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검찰, 정치·조작 수사…목표 정해놓고 꿰어맞춰"
[서어리 기자(naeori@pressian.com),곽재훈 기자(nowhere@pressian.com)]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차 검찰 소환 조사를 마친 후 당무에 복귀해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일본의 오염수 투기와 역사 왜곡에 당당하게 문제 제기하라"고 촉구했다.
이 대표는 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미일 정상회의를 앞둔 윤 대통령을 향해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미국과 일본에만 선물 보따리를 안겨주고 다시 빈손으로 돌아오는 퍼주기 외교를 반복하면 국민이 더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총선을 의식해 일본 정부에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조기 방류를 요청했다는 한 일본 언론 보도와 관련해 "대통령실은 한일 양자회담에서 오염수 문제를 논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결국 대통령실 발표와 일본 보도 중 하나는 거짓이란 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곧 열릴 한미일 정상회의에 앞서서 이 문제를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일본해 표기 입장에 대해서도 미국에 분명히 항의 입장을 전달해야 한다"며 "동해는 동해이지, 일본해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미 국방부가 향후 동해상 훈련 시 '일본해'라는 표현을 쓰겠다고 공식 입장을 밝힌 데 대한 반응이다.
이 대표는 전날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해 13시간 30분에 걸친 마라톤 조사를 끝낸 뒤 자정을 넘어 귀가했다. 조사를 마치고 나온 이 대표는 취재진에게 "전혀 문제될 게 없는 사안인데 목표를 정해놓고 꿰어맞춰간다는 생각을 버릴 수 없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 대표를 상대로 300여 쪽에 달하는 질문지를 준비해 백현동 민간업자에게 특혜를 준 경위를 추궁했고, 이 대표는 미리 준비한 서면 답변서로 답변을 갈음해 사실상 묵비권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조사가 진행되던 중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이 대표는 검찰 조사에 대해 서면진술서를 기초로 대응 중이며, 필요한 부분은 적극 설명하고 있다"며 "답변을 거부하고 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로부터 '영장이 국회 회기 때 청구 되면 어떻게 하겠느냐', '체포동의안 당론 가결도 고려하느냐' 등 질문을 받았으나 답변하지 않았다. 그는 다만 "경제 위기가 심각하다. 이런 정치 수사, 조작 수사에 쏟을 에너지를 경제 위기 극복, 민생 회복에 쏟아주시기 바란다"고만 했다.
이 대표가 침묵한 대신,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가 이날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대선이 끝난 지 1년 반이 다 돼가도록 대선 경쟁자를 상대로 전방위적 수사를 진행하는 상황을 이제는 끝내야 한다"면서 "검찰에 거듭 촉구한다. 증거와 법리에 따라 수사하고 조속히 수사를 매듭짓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이 대표의 영장실질심사를 막기 위한 국회 회기를 열지 않을 것"이라며 "국민의힘도 8월 임시회 중에 비회기 기간을 두는 것을 거부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당은 전날에도 박성준 대변인 명의의 서면 브리핑을 통해 "윤석열 정권의 무능하고 무책임한 국정 운영에 대한민국이 멍들어 가는데 정신을 차리고 제대로 일할 생각은 하지 않고, 정치 수사로 국면을 전환할 궁리만 하고 있으니 기가 막히다"면서 "국민의 삶을 지키는 데 온전히 쏟아야 하는 임기 5년을 야당 수사에 쏟아붓고 있으니 참으로 비겁하고 한심한 정권"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죄가 있다면 신속하게 수사하고 기소하라"면서 "시간 질질 끌면서 소환과 압수수색을 반복하고 언론 플레이로 국민의 눈을 돌리려는 정치 수사, 지겹다"고 일갈했다.
민주당은 9월 정기국회가 시작되면 회기 중단이 불가능한 만큼 8월 안으로 영장을 청구할 것을 검찰에 촉구하고 있다. 이 대표도 전날 검찰 출두에 앞서 "저를 보호하기 위한 국회는 따로 열리지 않는다. 회기 중 영장 청구로 분열과 갈등을 노리는 정치 꼼수는 포기하라"며 비회기 중 영장 청구를 요청했다.
검찰은 그러나 대북송금 의혹 사건과 병합해 다음 달 초중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한 소환 조사가 임박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대북송금 의혹에 대해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는 취지로 말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22일 재판을 지켜본 후 이 대표 소환 조사를 거쳐 대북송금 의혹 사건 수사를 마무리하는 수순인 셈이다.
검찰이 이 시나리오대로 9월에 영장을 청구할 경우 민주당은 지난 2월 첫 체포동의안 표결 때와 마찬가지로 가결, 부결을 놓고 당 내 분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친명계에서는 '김은경 혁신위'가 제안안 체포동의안 당론 가결 방안 대신 의원 자유투표를 해야 한다고 분위기를 잡아 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어쨌든 회기 중에 (체포동의안이) 온다고 하면 국회에서 표결해야 되지 않겠느냐"며 "(이 대표의 전날 발언은) 의원들이 그것 때문에 당내 갈등을 유발하지 말고 각자 소신껏 하라는 의미"라고 했다. 박찬대 최고위원도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자유 투표에 맡겨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에서는 이 대표에 대한 비난이 나왔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검찰 출석을 앞두고 출석 날짜와 장소가 표시된 포스터를 올려 자신의 강성 지지층을 동원하고자 했다"며 "검찰청 앞에서 입장문을 낭독하는 것도 일반 국민은 감히 꿈도 꿀 수 없는 특권"이라고 주장했다.
윤 원내대표는 "총동원령을 내렸는데도 달려온 지지자들은 겨우 200여 명이었다"며 "이제 자기 지지자들마저 그만 보고 싶어하는 쇼를 언제까지 되풀이할 것인지 묻고 싶다"고 비꼬기도 했다.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이 대표가 조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검찰이 목표를 정해두고 사건을 꿰맞추고 있다'고 했다. 검찰청에 들어갈 때는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더니, 나오면서는 강성 지지층을 향해서 억압받는 희생양인 것처럼 포장했다"고 비판했다.
박 의장은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의 소환 전날 '1특검 4국조'(해병대 채 상병 사건 특검, 잼버리·양평고속도로·오송지하차도 참사·KBS 이사장 해임 의혹 국조)를 하겠다고 한다"며 "민주당 입장에서 1특검 4국조보다 더 급한 것은 이재명 대표와 관련된 수사와 재판, 5수사 3 재판"이라고 했다.
이철규 사무총장도 "2022년 1월 22일 송파구 석촌호수 주변에서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자신이 대선에서 패배하면 감옥에 들어갈 것 같다는 발언을 한 적이 있다"며 "그 시기가 다가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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