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배구 대표팀 반등의 핵심 과제…김연경 없이도 '자신감' 올려라
(서울=뉴스1) 안영준 기자 = 반등이 절실한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의 핵심 과제는 바닥까지 떨어진 자신감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여기에 조건이 하나 더 붙는다. '정신적 지주'였던 김연경(흥국생명) 없이 해내야 한다.
세자르 에르난데스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은 지난 2년 동안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 전패 수모를 겪었다.
배구 여제 김연경이 국가대표팀을 은퇴하면서 전력 공백이 생겼고, 그러면서 자신감을 잃은 게 약점으로 지목됐다.
한 번 자신감을 잃은 뒤엔 코트 안 리더가 부족해 자신감을 되찾지 못하고 무너지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따라서 이번 대표팀은 전력의 보완 만큼이나 선수들 개개인 자신감을 올리는 게 급선무다.
'월드클래스'라는 수식이 따르는 세계적 선수 김연경은 2005년부터 2021년까지 무려 16년 동안 태극마크를 달고 한국 배구를 이끌어왔다. 현실적으로 그의 빈자리가 큰 건 어쩔 수 없다.
김연경의 뒤를 이어 주장을 맡고 있는 박정아는 "연경 언니는 경기, 생활, 몸 관리 모든 부분을 배우고 싶은 선수였다"고 했다. 강소휘는 "경기가 안 될 때 연경 언니는 '이렇게 강한 상대들을 어떻게 이겨냈지' 싶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연경이 국가대표팀을 떠난 지 어느덧 2년이 돼 간다. 이제는 성장통을 끝내고 실제로 성장을 시작해야 할 때다.
선수들도 이를 잘 알고 있다. 박정아는 "친구들과 동생들이 잘 도와줘서 열심히 (주장직을) 수행하고 있다"면서 "동료들의 이야기, 특히 젊은 선수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운동뿐 아니라 생활 이야기까지 최대한 많이 들으려 한다"며 새로운 리더십으로 팀을 다독이고 있다.
또한 "새롭게 팀에 들어온 선수들에게는 선배들이 갖고 있는 경험을 바탕으로 조언해주고 이런 저런 말을 많이 해주고 있다"며 김연경이 그랬듯 후배들을 이끌고 있다고 밝혔다.
주장 박정아를 중심으로 한 최근의 팀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배구계 관계자는 "선수들이 다 같이 함께 뭉쳐서 끈끈하게 준비하고 있다. 다시 뭔가 해보자는 이야기들을 나눈다"고 전했다. 세자르 에르난데스 감독 역시 "선수들의 훈련 분위기에 매우 만족하고 있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다가올 아시아선수권이 VNL에서 만났던 팀들의 수준보다는 낮은 것도 선수들의 의욕을 끌어올리고 있다. 한국은 대만, 베트남, 우즈베키스탄과 C조에서 경쟁하며, 토너먼트에선 중국과 일본 등이 우승 경쟁자로 꼽히는데 이들이 최정예 전력으로 나올지는 미지수다.
강소휘는 "아무래도 유럽이나 미국 선수들과 붙었을 때는 피지컬 차이가 많이 났다. 하지만 아시아권에는 더 자신감을 가져도 될 것 같다"면서 "물론 만만한 상대는 없지만 전보다 더 강하게 밀어붙일 것"이라고 포부를 전했다.
이다현역시 "VNL에서는 계속 지는 경기를 했지만 아시아선수권에서는 상대적으로 우리의 플레이를 할 수 있고, 그러면 자신감도 조금씩 올라올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선수들끼리도 VNL보다는 더 (이길)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말들을 한다"고 했다.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은 오는 8월30일부터 태국에서 아시아선수권을 치른 뒤, 파리 올림픽 예선과 항저우 아시안게임까지 이어지는 강행군을 앞두고 있다.
VNL 성적과 연관된 파리 올림픽 본선 진출은 사실상 쉽지 않지만 두 아시아 대회에선 입상을 기대해도 좋을 분위기다. 세자르 감독도 "선수들과 함께 아시아선수권 4강을 목표로 잡았다. 우선 그 목표를 달성한 뒤 다음 목표들에 차근차근 도전하겠다"고 했다.
어쩌면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에게 가장 중요한 여정이다. 여기서 분위기를 바꾸고, 결과도 내야 한다. 끝없는 하향 곡선 중인 여자배구 대표팀에겐 변곡점이 절실한데, 그 변곡점을 위해선 자신감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자신감은 '김연경 없이'도 결과를 만들었을 때 생긴다.
tr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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