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위기에 ‘시위 번질라’…중국 공안, 신탁 투자자들 찾아가 입막음
중국 부동산 시장과 관련 금융업체의 위기가 투자자들의 집단 시위로 번질 조짐이 보이자 공안 당국이 투자자들의 입막음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통신은 17일(현지시간) 중국 공안이 ‘그림자 은행’으로 불리는 부동산신탁회사 중룽(中融)국제신탁 투자자들을 찾아다니며 시위에 참여하지 말 것을 종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중룽국제신탁의 지급 연기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한 투자자들이 베이징 본사를 찾아가 항의하는 일이 벌어지자 시위 확산을 막기 위해 공안이 개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장쑤(江蘇)성에 사는 한 투자자는 “며칠 전 밤에 공안이 집으로 찾아와 투자 손실과 관련된 시위에 참여하지 말라고 요청을 했다”며 “공안이 중룽국제신탁에 대한 투자 세부 사항을 기록해간 뒤 당국이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블룸버그통신에 전했다. 또 저장(浙江)성의 한 투자자는 “수십명의 투자자가 공안으로부터 시위에 참여하지 말고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라는 전화를 받은 것으로 안다”면서 “공안이 중룽국제신탁의 대주주인 중즈(中植)그룹 고객 명단을 이용해 투자자들에게 전화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 같은 일이 베이징과 쓰촨(四川)성, 산둥(山東)성 등 여러 지역에서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부동산 시장 위기 속에서 중룽국제신탁이 최근 만기 상품에 대한 현금 지급을 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져 투자자들의 항의가 거세지자 시위 확산을 막기 위해 공안이 직접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고객들의 투자금으로 부동산 등에 투자하는 중룽국제신탁은 대주주인 중즈그룹의 유동성 위기로 인해 지난달 하순 이후 만기된 수십개 상품에 대한 투자 상환을 연기한 상태다. 이에 투자자 20여명은 지난 15일 베이징에 있는 중룽국제신탁 본사에 몰려가 돈을 돌려달라며 항의 시위를 벌였다.
중국 당국은 최근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로 부동산 시장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에서 관련 금융권에서도 문제가 발생하자 곳곳에서 분노한 투자자들의 시위가 촉발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분노한 대중의 시위가 반정부 시위로 번질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지난해 전국 주요 도시에서 장기간의 코로나19 봉쇄 조치에 항의하는 동시다발적인 시위가 벌어졌을 때도 참가자들을 적극 색출하고 현장에 경찰력을 동원해 시위 확산을 막은 바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징후는 부동산 위기가 금융시장으로 전이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커지자 중국 당국이 사회 불안을 우려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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