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논란' 용산어린이정원 확장...이번엔 '분수' 설치
정부가 환경 정화 전 개방한 '용산어린이정원'의 규모가 확대됐다. 지난 12일, 정부는 이미 개방되어 있던 용산어린이정원에 추가 부지를 조성해 개방했다. 추가 부지에는 분수 등 수경 시설이 설치돼 '분수정원'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용산어린이정원은 당초 개방되기 전부터 토양 오염 논란이 일었다. 주한미군이 사용하던 용산 미군기지 전체가 반환되기도 전에, 환경 정화가 필요한 오염된 땅 일부를 공원으로 조성해 개방한 탓이다. 최근에는 용산어린이정원에 방문한 아이들에게 체험 활동 명목으로 대통령 부부가 그려져 있는 색칠 놀이를 제공하고, 대통령의 치적 사진을 전시하는 등 과도하게 대통령을 홍보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도 일었다.
용산어린이정원의 오염 및 안전성 여부는 이 공원을 이용하는 시민들에게는 중요한 정보다. 하지만 일반 시민들이 미군 반환 부지의 토양 오염 정도를 알기는 쉽지 않다. 오염 물질 측정 결과 '이상 없다'는 결과만 공개되어 있을 뿐이다.
뉴스타파는 지난해부터 반환미군기지의 환경평가 및 위해성 평가 보고서를 수집해 공개하고 있다.(하단 링크 참조) 최근 분수 정원이 새롭게 개장한 만큼 분수 정원의 토양 오염 내역과 정부의 대책을 새롭게 취재했다.
분수 정원 개장
새로 개장한 분수 정원은 용산어린이정원의 부출입구 인근, 스포츠필드를 지나 위쪽에 위치해 있다. 조달청 나라장터에 게재된 용역 내용에 따르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지난 1월 '반환부지 수공간 특화 및 마스터플랜 수립 용역'을 발주하고 이어서 4월에는 '반환부지 조경공사' 용역을 발주해 분수 정원을 준비했다. 용산어린이정원은 지난해 시범 개방을 거쳐 5월부터 상시 개방 중이다.
임시 개방을 위해 기(이미) 조성된 부지 및 제작된 시설을 확대·정비함으로써 국민들에게 도심 속 휴식과 소통의 공간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다채로운 경관 다양한 즐길 거리 제공과 이용 편의 시설을 증진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 반환부지 수공간 특화 및 마스터플랜 수립 용역 과업 내용서 중
현재 개방된 분수 정원에는 여러 대의 분수와 아이들이 놀 수 있는 얕은 물놀이 시설, 놀이 시설과 조경용 수경 시설 등이 설치되어 있다. 한 쪽에는 카페 시설도 마련됐다.
조달청에 공개된 용역 관련 자료에 따르면, 이번 용산어린이정원의 분수 정원 확장 공사에는 계획에만 정부 예산 80억 원, 실제 공사에는 약 97억 원, 도합 약 117억 원의 예산이 책정됐다.
오염된 토양
LH 설명에 따르면, 분수는 상수(먹을 수 있는 물)로 만들어진다. 따라서 분수 자체가 인체에 해롭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이 부지의 토양 오염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뉴스타파가 입수해 지난해 공개했던 환경조사 및 위해성 평가 보고서(원문 보고서는 하단 링크)에 따르면, 현재 분수가 설치된 부지(사우스포스트 A4a 구역)에는 유류 오염 물질인 석유계총탄화수소(TPH), 발암물질 벤조(a)피렌 등이 1지역 우려기준을 초과해 검출됐다. 중금속 물질인 구리, 비소, 수은, 납, 아연, 불소도 1지역 우려기준을 초과했다. 토양환경보전법상 1지역에는 공원이 포함된다. 즉 1지역 우려기준을 초과했다는 것은 이 부지가 공원 부지에 적합하지 않다는 의미다. 원칙대로라면 토양 정화를 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가 채택하고 있는 정책 방향은 '선 개방, 후 정화'로, 정부는 환경 정화 대신 '위해성 저감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환경 정화는 용산미군기지가 미군으로부터 전부 반환된 뒤에 시행된다. 아직 용산미군기지는 전체가 다 반환되지 않았다.
LH에서는 분수 정원 토양의 오염 물질과 관련해 첫째, 발암물질인 벤조(a)피렌에 대해서는 '콘크리트 처리'를 했고 둘째, 유류 물질에 대해서는 복토, 즉 기존 토양을 다른 흙으로 덮는 작업을 했다고 설명했다. LH 관계자는 뉴스타파와 통화에서 "부지 전체적으로 복토를 50cm 가까이 진행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토양 속 유류 오염 물질의 경우 추가적인 조치, 예컨대 '토양 가스 포집' 등의 조치가 필요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류의 경우 토양 속에서 이동하기도 하고, 토양 밖으로 휘발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승우 군산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뉴스타파와 통화에서 "요즘 같이 날이 더우면 땅 속의 유류 물질이 휘발된다. 유류가 토양 속에 있다고 하면 토양 속 가스를 따로 포집해서 확산되지 않게끔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LH 관계자는 토양 가스 포집 작업은 "분수 정원 부지나 그에 앞서 개방된 부지에는 해당 사항이 없다"면서도 "반환된 부지 중 (미개방 부지)에는 해당 작업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오염 물질이 휘발되거나 비산 먼지로 날릴 수 있는 가능성에 대비해 대기질을 두 달에 한 번 측정하고 있으며, 측정 결과 모두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환경부의 모니터링 결과는 용산어린이정원 홈페이지에 게재되어 있다.
분수 정원 30~40m 밖 다이옥신
분수 정원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분수 정원에서 북쪽으로 대략 30~40m 떨어진 지점에서는 맹독성 발암물질인 다이옥신도 검출됐다. 환경조사 및 위해성 평가 보고서와 분수 정원 공사 용역서를 비교해 보면, 분수 정원 부지의 위쪽에서 다이옥신이 기준치 이상 검출된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이 지점의 최고 농도 다이옥신 검출량은 5,568.729pg-TEG/g로, 1지역 우려기준(160pg-TEG/g)을 약 34배 초과해 고농도로 검출됐다.
다만 분수 정원 부지 내의 토양 시료 채취 지점에서는 기준치 이상의 다이옥신이 발견되지 않았다. 토양 오염 관련 전문가들은 유류 오염 물질이 토양 속에서 이동성이 큰 것과는 달리, 다이옥신의 이동성은 상대적으로 작고 휘발성도 크지는 않다고 설명한다. LH에서는 "다이옥신이 검출된 곳은 개방 대상 부지에서 빠졌으며, 시민들이 다이옥신 검출 부지와 접촉하지 않도록 차단막을 설치해둔 상태"라고 설명했다.
사후 관리·정보 공개는 중요하다
용산어린이정원과 관련한 정부의 일관된 입장은 "안전하다"는 것이다. 부지 반환 당시 각종 토양 오염 물질이 발견되기는 했지만, 자체적으로 안전성 평가를 했고 그에 따라 위해성 저감 조치를 시행했기 때문에 시민들이 이용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국토부는 당초 용산어린이정원 개방의 근거가 된 자체 용역 보고서인 토양안전성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아 현재 뉴스타파와 정보공개 행정 소송이 진행 중이다. 앞서 진행된 1심 재판에서는 뉴스타파가 승소했지만, 국토부가 항소해 2심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정부에서 시행한 위해성 저감 조치에 대한 사후 관리는 어떻게 되고 있을까. 정승우 군산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정화해야 하는 토지를 개방하는 정책 결정을 했다면, 사후 관리를 하고, (그 내용을) 공개하고, 소통하는 작업들이 뒤따라야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용산공원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뉴스타파와 통화에서 "사후 관리 절차는 나름대로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시설 보수의 영역으로만 하는 것 같아서 환경 안전성에 준하는 수준까지 (관리 절차를) 더 강화해서 하려고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군 반환부지 환경조사 및 위해성 평가 보고서는 해당 링크(OCR - Google Drive)에서 볼 수 있습니다.
뉴스타파 강혜인 ccbb@newstapa.org
Copyright © 뉴스타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