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인권조례’와 ‘학생생활지도 고시’, 어느 부분이 충돌할까
지난 17일 교육부가 발표한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이하 고시)에는 학생인권조례와 충돌할 여지가 있는 부분들이 다수 들어있다. 교원의 생활지도 범위와 방식이 법제화되면서 학생인권 중심으로 제정된 학생인권조례의 일부 조항과 어긋나는 지점이 생긴 것이다. 이에 따라 고시에 반하는 학생인권조례 조항은 개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고시는 법령 체계의 일부이기 때문에 조례에 우선한다”며 “고시가 확정되면 조례와 상충하는 부분에 대해 (학생인권조례) 개정을 권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충돌 지점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고시는 휴대전화와 각종 소지품의 분리 보관이 가능하다는 조항을 담았다. 앞으로 학교에서는 휴대전화와 위협이 될 소지가 있는 물품, 학생에게 판매될 수 없는 물품 및 학칙으로 소지를 금지한 물품을 압수해 보관할 수 있다.
반면 전국의 학생인권조례 7개 중 6개는 ‘안전을 위해 긴급한 필요가 있는 경우’에만 소지품 검사와 압수를 허용했다. 이 경우에도 모두 최소한의 정도에 그쳐야 한다고 제한했다. 경기도 조례의 경우 ‘교육 목적상 필요한 경우에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며 지나친 검사와 압수를 경계하는 내용이 들어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고시에서) 원칙적으로 교사들이 생활지도를 위해 분리 보관할 수 있게 했기 때문에 조례도 그 부분이 충돌되지 않게 바꿀 필요가 있다”며 “조례에서 교사의 생활지도나 교육활동이 필요한 경우의 소지품 분리 보관마저도 제한했는지 확인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용모와 복장 규제 관련 내용도 상충한다. 고시는 학교장과 교원이 건전한 학교 문화 조성을 위해 용모 및 복장을 지도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반면 학생인권조례가 있는 7곳 모두 개성을 실현할 권리, 표현의 자유로서 학생들이 자신의 용모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학생의 의사에 반할 경우 규제를 못하도록 한 지역(서울, 제주)도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상위법령(고시)에서 분명 교사에게 정당한 교육활동으로서의 권한이 주어져 있다면, 하위법령(조례)에서는 제한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인권조례의 ‘휴식권’ 조항은 대폭 개정될 가능성이 크다. 앞서 이주호 부총리는 지난 4일 임태희 경기도교육감과의 학생인권조례 개정 간담회에서 “휴식권 보호로 인해 수업시간에 취침을 하는 학생을 깨울 수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학생인권조례의 휴식권 조항에는 학생들이 학습 부담에서 벗어나 적절한 휴식을 누릴 권리를 가진다는 내용이 담겼다. 일부 학생들은 이를 악용해 학습이나 생활지도를 거부하기도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그동안 논란이 많이 됐던 휴식권이나 사생활의 자유 부분을 집중해서 점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같이 학생인권을 일부 제한하게 될 고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18일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등 8개 시민단체는 성명을 내고 “정부는 문제학생에 대한 통제만을 제시하고 있다”며 “근본적인 치료 없는 대증요법은 병을 더 키울 수 있다”고 했다.
충돌 여부가 모호해 면밀히 살펴봐야 하는 조항도 있다. 고시는 수업 중 ‘휴대전화 사용 금지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 주의를 주고, 2회 이상 불응하면 분리 보관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미 전국의 학생인권조례에서는 휴대전화 사용 제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학교장은 교육활동과 수업권을 보장하기 위해 학칙으로 휴대전화 사용을 제한할 수 있다. 수업 시간 등에 휴대전화 소지 및 사용을 규제할 수 있다고 명시한 지역(경기)도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고시에서 포괄적으로 학칙으로 위임했는지 확인해 봐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김나연 기자 ny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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