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3000년 전 인간이 초래한 산불, 포유류 멸종 불렀다

장윤서 기자 2023. 8. 18.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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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초래한 온난화로 세계 곳곳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하면서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다.

오키프 교수는 "1만5000년 전 라 브레아 타르 웅덩이 주변은 축축하고 시원해 나무와 포유류가 많이 살았다"며 "하지만 1만3000년 전 인간의 활동과 기후 변화가 합쳐지며 전례 없는 산불이 발생했고 결국 일부 대형 포유류가 멸종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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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온 상승과 인구 증가 겹치면서 산불 확산
대형 포유류 멸종하고 식생도 바뀌어
1만3000년 전 산불이 번지고 있는 숲에서 들소가 라 브레아 피치 응덩이에 빠져 있는 모습의 상상도./국립 로스앤젤레스 자연사박물관

인간이 초래한 온난화로 세계 곳곳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하면서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다. 코끼리와 코뿔소, 호랑이 같은 대형 포유류들은 남획까지 겹치면서 멸종 위기에 처해있다. 1만3000년 전 북미 대륙도 마찬가지였다. 기후가 급변하던 때 고대인들이 초래한 산불로 대형 포유류들이 멸종으로 내몰렸다.

미국 마셜대 생물학과의 로빈 오키프(Robin O’Keefe) 교수 연구진은 18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라 브레아 타르 웅덩이(La Brea Tar Pits)에서 나온 화석들을 통해 1만3000년 전 인간이 초래한 대형 산불이 포유류 멸종을 불렀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마지막 빙하기가 끝날 무렵인 1만3000년 전 북미 대륙에는 지금은 사라진 대형 포유류가 살고 있었다. 검치호(검치를 가진 대형 고양이과 동물), 다이어늑대 등이다. 연구진은 라 브레아 타르 웅덩이에서 나온 이 동물들의 화석을 분석했다.

라 브레아 타르 웅덩이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빙하기 화석 발굴지다. 5만년 동안 천연 아스팔트로 채워진 웅덩이는 동물이 빠지면 나올 수 없는 덫과 같다. 고생물학자들은 이곳에 빠져 죽은 매머드, 검칠호, 다이어늑대 등 대형 포유류의 화석을 4000점 이상 발굴했다.

연구진은 타르 웅덩이에서 나온 검치호와 미국 사자, 고대 낙타 같은 대형 포유류 8종의 화석 표본 172개를 분석했다. 방사성 탄소동위원소로 연대를 측정한 결과 그 중 7종이 1만3070년~1만2900년 전 사이에 멸종했음을 확인했다. 코요테만 멸종을 면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라 브레아 타르 웅덩이에 기록된 생태적 사건의 순서. 1만5000년 전 타르 구덩이 주변은 숲이 살아있었지만, 1만4000년부터 빙하기가 끝나면서 기온이 올라가고 인간의 사냥이 늘기 시작했다. 1만3000년 전 기후변화와 인간 활동으로 대규모 산불이 발생했으며, 1만2000년 초식동물은 멸종하고 코요테만 남았다./국립 로스앤젤레스 자연사박물관

과학자들은 북미 대륙에 살던 검치호와 다이어늑대 등 대형 포유류들이 왜 멸종했는지 아직까지 정확한 원인을 알지 못했다. 이들이 살았던 신생대 마지막 시기(제4기)는 인간도 살고 있었다. 인간 활동이나 기후 변화가 멸종에 영향을 줬다고 추정됐지만 정확히 알 수 없었다. 화석만으로는 인과관계를 입증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이 웅덩이에서 나온 대형 동물의 화석을 분석하면서, 동시에 당시 생태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아보기 위해 인근 엘시노어 호수 바닥의 퇴적층을 채취해 조사했다. 호수 퇴적층은 수만 년에 걸쳐 식생과 기후가 어떻게 변했는지, 화재는 얼마나 자주 발생했는지 알려줬다. 또 북미 대륙의 고고학 유적지에서 나온 유물의 연대를 바탕으로 인구가 얼마나 증가했는지 확인했다.

모든 정보를 취합한 결과, 라 브레아 타르 웅덩이에서 대형 포유류가 멸종한 시기와 인간이 활동하던 시기, 기후 변화가 일어난 시기가 일치했다. 연구진은 인간들이 북미 대륙의 태평양 연안에 도착해 동물들이 멸종되기 전 2000~3000년 동안 함께 살았다고 밝혔다.

인구가 급증하면서 활동 범위가 넓어졌다. 이와 함께 기온이 5.6도 올라갔고, 향나무와 떡갈나무 숲은 가뭄과 불에 더 강한 식물로 바뀌었다. 인간 활동이 늘면서 대형 산불이 발생해 식생이 비뀌었다는 것이다. 오키프 교수는 “1만5000년 전 라 브레아 타르 웅덩이 주변은 축축하고 시원해 나무와 포유류가 많이 살았다”며 “하지만 1만3000년 전 인간의 활동과 기후 변화가 합쳐지며 전례 없는 산불이 발생했고 결국 일부 대형 포유류가 멸종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화석에 남은 과거의 기록이 최근 기후 변화와 동물의 멸종 위기에 대처할 방안을 찾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라 브레아 타르 웅덩이 박물관의 에밀리 린지(Emily Lindsey) 박사는 “현재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 동물 대부분은 마지막 빙하기 말에 멸종되지 않은 대형 포유류들”이라며 “지구의 여섯 번째 대멸종이 일어날지 모르는 기후 위기 상황에서 이번 연구 결과를 참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참고 자료

Science(2023), DOI: https://doi.org/10.1126/science.abo3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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