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버리 유감] "국가가 전 세계에 사과해야"… 재발 막으려면?
[편집자주]'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가 막을 내렸다. 해외 각국에서 스카우트 대원 등 4만3000여명이 한국을 찾았으나 시작부터 파행이었다. 폭염 대응은 물론 기본시설, 식사, 의료 등 모든 부문에서 문제점을 노출했다. BTS(방탄소년단)로 대변되는 젊은 세대가 끌어올린 국격을 기성세대인 정부당국이 땅으로 떨어뜨렸다. 국민과 기업들의 지원으로 행사는 최악을 피했지만 잼버리가 남긴 숙제는 만만찮다. 그 원인을 분석하고 한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짚어봤다.
새만금 잼버리는 장소 선정을 비롯한 준비 과정부터 시설, 안전관리 등까지 행사 진행 과정 전반에 걸쳐 부실했던 실상이 드러났다. 특히 문제가 불거진 행사 초반 정부와 주최 측의 안일한 대처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고 행사가 끝난 지금은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기 바쁜 모습을 보이며 더욱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이에 전문가들은 한국의 부끄러운 민낯이 드러났다며 "국제적 망신"이라고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머니S는 전문가와 함께 이번 잼버리 사태의 원인을 분석하고 '제2의 잼버리' 사태를 막기 위한 방안을 짚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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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운열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준비 기간이 약 5년으로 길었음에도 준비가 부족했다"며 "전 정부와 현 정부 구분 없이 모두 사전 준비를 철저히 했는지 짚어보고 미흡했던 점을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도 "기본적인 준비가 잘 안된 게 문제"라며 "사실 잼버리는 1~2년 준비하면 충분히 완성도 있게 치를 수 있는 행사"라고 꼬집었다.
부실한 조직 운영 시스템과 소통 부재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잼버리는 여성가족부, 문화체육관광부, 행정안전부를 비롯해 5개 부처 장관이 공동조직위원장을 맡았다. 하지만 이들은 컨트롤 타워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총괄조직위원장이 없어 최종적으로 책임지는 주체가 부재했던 데다 조직위는 전문가가 아닌 정부 인사들로 구성된 것이 원인이었다. 또 전문성이 부족한 여가부가 행사를 실질적으로 지휘하면서 준비가 원활하지 않았다.
국가별 스카우트 연맹과 한국 스카우트연맹에서 논의된 것들이 집행위원회나 조직위원회에 잘 전달되지 않았고 논의가 부족했다. 이 교수는 "이런 국제행사는 이전의 경험과 노하우를 잘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이 다뤄야 한다"며 "경험이 적은 부서에서 처리하면 힘이 실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서로 불만만 얘기하고 합심이 안 되니 결과가 이렇게 나온 것"이라며 "서로 더 많이 의논했더라면 이번 사태는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국가 전체적으로 잼버리 대회에 대한 중요성이 공유되지 않았다"며 국가와 주최 측에서 잼버리의 중요성과 의미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음을 지적했다.
특히 잼버리 행사장 내 화장실, 천막 샤워실 등 시설과 설비 문제가 많은 지적을 받았다. 이와 관련해 장소 선정 자체가 잘못됐다는 평가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건축업계 관계자는 "근본적으로 농지 위에 텐트를 설치한 것이 문제였다"며 "농지 특성상 배수에 불리한 만큼 사고는 충분히 예견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일본의 잼버리 사례를 보면 큰 도로에 텐트를 설치해 배수와 통행이 용이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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훼손된 한국의 국격을 만회하기 위해선 우선 국가와 주최 측의 진심 어린 사과가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최 전 의원은 "정부와 주최 측이 국제적으로 사과해야 한다"며 "사과 후 대통령 주도로 적극적인 대비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가와 국민, 기관이 합심해 문제를 진심으로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조언도 있었다. 이 교수는 "국가와 국민, 각 기관들이 합심해서 그 문제를 진심으로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이면 또 다른 감동 스토리를 만들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 문제를 풀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각각의 사람들이 잘 조명받지 못했다"며 "자원봉사 차원에서 현장을 방문한 의료진, 민간기업 등을 더 주목하면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
제2의 잼버리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확실한 대비책과 사례를 만들 것도 제안했다. 이 교수는 "국제 행사의 의미와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고 지원해야 한다"며 "과거 성공적인 국제 행사들로 축적된 노하우와 매뉴얼을 통해 행사를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염윤경, 최자연 기자 yunky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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