받은 프아타이당은 집권을 위해 “쿠데타 세력과는 연대하지 않겠다”고 공언했으나 쿠데타의 장본인이 몸담았던 정당도 연정에 받아들이면서 약속이 무색해졌다.

이로써 프아타이당 연합은 하원 500석 중 274석을 확보하게 됐다. 아직 공식적으로는 연정 참여 의사를 밝히지 않은 팔랑쁘라차랏당(PPRP)의 40석까지 포함한다면 300석을 훌쩍 넘게 된다. 군부 진영의 가세로 군정이 임명한 상원 의원 250명의 지지도 받을 수 있어 프아타이당의 집권이 유력해졌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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